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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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열 살. 앞으로 10년이 지나서도 서로 사랑으로, 또한 평생 이렇게 보내고 싶어요.

너무나 어릴 때 아이에게 읽어준 책이었지만 지금까지 늘 마음 속에 남는 책. 그리고 나중에 우리 아이가 멋진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 누군가의 아빠가 되고 내가 늙어 힘이 없을 때 우리 아이가 내게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있는 한 /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제 마음대로 곡을 붙여가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면서 노래를 불러 주었답니다. 마치 자장가와 같기도 하고 언제나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아름다운 노래 같아요. 아기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무척 느껴집니다.

이 책을 우리 아이 돌 무렵에 사서 읽었을 때는 그냥 재미있게 그리고 책에 나오는 자장가를 제 맘대로 멜로디를 붙여 가면서 읽어주었답니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 아이를 재우면서 잠자리에서 읽어주기에 참 좋은 책이더군요.

아기가 태어나서 점점 자라면서 겪게 되는 일상생활의 모습이 참 잔잔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점점 우리 아이가자라면서 이 책에 있는 장면과 비슷하게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재미있고. 이제 일곱 살이 된 우리 아이는 자기도 이런 아기 때가 있었는지 보면서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갓난아기 때의 장면을 보면서는 책에 나온 그림처럼 제 무릎을 베고 똑같이 누워있기도 하고, 기어 다니거나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그림을 흉내 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책을 보았지요.

그런데 언제 어느 날인가 변함없이 이 책을 읽어주는 데 갑자기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아이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제게 묻더군요.  “엄마, 엄마도 나중에 크면 이렇게 할머니처럼 되는 거야?”라고...

전 그냥 별 생각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지요. 사람은 누구나 늙는 거라고, 남자는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고, 엄마는 여자니까 할머니가 된다고.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우리 아이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니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엉” 거리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운 저. 옆방에 있다가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 놀라 뛰어온 아빠까지, 잠시 후 살살 달래어 물어보았습니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이렇게 주인공을 고이 기르던 엄마가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 되고 더 이상 힘이 없어 아들을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할머니가 된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지요.
언제나 저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의 외할머니는 아직 젊으신 편이지만 머리가 백발이고, 남편이 7남매의 막내다 보니까 시부모님들의 연세가 좀 많거든요.
제가 한 말이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실제 모습과 겹쳐져 더 충격이었는지, 겨우 달래고 난 다음 우리 아이가 한 말은 어떻게 하면 빨리 할머니가 되지 않는가 하고 묻는 것이었지요.

항상 운동을 열심히 하면 노화가 방지된다고 이야기해 주자, 그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엄마! 오늘, 운동했어?”하고 묻습니다.
아이 덕분에 그동안 하지 않던 운동을 하게 된 것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효도(?) 덕분에 제가 건강관리를 잘 하게 된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제 남편은 절대로 이 책을 아이가 읽을 수 없도록 보이지 않게 숨겨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지요. 너무 울어서 놀란 남편의 반응 또한 황당합니다. 그렇다고 책을 감춰놓으라니...

하지만 저 역시 그 때 아이가 울어서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전 가끔 아이를 품에 안고 이 노래를 불러줍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지금도 이 책을 놓지 않고 아주 가끔 읽고 그 때 일을 이야기해줍니다. 아이는 많이 자라서 엄마가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자신이 나중에 아빠가 된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서 엄마와 함께 아주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엄마는 할머니가 안 되었으면 하고 말하는 사랑하는 내 아이.


오늘도 살며시 잠이 든 내 아이를 품에 앉아봅니다. 이제 무겁고 제법 자라서 품에 쏙 안을 수 없지만, 함께 한다는 게 좋고 내가 품에 앉고 기도해줄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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