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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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 그리고 그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지각대장 존] 입니다. 싱가포르에서도 학교에서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새벽까지 일어나 별들과 달을 보며 인사하며 졸린 눈을 비비고 아침을 먹고 스쿨버스를 태워 학교에 보냅니다. 아이가 보통 6시 조금 너머 일어나서 7시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거든요. 여기는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학교 일과가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일 년을 학교에 보내었는데 지각해서 스쿨버스를 태우지 못한 적이 없었어요. 엄마가 잔뜩 긴장해서 부지런을 떨었나봅니다. ㅋㅋ  한국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어를 못하기에 지각을 하거나 스쿨버스를 태우지 못하면 복잡해지니까요.

제가 그림동화를 지은 작가 중 참 좋아하는 사람 중 다섯 손가락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을 지은 '존 버닝햄' 입니다.

두 번에 걸친 존 버닝햄의 원화전시회를 다녀와서 더 좋았고, 지금은 이 책을 영어동화로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또한 2009 동화책 속 세계 여행 전에 아이와함께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도 존 버닝햄 할아버지의 그림책은 인기 짱이지요. ㅎㅎ

예전에 우리 아이랑 <킹콩>영화를 함께 본 후 <앤서니 브라운의 킹콩>이라는 책을 아이와 함께 읽게 되었지요. 우리 아이가 킹콩 모습이 비슷하기는 한데 영화와 좀 다르다고 하니 아이 아빠가 "그럼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책을 만들것을 그랬다보다."라고 했지요.

그 말을 들은 저 역시 그럼 책 제목이 <앤서니 브라운의 킹콩>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답변을 한 뒤 그래고 킹콩 그림을 가장 멋지게 그리 거라고 덧붙였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 아이가 갑자기 나서더니, "그런데 이야기는 존 버닝햄이 가장 재미있잖아!"라는 말을 하더군요.

아이 아빠랑 저는 아이의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답니다. 작년 한 해동안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자고 하면서 서점이랑 도서관을 자주 다니고 또 인터넷으로도 책을 많이 구입을 했지요.

그리고 책을 읽어줄 때마다 작가의 이름과 함께 그 작가가 쓴 또 다른 그림책을 이야기 한 결과 이제는 대충 그림을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맞추기도 하고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잘 기억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역시 엄마로서 정말 마음이 뿌듯하지요. 역시 존 버닝햄의 그림책에는 탁월한 그만의 유머와 풍자가 날카롭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책 역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편협함과 권위의식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정말 주인공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가 지각을 한 상황은 터무니 없고 아마 존의 선생님 뿐 아니라 그런 말을 곧이 믿는 어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지각을 한 존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지 않고 선생님의 권위 의식만을 강조한 모습에서 영국 교육을 비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라고 부르면서 지각한 존을 꾸짖는 선생님, 왜 학교에 늦었는지 물어보지만 존의 대답이 어른들의 보기에는 정말 터무니 없습니다.  

예전에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수 많은 아이들을 만났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뻔한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싸운 이유를 묻는 아이들 - 엄마들 아니 성인이라면 아무렇지도 않는 것이지만 그 이유가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아마도 이 책을 쓴 존 버님햄 작가 역시 기성세대의 그런 관념을 꼬집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 영국의 교육이 다소 엄격하고 권위적인 것은 사실인 듯 하니까요.

아이들을 아이답게, 그리고 어른과 다른 아이들의 세계와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나 역시 가끔은 아이의 생각을 헤아리지 않고 제 위주로 명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어느 새 사춘기에 가까워질 우리 아이. 다시 한 번 리뷰를 쓰면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참, 그리고 이 책과 함께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아이들과 세상과 어른들의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책 앞 뒤로 존이 반성문을 쓴 듯한 글씨가 가득 메워져 있는데 아이가 이 것을 보면서 놀라더군요. 이런 반성문을 써야 되냐고 묻습니다. - 나중에 존 버닝햄의 [나의 그림책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와 덥석 물어버렸다는 것이나, 학교 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는데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쳤다는 이야기 등 정말 말도 안되지만....

저 역시 체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요즘 학교를 보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인지 참 답답하기도 합니다.

올해 초등 1학년이 된 우리 아이. 우리 아이 반 선생님은 반성문을 쓰라고 하지 않지만, 옆 반 아이들은 종종 반성문을 쓰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살짝 이 책이 떠오른답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이 책에 나오는 말도 안 되는 반성문은 아니니까요.

혼자 벌을 서고 , 반성문을 쓰느라 무척 힘든 존이 참 불쌍해 보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깜짝 놀랄 반전이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많이 웃었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존이 선생님에게 한 이야기는 그동안의 존이 당한 것을 한 방에 날려버려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라요.

아이들을 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겠다고 생각을 해보며 또한 올바른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 책이네요.

영어로 읽다보니 책 겉표지 바로 안에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의 반성문 쓰는 글 - 영어로 나올 때와 번역본의 다른 점이 재미있어요.
또한 선생님께서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에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영어 원서도 좋지만, 처음 존 버닝햄을 만났던 이 책은 정말 정말 오래동안 남아있을 거예요. 그리고 [존 버닝햄 - 나의 그림책 이야기]를 보면 이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 책 뿐 아니라 존 버닝햄의 다른 동화책 역시 영어 문체가 참 깔끔하고 쉬워요. 그래서 원서로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존은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난 지금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다. 빨리 나를 좀 내려다오. "
" 이 동네 천장에 고릴라 같은 건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날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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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엘르 2009-11-2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봤습니다.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