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동화는 내 친구 52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에드워드 고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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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널 사랑해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세계적인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 중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라는 동화가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조그만 서점에서부터 도서관과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로알드 달의 인기는 굉장하다.  

이제는 자신도 영어동화책으로 읽고 싶다고 해서, 조만간 로알드 달의 책 15권 원서 세트를 구입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  한국의 책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 책은 꽤 전에 처음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찡하다. 아이들은 환상, 마법 이런 것을 워낙 좋아하지만 밝고 재미있고 유쾌한 동화가 아니어서 그런지 읽고나면 마음이 아프고 내 아이가 잘 때면 다시 한 번 쓰다듬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로알드 달의 책을 한 권 언급한 이유는 그 책을 읽고나서는 자신도 이런 마법의 약을 만들고 싶다고 빈 통을 찾아 이러저리 찾아 화장실을 비눗방울 투성이로 만들고 만 아이가 생각나서이다.  게다가 종이를 접어서 책을 만들더니 그런 비슷한 이야기로 동화를 만들겠다나!

하지만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을 읽은 아이의 반응도 완전히 다르다. 내가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다. 

아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기발한 상상도 돋보이는 동화지만,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살짝 보여주는 동화이거나 유쾌한 웃음을 주는 동화가 아닌 마치 엄마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하는 듯한 책인 듯 하다. 

로알드 달의 기상천외한 스토리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책 중에서도 아이들의 얼굴이나 몸의 색깔이 변하거나 이상한 동물도 변한 것도 있다.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로렌스 데이비드'의 [변신]이나  비룡소에서 나온 '데이빗 새넌'의 [줄무늬가 생겼어요] 책도 독특하다. 하지만 그 책은 유쾌하게 읽었는데 반면 이 책은 두고두고 마음이 찡한 것이다. 

예전에 우리 집에 손님이 와서 몇 주 머무른 적이 있다. 더운 열대 지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원하고 이불로 온 몸을 감싸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고, 쿠션과 베개를 더블침대에 가득 넣어놓고 안고 자야만 된다고 하는 성인 남자[20대 대학생]의 모습이 처음엔 다소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그러한 것들이 애정결핍의 결과일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트리혼 역시 아빠와 엄마, 학교 선생님 조차 트리혼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난 마음이 아프다. 어린 시절 눈을 무수히 깜빡였던 틱 현상을 몇 달동안 보인 적이 있다. 원래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고 사는 성격인지라 학교에서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자주 체하고 아프고 했었는데, 초등 저학년 때 무엇인가 원인 모르게 힘들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그 땐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가면 해결해주겠지 하곤 지나갔는데,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하던 중에 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 중에서도 틱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꽤 많다. 요즘은 공부 스트레스가 많아서일까! 

우리 아이도 예전에 틱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다. 심하지는 않았기에 그런 증세가 나타날 땐 주위를 돌릴 수 있도록 더 많이 놀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어느새 증세가 없어진 아이를 보며 안도를 느끼곤 했었는데...... 

싱가포르에 있다보니 한국보다 더 심한 주입식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고학년 아이들을 간혹 만난다.  외국 생활에 수업 역시 영어 그리고 좀더 욕심을 내면 중국어까지 공부를 해야하는 한국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난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는 편하게 공부하도록 하고 싶지만 성적표를 보면 또다시 흔들리곤 한다.  

"이 아이는 워낙 별나니까." 이렇게 어른들에게 인식이 되어 트리혼이 어떤 행동을 하건 더 무관심하게 대하는 어른들. 아니, 트리혼은 지극히 정상인데 트리혼 주위에 있는 어른들이 전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 책을 떠오르며,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워낙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재잘 숨기지 않고 늘어놓는 아이기에, 싱가포르 학교에서 있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어 안심이 되지만, 조만간 사춘기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이는 영어에 어느 새 능통해(?) 친구들과 놀고 학교에서도 언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지만, 엄마인 나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의 다양한 생활을 상세하게 들려주는 아이가 너무나 고맙다. 쭈욱 그렇게 밝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이 아빠는 성적에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주입식 공부에 성적을 올리려 자꾸 문제집만 풀면 창의성이 없어진다고. 맞는 말이다. 내심 동화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아이를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려보고 또 이야기를 하고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며 주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 언제 공부만 할 수 있단 말인가! 

트리혼을 꼭 기억하자.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우리 아이를 그 자체로 사랑하며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언제나 느끼고 자라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그리고 조금 더 큰 고학년이라면 [변신]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해보는 즐거움을 가지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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