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젠 고릴라와 무척 친근해졌지만... 

어린 시절에도 원숭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 그래서인지 동물원에 가서 바나나를 까먹는 원숭이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나 역시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기억은 나지만 결코 가까이하기엔 먼 원숭이였는데... 

싱가포르에 와서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갔을 때, 처음 놀란 것은 자연방목형 동물원이어서 동물들이 우리 안에 갇혀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호랑이나 그런 맹수들은 언덕 너머 혹은 강 사이로 만든 자연 우리 안에 있었지만, 수많은 Monkey들은 나무 위로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답니다. 

하긴, 학원에서 만난 친구 중에는 자신의 집 근처에도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자연친화적인 싱가포르인가!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을 아이가 자라며 한 권 두 권 만나고 나 역시 아이와 함께 작가의 팬이 되었지만, 아직 원숭이나 고릴라는 그래도 쪼금.  그럼에도 워낙 윌리 시리즈나 다른 책을 통해 고릴라와 침팬지 그런 원숭이들이랑 가까워진 것은 확연한 사실 같네요. 

주인공 한나처럼 고릴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나의 생각엔 공감이 갑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동물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과 또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것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그냥 별 생각이 없었지만, 점점 갈수록 과연 책 속에서 '한나의 엄마는 어디에 갔을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엄마의 부재. 어떤 것인지 아마도 독자에게 맡기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 아이는 유난히도 엄마인 저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외동아들이기에도 그렇지만 늘 함께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큰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아이다보니 점점 자라면서 씩씩한 모습을 보이고 아빠와 함께 축구도 하고 운동을 하기를 바라고 있지요.  싱가포르에 와서 일 년 동안 기러기 가족으로 아빠와 떨어져있어서인지 아이는 더더욱 아빠가 언제 오는지 손꼽아 기다리고 또 아빠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갈구합니다.  남자아이라서 더더욱 그러했던 것 같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아빠들. 회사 생활도 한 밤 중에 들어오는 일도 많고 주말이면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그래서 안되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랑 최대한 시간을 내어 신나게 놀아주려는 그 마음을 이제는 우리 아이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속에는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은 여자 아이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기에도 좋았지만 이야기 전개나 고릴라 인형이 실제 고릴라가 되어 주인공 소녀인 한나와 지내는 장면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사실적인 사람의 묘사가 탁월하다는 앤서니 브라운. 게다가 고릴라나 침팬지를 워낙 좋아하는 그만의 독특한 그림이 <동물원> 속에서도 나와있는 것 같아요.

일때문에 바쁜 아빠의 모습이 책 속에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지요. 고릴라를 보러 동물원에 아빠랑 가고 싶은데 아빠는 고릴라 인형을 선물로 줍니다. 처음에는 한나 뿐 아니라 우리 아이도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아빠가 한나의 마음을 잘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요.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에 가는 한나의 꿈 속의 모습이나 너무 바쁜 아빠 때문에 속상해하는 현실의 모습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멋진 동화가 된 것 같아요.

군더더기 없이 단순 명료하고 깔끔한 이야기와 멋진 고릴라의 그림은 역시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릴라를 무척 좋아해서 아빠와 같이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를 구경하고 싶은 주인공 한나. 아빠는 짐짜 고릴라가 갖고 싶은 한나에게 고릴라 인형을 선물하고 그런 고릴라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구석에 놓고 잠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왜일일까요? 고릴라 인형이 커져 정말 고릴라가 되더니 한나와 함께 동물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늘을 나는 고릴라와 한나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고릴라 인형이 고릴라로 변하는 장면은 아무리 보아도 재미있답니다.

아침이 되고 드디어 바쁜 시간을 쪼개 한나를 깨워 동물원에 가는 아빠와 고릴라 인형을 꼭 손에 들고 가는 한나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나야, 오늘 하루는 아빠와 즐겁게 지내렴. 네가 좋아하는 고릴라고 실컷 보고 아빠의 사랑을 담뿍 느끼렴." 동물원으로 가는 한나에게 나는 이렇게 꼭 말해주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