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주로 읽은 책이 그림책. 좀 더 자라면서 서서히 동화책이나 학습만화에 눈을 돌렸지 싶다. 가끔 읽는 부모교육서와 드문드문 읽는 책이 소설.
게다가 주로 영미권의 소설을 읽었지, 프랑스 소설은 읽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영화 역시 간혹 보았던 프랑스 영화는 왠지 더 어려운 듯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살가게]라니 제목이 정말 특이하지 않은가! 또한 자살가게의 주인공인 삼 남매의 막내가 아직 열 한 살이라는 것도... 책 소개를 들으면서 난 좀 더 나이가 있을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집안 튀바슈 가문. 남들에게 자살을 할 수 있는 용품을 팔지만, 자신들은 절대로 가업을 이어야하기에 자살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장밋빛 화사한 햇살 한 올 스며들지 않는 조그만 가게. 창이라곤 출입문 바로 왼쪽 하나뿐인데 그곳조차 짐에 가려진 상태. 이쯤되면 자살가게가 얼마나 어두침침하고 우울함을 주는지 알 듯 하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죽지 않는다면 전액 환불이란 말까지...

이렇게 자살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알맞는 자살용품을 찾아주는 것이 그 가문 대대로 내려온 직업인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늘 인상을 쓰고 다닌다. 마치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인양 살아온 그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세 번 째 태어난 아들 '알랑'은 아기 때부터 방살방실 웃어 그들의 근심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자살하러 온 사람들에게 방실방실 웃는 웃음이라니... 알랑은 점점 자라면서 더욱 더 자살가게의 영업에 방해만 된다.

"알랑!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니? 우리 가게에서 나가는 사람들한테는 '안녕히 가세여.'하는 평범한 인사를 하는 게 아니야. '명복을 빕니다.'라고 아예 작별인사를 해야지. ~" 부모들은 알랑의 말에 놀라 늘 이렇게 외치지만 결코 소용이 없다.

언제나 자신은 못생겼다는 말을 듣어서 자신도 그럴게 알고 있는 누나 마릴린, 자살가게 가풍을 그대로 이어받은 장남 뱅상. 하지만 알랑은 어찌된 일인지 늘 밝고 삶에 긍정적인 것이다.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 가져올 때에도, 부모님께 밤인사를 할 때에도 "좋은 꿈 꾸세요."라고 해서 늘 흥겨운 노래까지 부르며 엄마, 아빠를 근심시킨다.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자살가게에서 파는 자살용품을 하나 둘 씩 못쓰게 만들어놓는게 아닌가!
목매다는 밧줄에는 살짝 손을 대어 끊어지게 만들고, 독약이 든 사탕만을 골라서 버린다. 그 이외에도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점점 갈수록 알랑의 행동으로 인해 마릴린도 뱅상도 심지어 엄마까지 서서히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하여 [자살가게]는 정말 자살을 하러 온 사람들을 위한 용품이 아닌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기 위한 장소와 용품으로 바뀌게 된다.

아버지가 알랑을 교육시킨다고 모나코에 있는 자살특공대 연수를 보내지만, 그 곳에서도 알랑은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결국 퇴소당하고 돌아오게 되었고, 알랑의 부재에 허전함을 느끼던 뱅상과 마릴린, 엄마는 무척 반가이 맞이하게 된 것이다.

늘 우울하던 뱅상은 이제 활기차게 삶의 의욕을 갖고 보다 멋진 크레이트를 만들어 팔 생각을 한다. 한편 마릴린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추녀가 아니라 아름다운 숙녀임을 깨닫고 연애하기에 바쁘다.
엄마 역시  "또 오십시오, 무슈." 이렇게 인사를 할 정도로 달라졌고, 온 집안이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에 튀바슈 씨는 절망을 느끼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하려던 튀바슈 씨는 모두가 말리는 바람에 성공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와중에 알랑이 창밖으로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알랑을 보고 형인 뱅상은 늘 자신의 머리에 말고있던 붕대를 풀러서 알랑에게 보낸다.

이제 조금씩 알랑의 몸이 올라오며,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는 자살가게가 아닌 멋진 가족 사업의 꿈을 꾼다. 아버지 역시 마음을 돌리고 콧소리를 내며 웃어젖힌다.
"호호호호, 그것 참 신나겠구나! 그런 게 바로 행복이겠지......"

붕대를 따라 올라오던 알랑은 11년 동안 걸려 행복을 맞이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본다.
모두들 행복과 미래에 대한 신념에 빛나는 환한 웃음을 보며 알랑은 자신의 임무가 완수된 것을 알고............

과연 작가는 어떤 말을 하려고 했을까?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 꿈에도 모르고 읽었기에 내가 받은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하긴 마지막 반전이 아닌 그저 해피엔딩의 결과였더라면 왠지 더 어색할 수도 있을 결말인 듯 싶기도 하다.

아마도 알랑을 따라라는 사람은 없겠지. 어디까지나 허구인 소설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유쾌하게 웃으며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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