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이야기 카르페디엠 9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초등 5학년 무렵 제가 살고 있는 근처에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장애우들이 함께 사는 곳이 있었어요. 꽤 중증이었던 것 같고요.
그 이전에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은 근처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기도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좀더 따뜻한 말을 하고, 더 잘해줄 것을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하기야 초등학교 2학년이었으니까 그리 철이 든 나이가 아니었겠지만요.

그래서인지 장애우들을 볼 때는 어릴 때부터 보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놀라거나 피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또 가족과 함께 사는 것에만 안주하고 남을 돕는다던가 하는 일에 소홀해지는 것 같아 [피티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에게 이런 삶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또 아이와 함께 장애우에 대해서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마련해보려고 하지요.

뇌성마비. 하면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계세요. 가스펠 송 작사로 유명한 송명희 시인이지요. 그 분의 노래가 정말 아름답고 지금도 제가 흥얼거리는 가스펠 중 하나거든요.
고등학생 때 송명희 시인을 직접 본 적이 있고, 텔레비전에서도 보았는데 그분의 미소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피티 이야기를 읽으면서 피티의 미소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해봅니다.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고 늘 긍정적으로 살았던 피티.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혀 없고 그저 기계적으로 우유를 먹고 배설을 하면 치워주고, 늘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침대에서 그렇게 살았지만, 그럼에도 피티의 미소, 긍정적인 생각, 남을 배려하는 마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절대 마음이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했던 그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역시 그렇지만 바른 정신을 갖고 자라는 피티의 모습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겠어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지만 - 물론 부모가 기관에 맡기기 전까지는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 말을 알아듣고, 의사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서 신체를 움직여 반응을 보이고 최대한 연습해서 말을 배웠던 피티의 모습은 인간승리네요.

백치라고, 전혀 생각을 할 수 없다고 어떻게 그렇게 진단을 할 수 있는지 너무나 기가 막혔어요. 정신박약아는 전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지 지금부터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도 사람들이 무지했다는 것을 알고 무척이나 놀랐어요.

피티의 곁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 특별했던 몇 사람들. 그냥 피티를 기계적으로 돌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피티와 가까워지고 피티와 친구가 된 사람들은 모두 피티에게 반하였지요.
피티 역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삶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되었으며, 피티의 친구들 역시 피티로 인해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또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오히려 피티로 인해 더 소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할까요?

작가는 이 책에서 크게 1,2부로 나눠 피티의 출생과 정신병원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요양소에 가게 되고 노인이 된 후의 삶에 대해 들려줍니다.  
피티와 함께 했던 캘빈, 캐시, 오언 그리고 마지막 친구이자 진짜 가족처럼 되었던 소년 트레버와 만남까지 얼마나 감동적인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피티의 임종 직전 트레버가 피티에게 하는 말을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제 할아버지가 돼 주실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식구가 없고, 저도...... 형제도 누이도 없고, 할아보지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부모님은 늘 바쁘시니까요."
"서류에 그렇게 나와 있어야만 한식구인 건 아니잖아요. 여기에 있는 게 식구지."
"식구는 친구하고는 달라요. 할아버지는 언제까지나 제 마음 속에서 우리 할아버지이실 거예요.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실 거라고요. 전 절대로 할아버지를 떠나지 않아요."

자신이 없어도 더 즐겁게 지내며 삶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트레버에게 말하는 피티 할아버지. 그리고 트레버의 할아버지란 말에 서로를 껴안았지요. 그리고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 속에서 피티 할아버지는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새로운 가족이 된 트레버와 피티. 그리고 트레버는 피티로 인해 자신의 부모님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고, 멋진 친구들도 생기게 되었지요.

작가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만일 피티가 지금 태어났더라면, 적절한 치료와 훈련,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봤어요.
피티 이야기는 장애를 지닌 많은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네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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