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동시집
김용택 동시집, 이혜란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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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주문하고서 막상 내 손에 이 책이 쥐어진 것은 몇 달 후.
나오자마자 선착순 책 구입시, 김용택 선생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다는 말에 덥썩.

사실 작년 우리 아이가 초등 2학년.
엄마의 욕심으로 단 일주일 정도라도 섬진강 변에 가서 김용택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싱가포르에 오게 된 후 그냥 안녕!이 되어버려서...

김용택 선생님과 덕치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집을 몇 권 읽은 아이 역시 마음 한 구석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섬진강 아이들이기에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

이젠 교단을 떠나신 김용택 선생님.
하지만, 여전히 그 곳에 계시기에 나중에 한국에 가면 만나뵐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희망을 버리지 않노라면 언젠가는 꼭 만날 날이 있을 거란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동시집 역시 제목과 같이 나와 우리 아이의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여기 와서 영어와 중국어에 열중하다보니
그토록 좋아하던 동시 감상이나 동시 쓰기를 미뤄왔던 나와 아이는
종종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고
또 동시를 계속 쓰겠다고 한다.

이젠 동시를 한국어로, 또 영어로도 쓰겠지만
우리의 말을 더 많이 배워야 할 시기에 자꾸만 잊어버리는 맞춤법과 낱말 때문에 엄마의 마음이 무척 아프다.

아이들의 깊은 감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표현하도록 애써서 가르치시는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예전에 싱가포르에 오기 직전 텔레비전 인터뷰로 만난 김용택 선생님의 모습과 그 이야기 역시 내 눈에 생생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특유의 반말?조로 말씀하시지만, 애정어린 그분의 표정과 여전히 젋어보이시는 동안의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한다.

아이의 동시인지 어른의 동시인지 읽다보면 헷갈리기도 하고, 그 곳 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정서. 또한 점차 우리의 시골에서 사라져가는 아이들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학교에 오고 갈 때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는다면 결코 느끼지 못하고, 시골이 아니라 도심의 아이들이라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그런 소재들로 꽉 찬 동시들.

하나씩 하나씩 읽으면서, 내가 그런 시골에 살지 못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살았던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 있었던 그 시절 아이와 놀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아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이국의 땅에서도 가급적이면 자연의 모습을 아이와 보며 즐기며 여기서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과 정서를 풍부하게 느끼고 글로 그림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시 속에 나오는 말 한 마디가 이 책의 제목이 되었지만, 이 말은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한 번 쯤은 했던 말이 아닐런지!

논두렁 개구리며
길가에 등구나무
풀잎에 맺혔다가 발등에 떨어지던 이슬방울
얼굴에 걸리던 거미줄
길가에 노란 씀바귀
길을 질러가던 족제비
내 앞을 기어가던 꽃뱀
내 발 앞에 툭 떨어지던 알밤

모두가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다.
시골 길 먼 길을 걸어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갈 때의 기쁨.
고스란히 나와있는 아이들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

교단생활으르 마무리하고 이제는 더욱 시를 쓰고 작품에 몰두하실 김용택 선생님.
보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보는 동시집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절대 희망을 놓지 않고 언젠가 꼭 만나게 되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나와 아이는 싱가포르에서 하루를 또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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