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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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늘 재작년 초 하늘나라에 가신 제 친정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저는 어릴 적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본 게 중학생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일곱살 생일 날 제 친정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생일잔치 하다 말고 뛰어갔었기 때문에 아이의 기억에도 더 깊숙히 남아있는 것 같네요.

워낙 고령인지라 지병 없이 누워계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들 모두 호상이라고 하셨지요. 겨울이었지만 날씨 역시 따뜻해서...

우리 아이 그 다음부터 할머니가 몇 살이냐고 가끔 생각날 때마다 묻습니다. 작년 제 친정 엄마가 대수술을 하셨기에 아이는 할머니 병원에 자주 갔었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과 <병>에 대한 것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깊숙히 자리잡았던 것 같아요.

엄마는 오래 살아야한다고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을 읽어줄 때마다 저를 꼭 껴안고 뽀뽀하는 아이. 이 책은 아이랑 읽으면서 감동과 여운이 많이 남는 그런 책인 것 같아요.

삶과 죽음에 대해 알수 있는 것 이외에도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줍니다.

신시아 라일런트의 책을 처음 접하고 <보물창고>라는 출판사에 대한 애정을 느꼈던 최초의 책이었고 그 다음에 아이랑 보물창고의 책을 참 재미있게 많이 읽었지요.

얼마나 나이가 많은지 절대 나오지 않지만 주위 친구가 모두 없다는 것을 미뤄보면 굉장히 나이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친척이나 가족도 없는 듯,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것에 이름을 지어주는 할머니가 자시보다 더 오래 살지 못하는 것에는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 확고한 의지를 보며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있었지요.

날마다 편지를 받고 싶어 우체국으로 가도 자신에게 오는 것은 단지 세금 고지서뿐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저는 이 책을 보며 살아계신 양쪽 부모님께 더욱 많이 찾아뵙고 또한 아이에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내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우리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무척 즐겁게 웃습니다. 침대와 흔들의자, 집과 자동차까지 이름을 붙여 준 할머니의 모습도 재미있었고 그 이름이 너무 웃기다고 하네요. 침대는 로잰느, 흔들의자는 프레드, 집은 프랭클린, 자동차는 베치...

자신도 영어 이름이 있고 유치원 친구들 역시 영어 수업 때문에 영어 이름이 있어 이제는 영어 이름에 대해 자연스럽지만 물건에 어떻게 이런 이름을 붙이냐고 하는 아이.  또한 처음에는 단지 네 개의 사물임에도 이름이 헷갈렸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할머니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게 아닌 베치를 타고 흔들 의자에 앉는 게 아닌 프레드에 앉아있다고 하는 말이 무척 자연스럽게 들려왔지요.

집에 찾아온 강아지 한 마리. 불쌍하고 또 귀엽고 했지만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얼마나 사랑에 ‚–주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을 잃은 아픔이 얼마나 큰 지, 더 이상의 이별이 싫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글썽거립니다.

그래서 먹을 것을 매일 주면서도 이름은 결코 지어주지 않았던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몇 개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 개가 된 강아지. 하지만 아직도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찾아오지 않는 개. 할머니는 며칠을 초초하게 기다려보지만 나타나지 않는 개로 인해 알게 됩니다.

아무리 애정을 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느 새 물이 스며들듯이 그 개를 사랑하고 가족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을... 개를 찾아 개 보호소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며 왜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개 목걸이를 해주었더라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텐데 하며 후회를 하신 할머니.

하지만 아이들의 동화에서 좋은 점은 역시 해피엔딩이라는 점.

개 보호소에서 찾은 자신의 개 '러키'. 행운이라는 이름의 러키를 데리고 집으로 옵니다. 할머니가 우려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 외롭지 않고 러키로 인해 다시 행복을 찾은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지요.

더 이상 사랑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할머니. 이제는 러키 뿐 아니라 다른 애완동물도 기를 수 있을만큼 강해진 할머니가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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