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 때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9
레이먼드 브릭스 글, 그림 |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핵실험을 한다는 뉴스가 여기 싱가포르에까지 들립니다. 그 이외에도 요즘 이런 저런 안 좋은 소식 때문에 늘 한국 뉴스를 시청하고 있지요.

겁많은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그리고 왜 도대체 북한이 저렇게 하느냐고 묻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정치에 대해, 또 전쟁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바쁘답니다. 한국에 가면 새로 사야 할 책이 점점 늘어갑니다.

전쟁에 대한 소재를 가진 그림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니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몇 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많습니다. 아동에게 알맞는 동화책 뿐 아니라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 상당히 많이 있지요.

나 역시 전쟁이란 텔레비전을 통해 다른 나라의 모습을 보거나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을 역사책 안에서, 혹은 드라마로 보았을 뿐입니다.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일제 시대의 암울했던 경험과 한국전쟁의 비극에 대해 몸소 겪은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 들을 때 전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아마 이제 우리나라에 다시 전쟁이 터진다면 그 땐 정말 “핵”이 도입될 것 같지요.

<산타 할아버지> 와 <눈사람 아저씨>를 통해 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좀 주제가 무거워서 선뜻 아이에게 읽어주기가 그랬지요. 하지만 역시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었고, 역시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그래도 재미는 있겠지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그냥 읽지 않고 지나쳤다면 몹시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에 감동이 물결을 치며 이야기와 그림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고, 처음 읽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 우리 아이의 마음 깊이 눈을 감으면 두 노인이 손을 붙잡고 나란히 누워 시편 23편을 낭송하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유머와 풍자가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책 안에도 들어있어 슬프면서 동시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지요.

만화처럼 칸칸이 그려진 그림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조그만 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만이 등장하여 대화를 나눕니다. 또한 전쟁을 준비하는 장면은 책 전체 커다란 그림으로 나오면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지요.
커다란 미사일은 막 쏘아 올리기 직전 같고 하늘을 날아 어디론가 향하는 미사일과 바다 안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잠수함. 핵폭탄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빛이 나는 광경. 정말 기분이 묘해집니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보는 북한 핵 무기 실험,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사진 자료가 나오는 일본 원자폭탄 투하 - 버섯구름들.

사실 워낙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늘 못살게 굴기 때문에 나 역시 일본에 악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업네요. 사람 개개인이야 무슨 죄가 있을까 하지만 정말 뉴스를 접하며 간혹 듣는 일본 정치가들의 말과 행동은 정말 얄미움 그 자체.
그래서인지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 폭탄 때문에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고 우리나라의 독립이 이뤄진 것 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지 그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를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해도 있는데...  지금은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아 서둘러 핵무기를 감축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견제를 하고 대화를 통해 조약을 맺으면서 위험성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만일 정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참혹할 것 같지요.

레이먼드 브릭스가 이 책을 쓸 당시 영국에서는 핵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사람들은 반핵운동을 심각하게 벌였다고 합니다. 작가 역시 반핵운동에 가담을 했고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것이라고 하네요. 

그 때문에 이 책의 배경은 영국의 조그만 시골마을이랍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나갑니다. 아마도 퇴직 후 조용하게 편안히 지내고 싶어 시골로 왔지만 그래도 국제 정세에 간심을 기울이고 늘 새로운 소식을 듣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읽고 다른 정보도 얻고 합니다. 
반면 할머니는 그냥 집안일을 하고 멋진 가정을 꾸미는 일에 관심을 쏟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요즘에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여전히 오늘도 도서관에 갔다 온 할아버지. 전쟁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가 참 재미있어요. 그리고 전쟁을 이미 겪었기에 그들의 대화에서는 1,2차 세계대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예 전쟁은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이야기 속에는 정말 <핵무기>가 미치는 엄청난 피해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언제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고 서둘러 방공호를 만들자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핵전쟁에 대비해 만든 정부 지침서와 지방 의회 지침서까지 가지고 온 할아버지는 그 책을 토대로 옥내 대피소(방공호)를 만드는 할아버지.
하지만 그것은 정말 허술하고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힐 따름. 과연 그것으로 핵폭탄으로 인한 충격과 방사능의 오염을 막을 수 있을지 어떻게 이런 지침서가 나왔을지...
아마도 작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국민들이 국가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옥내 대피소를 만들자마자 정말 핵폭탄이 터지고 두 노인은 대피소를 피신을 합니다. 담아놓은 유리병 안의 물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깨지고 전기가 끊기고 통신은 두절되지요.
당연히 방송도 되지 않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바깥 상황이 너무 궁금하지만 꼭 자신들을 구해줄 누군가가 올 것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비상식량을 챙겨야 한다고 서두르는 장면, 엉터리 같은 지침서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좁은 대피소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이나 바깥의 맑은 공기를 쐬자며 집을 나서는 장면. 아무데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화장실 사용으로 할머니와 다투는 모습 등 무거운 주제를 다소 밝게 만들고 있습니다. 탁월한 작가의 유머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방사능에 오염이 되어 서서히 몸에 이상증세가 생기고 서서히 죽음의 문턱으로 다가서고 있지만 삶의 끈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예전에 <타이타닉> 영화를 보며 배가 가라앉는 장면에서 악사들이 마지막 연주를 끝내고 모두 돌아가려고 할 때 끝까지 않아 찬송가를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때도 참 많이 울었는데... 

작은 그림 속에서도 그들의 몸이 아파오고 이제 창백해지면서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들도 지금이 자신들의 마지막을 아는 듯 기도를 하고 성경을 외우는 모습에서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힘없는 사람들임을 상기시키지요.
정말 앞으로 이런 참혹한 현실이 펼쳐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언제나 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전쟁에 대한 소재를 다룬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쟁이란 역시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기 나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비록 방사능 오염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그들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마지막 부분은 아직도 내 머리에 깊이 남아있네요.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전 세계 사랑과 평화가 있기만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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