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아이 열 살.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일곱살이었는데, 여전히 우리 아이와 내게 멋진 책으로 기억되는 그림책이다. 아마 초등 1학년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시험문제를 풀 때 실수로 틀리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되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읽고 또 읽으라는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난 내 아이 앞에서 여전이 '틀려도 괜찮아' 하고 말하게 된다. 

친구랑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아이.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일곱살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는 게 빠지면 하루 일과 마무리가 안 된다. ㅋㅋ

다섯살 때 유치원에 처음 보낼 때에는 선생님 말씀은 한치의 틈림도 없는 것으로 알고 나랑 싸우기도 많이 했다.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라고 선생님께서 하셨는데 왜 엄마는 그러냐고 갑자기 밥을 먹다 울기도 해서 나를 무척 당황시키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같은 유치원을 2년 째 보내면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장난꾸러기가 점점 되더니 이제 일곱살 세번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똘망똘망 선생님 말씀을 듣느라고 눈을 반짝였는데 이제는 많이 떠들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쳐 학기초에는 무척 고민을 많이 하기도 하였는데...

게다가 막연한 학교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친구와 놀 때에는 큰 소리로 떠들면서 발표할 때는 움츠려들고 소극적인 우리 아이. 이 책의 내용은 정말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다.

자신감도 없고 틀리면 아이들이 놀릴까봐 움츠려드는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더니 틀려도 괜찮냐고 정말 물어본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대답을 하기 힘이 들 정도로 계속 물어보아 나를 지치게 만들고...

하지만 한 번 두 번 읽으주면서 아이는 조금씩 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여기 나온 그림 속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인자해보이고 30명의 아이들 모습도 무척 사랑스럽다.

처음부터 여기 나온 아이들에게 관심이 무척 많아 몇 명인가 세어보기도 하고. 또 자신의 친구들과 누가 닮았는지 살펴보고...

나 역시 우리 아이와 누가 가장 닮았는지 함께 찾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용은 무척 단순하지만 엄마의 백 마디 말보다 동화 책의 내용이 훨씬 더 아이에게 잘 먹히는 것 같고 역시 많은 효과를 보았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씩씩하게 발표를 잘 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지만 타고 난 성격과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차츰 차츰 변하는 우리 아이를 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 드디오 초등 1학년이 되었다. 역시나 놀 땐 한 목소리 하는 아이지만 의외로 또 내성적인 면과 남을 의식하는 아이는 발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일 년 가까이 지내며 우리 아이는 많이 용감해졌다. 틀려도 뭐 어때? 게다가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본 학교 시험. 아주 잘 본 점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심 100점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라... 하지만 우리 아이는 이렇게 말을 한다.

"뭐, 하나 정도는 틀려도 괜찮아. 꼭 맞지 않아도 돼."

하긴 아직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 멀다. 마라톤에서 처음에 조금 뒤쳐진다고 해서 결코 앞 날을 알 수 없고 그 결과 역시 단정지을 수는 없는 법.

사랑하는 아들아, 틀려도 괜찮아.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갖는게 훨씬 좋단다.

그리고 이왕이면 틀려도 괜찮지만,  제발 똑같은 문제를 틀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요렇게 말하고 싶은 욕심 많은 엄마이기도 하다. ^^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낯선 환경, 영어로 읽고 쓰고 전혀 준비가 안 된 아이가 영어로 모든 과목을 시험보고 또 친구들과 말을 해야 했을 때 아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난 일년이 지난 지금도 영어가 싫고 초중고 대학 까지 공부했음에도 영어가 절대 유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겨우 이제 영어 기피에서 벗어난 실력이니까 말이다. 

"틀려도 괜찮아" 이 책은 가끔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내게 주는 동화같다. 영어가 좀 틀리면 어때? 

이제 배짱을 부리듯 내 말을 못알아듣는 네가 답답할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용감하게 전화를 하고 당당하게 길을 나선다. - 사실 정말 불편한 점이 많지만 영어로 말하는게 문장이 조금 틀리고 발음이 틀리다고 입 다물고 살 수 없는 타국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꾸 틀리면 안 되겠지? 하나도 안 틀리는 그 날까지 영어 열공 모드를 유지해야할텐데 걱정이다. 왜 영어권에서 살면서도 영어가 그리 싫은지 모르겠다.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할텐데... 반면 여전히 틀리는 우리 아이는 나보다 용감하다. 싱가포리언 친구들도 제법 생기고 늘 밖에서 함께 노는 게 즐거운 아이. 

좀 틀리면 어때?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거, 그리고 점점 발전하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겠지. 

나중에 한국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영어 공부를 한 것 만큼 다시 국어로 모든 수업을 따라가려면 힘이 들 테니까. 그래도 난 내 아이를 응원하고 격려할 것이다. 지금의 힘든 고비를 넘긴 것처럼 앞으로도 또 한 번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영어도 따라가는데 말 잘하는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쯤이야~ 이렇게 생각하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