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에는 울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엄마'란 말을 할 때문 세상의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했지요.

좀 더 커서 3-4살이 되어서도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잔소리보다는 늘 행동으로 행여나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따라다녔고, 늘 미끄럼틀이며 붕붕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아니면 블럭이나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와 함께 노는 게 일상이었지요.

다섯 살 때 처음 유치원을 보내면서도 그렇게 잔소리를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유치원에 가고, 집으로 돌아와 저랑 놀거나 친구들과 놀 때에도 항상 즐겁게 놀아서였을까요?

어느 새 학교에 갈 날이 다가오며 저는 조금씩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ㅇㅇ야, 이제 혼자 준비물을 챙겨야 해."
    "뛰면 안 돼."
    "자, 빨리 혼자서 책을 읽어 봐."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빨리 일어나야지."
    "학교에 가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제 그만 놀고 공부도 좀 해야하지 않겠니?"
    "장난감 갖고 놀았으면 네가 정리해야지."

첫아이인지라 살짝 두려운 마음도 있어서였을까요?
아마도 제 잔소리를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 일곱살이 되어서 잔소리가 하나 둘 시작된 것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 초등학생이 된 올해는 더더욱 잔소리가 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유치원보다 일찍 일어나 가야하기에 저녁에도 일찍 재워야하고, 학교 숙제며 준비물을 챙기는 것에도 소소히 손이 가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도 자신도 이렇게 잔소리 없는 날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합니다.
정말 신이 났지요.

책을 읽으면서 요즘에는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하려고 하는 제법 머리가 커진 아들이랍니다.
아이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약속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저도 잔소리 없는 날을 만들가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 푸셀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극히 평범하면서도 개구쟁이 소년이지요.
단 하루만이라도 잔소리에서 해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푸셀은 엄마와 아빠에게 강력히 이야기한 끝에 드디어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8월 11일 월요일 딱 하루였지요.
엄마와 아빠, 푸셀의 이야기는 정말 통통 튀는 대화체 자체여서 그런지 책 읽는 게 더욱 재미있어요.

"엄마 아빠는 저한테 늘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 ~ 하루 종일요."
"우리라고 해서 너한테 잔소리하는 게 좋겠니? 방법이 없잖아. 그냥 내버려 두면 넌 아마 절대 세수도 안 할 걸?"

"양치질도 안 할 거고."
"절대로 안 씻다니요,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쳇, 하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간섭받지 않고 지낼 수 없을까요?"
"엄마 아빠 간섭 없이요."
"이런, 맙소사!"

그렇게 해서 잔소리 없는 날이 탄생한 것이지요. 절대 위험한 일을 하지 않기로 단단히 다짐을 받은 후에...
이제,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 오후, 저녁으로 이뤄진 동화를 따라가볼까요?

월요일 오전에는 푸셀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어요.
신이 난 듯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옷을 입고 나온 푸셀 때문에 오히려 엄마는 놀라고 맙니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는 훨씬 일찍 일어나는데, 푸셀 역시 잔소리 없는 날에는 부담이 없고 신이 나기에 일찍 일어난 것일까요?

하지만 세수도 안 하고, 아침으로는 버터 바른 빵에 자두잼을 실컷 먹으며, 하루에 있을 즐거운 일들을 계획합니다.

엄마 역시 늘 하던 "건널목 건널 때 조심해라." 하는 인사 대신 "안녕, 푸셀!"이라고만 하지요. 그래서 더욱 신이 났지만 하마터면 딴 생각을 하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뻔 했답니다.

교실에 들어간 푸셀.
짝꿍 올레가 입냄새가 난다고 찌뿌지지만, 오늘은 잔소리 없는 날이기 때문에 간섭받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더불어 올레와 함께 멋진 아이디어를 짜내는 푸셀.

수업을 빼먹고 계획한대로 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오디오 가게에 들어가서 오디오를 갖고 나오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푸셀.

그리고 월요일 오후가 됩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푸셀. 과연 이번엔 계획대로 될지 궁금하네요.

드디어 생각을 했나봐요. 파티를 하겠다고 결정을 한 푸셀은 엄마에게 파티 준비를 부탁하고 친구들을 초대하러 갑니다.
하지만 짝꿍 올레도 체육관에 가고 없고, 다른 친구들도 갑작스런 파티에 참여할 수 없네요.

할 수 없이 거리로 나가서 파티에 올 사람을 구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엔 길에서 만난 부랑자를 초대하고 맙니다.
이쯤되면 푸셀의 [잔소리 없는 날]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듯.

멋진 파티 음식이 있지만, 파티 손님은 거리에서 만난 술취한 부랑자 아우구스트 씨와 엄마 뿐이지요.
아우구스트 씨가 술에 취한 체 잠을 자고 결국 엄마와 푸셀 둘만의 파티가 시작됩니다.

결국 아빠가 오고 아우구스트 씨를 데려다 준 뒤 잔소리 없는 날은 끝이 난 듯 하지만, 푸셀은 아직도 외칩니다.

"이제 겨우 일곱 시인데요! 자정이 되어야 하루가 끝나는 거잖아요."
하며 밤에 공원에서 자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이런, 아직도 푸셀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느끼는 바라 그리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이들은 역시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하고 싶은 법이지요.
어른들도 그렇다고요? 

결국 12시 정각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허락을 한 부모님. 푸셀은 신이 나서 올레에게 전화를 걸고 같이 야영을 하기로 합니다.
사실 살짝 부럽기는 해요.
저도 어릴 때 야영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인지 더욱 그렇답니다.

숲 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세우고 그 안에서 함께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주고받는 푸셀과 올레.
하지만 고요한 공원에 무슨 소리가 들리고, 푸셀과 올레는 혹시 하며 겁을 먹고 맙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용기를 내 벤치로 간 푸셀은 자신의 아빠가 자신을 지켜주고자 공원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푸셀과 올레.
이젠 어른이 간섭이, 잔소리가 왜 필요한지 알았겠지요?
처음엔 우리 아이도 한 달에 한 번 달력을 넘길 때마다 잔소리 없는 날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는 달라졌네요.

그래도 푸셀처럼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하고 싶다는데요?
부모님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아주아주 멋진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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