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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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고, 난 사실 책꽂이 저 편으로 던져놓았다.
300페이지나 되는 책인데다가 표지조차 칙칙한 느낌에 게다가 제목 역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책을 살 때, 혹은 받을 때에도 제목과 앞뒤 표지를 살펴보고 작가와 출판사, 게다가 옮긴이의 말까지 꼼꼼히 보곤 했는데 영 시원찮았기에 며칠을 그렇게 두었다.

그러다 다른 분이 올린 글에서 이 책이 독일인 소년과 유태인 포로와의 우정을 다룬  내용이라는 말을 살짝 듣고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그럼에도 또 다른 책에 밀려 책을 받고나서 두 주가 된 오늘 난 책을 읽어야할 의무를 느끼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프다고 학교에 가지 않은 아들은 줄곧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 비는 주록주룩 쏟아지는데 밖에 장을 보러 가기도 귀찮은 오늘 먹고 싶다는 주문이 왜 그리 많은지...
중간중간 누가 찾아오고 또 식사와 간식 준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난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그마나 다행이라면 책을 읽는 속도가 제법 빠르기에 오늘 다 읽고 아이 숙제를 봐주고 리뷰를 쓰러 들어왔다.
역시 책을 읽고 바로 쓰는 리뷰는 내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아홉살인 브루노.
우리 아이는 여덟살.
책을 읽는 내내 브루노의 모습 속에 우리 아이의 모습이 엿보였고, 전쟁의 '전'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도 뉴스를 들으면서 국제정세에 대해 물어보고 북한과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묻는 아이인데, 사실 약간은 브루노가 너무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만큼 철저한 보호 속에서 살았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역시 아홉살치고는 지극히 순진해보이는 브루노였기에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만큼 순수한 브루노와 유태인 소년 쉬미엘의 모습에 눈물을 연신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무척이나 궁금했고, 책 뒤표지에 실린 글을 먼저 읽었기에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바랐건만 결국 브루노와 쉬미엘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 당시 독일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브루노의 아버지, 독일의 자랑스런 군인으로 충성을 하고 승진을 하고 나라에 이바지하는 것을 가장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역시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듯.

힘이 없어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한편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기에 잠자코 있는 하녀 마리아와 같은 사람들도 있으며, 브루노의 할머니와 같이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말하며 반대를 하는 소신파. 할아버지와 같이 혈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겠지.

중간에 나오는 코틀러 중위의 아버지처럼 독일이 싫어 떠난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아버지를 숨기고 출세만을 중시하는 코틀러 중위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늘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고 탐험을 좋아하던 브루노.
이제껏 살아왔던 환경과는 너무나 다른 그 곳에서 브루노는 점점 자신만의 놀이를 하며 적응을 해나간다.

온 가족이 함께 산다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처음 꼭 폴란드로 이사를 가야했을까? 불과 아홉살 밖에 안된 브루노에게 그런 장면을 보여줘야했을까 했고, 그 이전에 당시 나치가 저질렀던 만행이 절대로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자신의 행동을 누나에게 틀릴 뻔 했을 때 비로소 브루노는 쉬미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브루노가 쉬미엘에게 그 이상 해 줄 수 있을만한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손을 놓지 않은 그 둘의 모습이 브루노와 쉬미엘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최상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만일 그랬다면~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만큼 가슴을 졸이고 안타까워하고 슬픔만이 내 마음을 헤집어놓는다.

전쟁을 소재로 한 책을 읽었고, 어릴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지만, 유태인의 아픔을 순진무구한 아홉살 독일인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줄무니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난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것 같다.

더 이상의 비극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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