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원어로 읽는 것도 좋고 한글로 읽는 것도 정말 좋은 동화책.   

우리나라 작가의 책보다 번역된 책이 월등히 많은 그림책 시장, 그 중에서도 외국 작품 중에는 이렇게 한 면에는 칼라로 책을 넘기면 그 다음엔 흑백의 색채가 나오는 그림책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수 많은 책들을 읽다보니 알게 된다. 

그 책 중에서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은 흑백의 그림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그림책 중에서 가장 처음 읽었던 책이다. 물론 영어 원서서 먼저였지만 말이다. 

아이에게 영어로 된 [We're Going on a Bear Hunt] 책을 먼저 보여주었지만, 영어로 된 그 리듬과 운율과는 또 달리 한글로 된 멋진 번역에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특히나 이렇게 노랫말처럼 된 책은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만드는데,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가 참 번역이 잘 되었구나 느끼게 되는 책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말의 묘미 -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이 흉내말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또 언어구사력을 높여주는지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원서[영어동화책]으로 우리 아이가 처음 읽었을 땐 보드북의 작은 책이었는데, 네버랜드픽쳐북으로 만난 [곰 사냥을 떠나자]는  큰 판형의 책이기에 거실 바닥에 놓고 하나씩 책을 넘기는 게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까지 생생한 것은 곰을 워낙 무서워하는데다, 영어동화책을 읽었을 때의 음악을 떠올리며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그 상황을 흉내내고 조금 있으면 곰이 정말 나타날지도 모른다며 흥분하던 아이의 표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 아이 아빠가 커다란 곰처럼 흉내내며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 등장을 해서였을까! 차를 타고 갈 때에도 왠지 어두침침한 시골의 골목길을 달린다던가 또는 고속도로를 갈 때 커다란 산들이 나타날 때면, 곰 잡으러 간다고 말하기도 하고 곰이 정말 나타나면 침대에 숨어야 하는데... 이렇게 말하던 아이의 어린 시절이 나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처음 접한 책이 문고판 동화책이어서 처음 읽었던 [백설공주]도 디즈니 영화 속 그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모습이 절대 아니었기에, 아이와 함께 했던 몇 년 동안의 그림책 순례가 마치 나의 어릴 적 그림책을 읽지 못했던 그 시절의 대리만족과도 같았던 듯 하다. 아니, 우리 아이와 함께 했기에 어릴 때 하지 못했던 보상 그 이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몇 배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없어서 새로운 동화책[그림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감히 찾아서 볼 수 없지만, 그리고 아이가 제법 커서 영어책을 읽을 때에도 이제는 그림책보다는 챕터북에 푹 빠져있기에 그림책은 나만의 추억과 취미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도 여전히 그림책 무척 좋아한다.  다만 집 안에 그림책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사각 서걱 / 덤벙 터벙 / 처벅 철벅 ....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풀밭을 헤치며, 물고기들이 맑은 물에서 뛰어노는 그런 개울가를 건너보고, 풍덩퐁덩 진흙탕에 빠져보고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가 놀아보면 어떨런지!  

만일 내가 아이와 함께 한국에 있다면.......     지금은 겨울, 혹시라도 밖에 눈이 내린다면 그 눈속에서 겨울잠에 빠진 곰을 잡으러 동굴로 가는 듯한 여운을 남기며 눈을 맞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더다가 마치 정말 동굴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겨울잠에 빠진 곰을 깨우러 발을 세우고 아주 살짝 살짝 발걸음 소리 들리지도 않게 곰에게 다가가는 듯 놀아보고도 싶다.  

친구가 없어 심심한 곰을 뒤로 그저 무섭다는 생각에 그대로 뒤돌아 달려가서 집으로 들어가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렇게 실컷 놀아보고 싶다. 

우리 집이 2층이었기에[물론 이 책에 나오는 그런 2층 주택이 아닌 아파트 2층이 뿐이지만] 문을 닫지 않았다고 다시 아랫층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싶다. 

우리 아이 어린 시절에도 이 책을 읽을 때면 그렇게 똑같이 곰 사냥을 하러 갔지만, 다시 리뷰를 쓰고 있으니 한 번쯤 다시 그 어릴 때로 돌아가봤으면 한다. 10살이 되어 이제는 십 대라고 부르짖는 우리 아이도 엄마의 동심에 협조할 수 있을까! 

뭐, 한국에서만 꼭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눈은 내리지 않는 일 년 내내 열대기후 싱가포르지만, 곰 사냥을 하지 못할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도 곰 사냥을 한다고 지리산 반달곰을 찾아 갈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저 마지막에 아이와 실컷 침대에 뛰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 소리내지 않고 숨어있는 놀이가 필요할 뿐인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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