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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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감자도 망개도 모두 그리운 지금은...  

나이가 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런 책을 읽으면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20대만해도 절대 시골에서 사는 건 싫었으니까요.

제가 결혼하기 전 잠시 자취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결혼을 하지 않자 저를 놔두시고 이제는 다 컸다고 하시면서 정년퇴직 후 연고지도 없는 시골로 이사가신 후 7-8년간을 도심을 등지고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였지요.

사실 말이 전원생활이지 버스는 하루에 세 차례 다니고 시장에 한 번 가려고 해도 버스 운행 시간에 맞추거나 혹은 차가 있어야만 생활할 수 있는 충청도 시골이었지요.

처음 부모님께서 이사가신 날, 시골로 내려간 저는 혼자 살 걱적보다는 태어나서 피난 시절 빼고는 서울에서만 사셨던 친정 어머니 걱정이 더 되더군요.

여름에 이사를 가신 후 추석에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데 얼마나 길도 막히고 힘이 들던지...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길을 묻자 자신의 고향도 잘 모르냐고 합니다. 여자 혼자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길을 물으니 그럴만도 했겠지만,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저 역시 길도 모르고 그곳에서도 더 시골인지 택시 기사님도 잘 모르시더군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골로 자주 갔었지요. 결혼 후에도 역시 귀경길은 제법 복잡하지만 그래도 신랑 차를 타고 가니 좋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고 명절때만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허름한 시골 집을 사가지고 전체를 개조 하지 않으시고 주방이랑 화장실만 수세식으로 고쳐 놓은 집이라 마당의 경사도 많고 했지만 창고랑 집 뒤 야산에 만들어놓은 원두막이랑 또 마당의 평상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연세가 워낙 많이 드셔서 다시 저희들이 살고 있는 집 가까이 계시기 때문에 이제는 갈 수 없는 그 시골 마을이 요즘 저 역시 나이가 드는지 그리워지곤 합니다.

우리 아이 역시 시골에 가면 또래 친구들도 없었지만 산으로 가고 논두렁을 다니고 개울가를 건너고 마당에 나뭇잎을 쓸어모아놓고 감자랑 고구마를 구워먹던 게 생각이 납니다.  

그 때가 우리 아이 갓 태어났을 때부터 네 살 정도까지였으니 기억이 날리 만무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시골에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저 역시 친정이랑 시댁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일을 하러 주말마다 가는 아들과 며느리는 정말 대단한 효자인 것 같습니다. 같이 모시고 살아도 좋지만 한평생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시던 분이 도시로 오면 답답한 빌딩들과 탁한 공기에 숨 막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고, 아직 정정해보이시는 솔이의 할머니 모습에 제가 오히 마음에 놓이네요.

제 친정 어머니께서 작년에 많이 편찮으시고 수술도 받으시고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농사를 짓고 계시는 솔의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네요.

시골 집에서 망개랑 그런 것은 보지 못했지만 도토리랑 밤도 많이 줍고 또 과일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놓았던 게 이제는 제법 자라 열매를 맺는데 시골 집을 정리하는 바람에 복숭아 나무랑 대추 나무랑 열매맺는 것을 볼 수 없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그리고 토끼도 기르고 닭도 길렀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친정에 가면  토끼랑 닭에게 먹이도 주고 깻잎이랑 고추랑 콩도 땄었는데 이제 그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그냥 시골에 집을 놔둘걸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저 역시 도시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시골 풍경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갔던 그 친정의 시골 모습이 솔이의 시골 모습과 겹쳐지면서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사실 효자 아들이 좋지만 솔이에게는 가고 싶은 곳도 많을텐데 늘 주말이면 시골에 가는 부모님 때문에 많이 속이 상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주 빛 감자 꽃을 보고 어떤 감자가 달릴까 궁금해하며 자신만의 감자로 삼고 이웃에 사는 유일한 또래 친구인 상구를 촌뜨기라고 놀려댔지만 그 순수한 마음과 점점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웃기도 했지요.

우리 아이도 망개가 산처럼 쌓인 그림을 보고 또 망개가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서 자신도 이렇게 목걸이를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 제법 친해진 상구. 그래서 다음 번에 간 시골에서는 상구네 닭이 병이 들자 솔리는 진심으로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둘이서 닭을 위해 닭장 청소를 하고 모이를 주는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감기 걸린 날> 책을 읽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작가으 특유한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내용도 좋지만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이의 개구쟁이 표정, 솔이 할머니의 그을린 모습 등

또한 말 잘 듣는 호박 편에서는 동생을 낳아달라고 하는 솔이의 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새끼줄을 가지고 엄마 배에 대고 때리는 시늉을 하는 장면에서는 우리 아이랑 정말 신나게 웃었답니다.

네 편의 에피소드들이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연계되어 솔이가 진심으로 시골 마을에 동화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다양한 현장 학습도 많고 웰빙을 강조하고 하는데 이러한 시골이 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고 싶어요. 산 교육을 할 수 있는 이렇게 멋진 장소에 주말마다 가는 솔이가 부럽네요.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다음에도 솔이의 새로운 모습을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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