Fantastic Mr. Fox (Paperback, 미국판)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2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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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반한 여우 씨 

한국어로 된 [멋진 여우씨]라는 제목으로 먼저 읽은 로알드 달의 책이다. 우리 아이가 작년 로알드 달에 빠진 후로 싱가포르에 갖고 온 로알드 달의 번역본을 몇 권 접한 후 원서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처음 구입한 책이다. 

그리고 이제 로알드 달 시리즈 15권 세트를 한꺼번에 구입하면 중복되는 이 책은 사촌에게 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게 훨씬 저렴하니까 세트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로알드 달의 책 중에서 비교적 얇은 책이라 80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이 그리 어렵지 않아 선뜻 먼저 구입한 책인데, 마음에 든다.  

그의 독특한 문체와 이야기 전개는 번역된 책으로 봐도 느낄 수 있지만, 원서를 막상 접하고 보니 영어 문제가 어렵지 않고 글밥 수도 그리 많지 않아서 동화의 묘미를 실컷 맛보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이런 영어동화책이 많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살짝 해본다. 빨간색 표지의 ㅇㅇ출판사에서 나온 영어 챕터북 80권을 구입하여 고등학생 때 영어공부를 겸사겸사 한 기억이 나는데, 내가 생각해도 영어동화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 영어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흔히 '여우' 하면 교활하고 얄밉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우 씨[Mr. Fox]는 제목 그래도 정말 Fantastic하다. 

Mr. Fox와 그의 부인, 그리고 Boggis, Bruce and Bean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싸움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즐겁게 만든다. 사람 대 여우. 나도 사람이니만큼 왠만하면 사람들의 편이 되고 싶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Boggis, Bruce and Bean는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주기 힘든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런 등장인물을 창조했기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겠지 싶다.

한국에서도 아이랑 영어 그림책을 제법 읽었다고 하지만, 막상 싱가포르에 와서 도서관에 가니 영어 그림책이 홍수를 이뤘다. 처음에는 유명 작가의 책들을 찾아서 읽고 나중에는 그림이 예쁜 책들을 찾아 읽었는데, 30페이지 정도 되는 그림책 중에서도 문체가 너무 까다로워 문맥을 해석하기도 어려운 책들이 꽤 있었다. - 물론 그것은 내 짧은 영어 실력 때문이었을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챕터북을 읽을 때에도 신중을 기한다. 아직 아이 영어 실력도 좋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사전에 나오지 않는 축약어나 의성어, 의태어가 심하게 나오는 챕터북은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로알드 달의 챕터북은 마음에 쏙 든다. 그의 유머와 위트, 풍자 때문에 혹시라도 영어 원서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듯한 영어 표현과 반복되는 영어 문장과 기본에 충실한 문법 패턴, 그리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운율도 마음에 쏙 든다. 

즐기기 위한 책이 분명하고 또한 한국 아이들이 원서로 읽게되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까지 높일 수 있는 책이 되는 것이다.  

On a hill above the valley there was a wood. / In the wood there was a huge tree. / Under the tree there was a hole. / In the hole lived Mr. Fox and Mrs. Fox and their small four foxes.

이러한 문장을 봐도 정말 쉬우면서도 패턴이 반복이 되고 자연스럽게 전치사도 익힐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을 알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아이 영어 공부를 하다보니 문제집도 그렇고 꽤 어려운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경우가 있어 나름 당황할 때가 있다. 나도 대학 때야 영어를 거의 공부하지 않았으니, 중고등학교 6년 영어 공부를 할 때 전혀 외우지 않고 한번도 접하지 않은 영어 단어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단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로알드 달의 동화를 반복해서 읽는다면 정말 좋은 영어 표현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운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생각나듯 여우를 잡으려고 하는 Boggis, Bruce and Bean의 행동은 정말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있는 것이다.  

탐욕스런 농부들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Mr. Fox의 행동은 통쾌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Mr. Fox의 행동이 옳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아이들과 함께 이왕이면 책을 읽고나서 Mr. Fox의 행동과 Mrs. Fox의 반응. 그리고 Boggis, Bruce and Bean의 행동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그렇지만, 로알드 달의 책을 읽다보면 권선징악의 내용과 함께 또 다른 멋과 재미,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서 우리 아이는 한글 동화책으로 읽었던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와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그리고 [멍청씨 부부 이야기]를 얼른 영어동화책으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아직 한글로 접하지 못한 [마틸다]와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이런 책들도 모두 내년에는 다 읽을 수 있도록 열심히 책을 구입해야 할 것 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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