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고 장영희 교수님과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장영희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어느 정도 되었다. 그리고 그 분을 떠올릴 때면 동시에 떠오르는 두 사람이 더 있다. 장영희 교수님의 아버님인 장왕록 교수님과 또 같은 이름의 내 모교 교수님이다. 

어릴 때 뭣모르고 친정 아버지께서 사주신 전집 중에 [큰 숲 작은 집]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던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미국 개척시대 이야기. 그 다음에 그 전집에 있던 [초원의 집]을 읽으며 비로소 그 책이 초원의 집 시리즈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고 장영희 교수님의 아버지인 고 장왕록 박사님께서 번역하신 책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고 부자지간에 전공이 같다는 것도 참 부러웠던 20대 내 시절이었다.

가끔 월간 샘터를 읽으면서 장영희 교수님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또 가장 최근에 읽었던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책을 통해서도 역시 그 분의 삶 -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었다.

깔끔한 문체의 글, 그리고 그 분의 삶을 보며 나도 영문학을 전공했더라면 좀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고, 한 때 문학소녀였던지라 이렇게 글을 쓰고 학생을 가르치고 번역을 하는 그 분이 참 부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허약하고 병으로 인해,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암투병으로 고통을 당하셨지만 늘 밝은 모습을 보이셨던 그 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제일 앞에 나오는 프롤로그만 읽은 첫 느낌 역시 굉장히 멋진 분이시구나 생각이 든다. 혹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분의 강의를 청강이라도 하지않았을까 하는 자그마한 미련이 남는다.

월간 샘터에 연재한 글을 모은 두 번째 수필집이 바로 이 책이다. 처음 나온 [내 생애 단 한 번]도 그러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하는 프롤로그 - 이 때 역시 한 차례 투병생활을 한 뒤였음에도 참 밝고 경쾌한 기운이 글에서 느껴진다. 어쩌면 이렇게 소녀처럼 순수하고 맑은 분이실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언제나 책 제목 때문에 고심한다는 글과 이 책의 제목을 짓기 위해 4개의 후보 중에서 고를 때 그림을 그리시는 분의 분위기까지 생각하며 적은 프롤로그 내용을 보면서도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정말 책을 끝까지 읽는 내내 멋진 그림이 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읽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책에 비해 아기자기한 그림까지 더 유심히 보게 된 책이다.

글을 넘기면서 내 얼굴에도 자그마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크게 4장으로 나눠진 수 많은 글은 다 내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글의 매력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건 글의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연 내가 글을 쓴다면 그렇게 진솔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분의 특유의 글 솜씨 - 맛깔스러운 문체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느낌이 좋았던 것은 ('오늘'이라는 가능성)과 (돈이냐, 사랑이냐)라는 글이다.

친정 엄마께서 4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하셨고 지금도 약을 드시고 계신다. 대수술이었고 항암치료는 노년의 친청 엄마를 무척 힘들게 하였다. 그리고 결국엔 항암치료를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단을 했기에 같은 병 때문에 투병생활을 하는 분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닌 듯 한 것이다.
지금도 정기검진 날이 되면 왠지 불안하고 초조해하시는 친정 엄마이기에, 이 글을 읽으면서 긴 투병생활을 하셨던 교수님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연상이 되고 만다.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서 얼마나 고심했을까? 정말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는 글이었다. 하루 하루 충실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오늘 하루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날을 걱정하고 미래에 대해 초조하게 생각하는 그 이중적인 내 자신이 떠올랐다.
다시 지금 리뷰를 쓰며 생각한다.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하자. 시간을 아끼자. 내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 이용하며 열심히 살자. 결심해본다.

대학생들에게도 영어 실력을 위해 영어 일기를 숙제로 내주시는 교수님과 그런 교수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영어 일기를 쓰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40이 다 된 지금에도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대학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가보다.
결혼하고 살면서 확실히 혼자일 때보다 들어가는 돈이 왜 그리 많은지. 두 사람이 따로 살았을 때보다 집이며 음식이며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들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부부로서 한 가정을 꾸몄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나오는 '수미'라는 학생의 일기 내용과 그에 대한 장영희 교수님의 이야기는 더 다가온 것 같다.
과연 돈이냐 사랑이냐? 이분법으로 나눠서 생각하기조차 싫은......

책 마지막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읽었다. 짧은 에세이 모음이기에 잠시 잠깐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글이었음에도, 그 특유의 문체와 진솔함에 역시나 빠져든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말이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 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뭐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만일 내가 그분처럼 어릴 적 장애가 있었다면, 혹 암으로 인해 투병을 해야한다면, 가정해보지만 꼭 집어서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한 삶을 사셨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하늘에서 행복하게 계시리라 생각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커서 이 글을 읽을 날이 오기를 난 고대한다. 절대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며 밝은 희망을 그리면서 삶의 소중함과 인생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꼭 주고 싶은 글이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 이 책을 읽은 느낌 그대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분의 생을 기억하며 나 역시 소중한 시간을 살고 싶다.

첫번째는, 내 대학 교수님과 이름이 같아서 기억에 남았던, 두 번째는 내가 참 좋아했던 초원의 집 시리즈를 번역한 분이 아버지라는 것 때문에, 마지막엔 그 분의 글 자체로 반했던 ......
이제는 글로 만날 수 밖에 없지만 그 글은 아마도 평생 내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아버지와 딸 두 분의 책 스승님. ^^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서 편히 쉬십시오. 몸이 불편해도 늘 긍정적으로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무엇인지 장영희 교수님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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