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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ㅣ 사계절 그림책
신혜은 지음, 최석운 그림 / 사계절 / 2006년 5월
평점 :
오늘도 비가 내렸다.
겨울인데 요즘은 비가 내린다. 난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려 쌓인 눈을 보고 싶은데 눈은 오지 않고 비만 내린다.
한 여름 소낙비도 아니고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도 아니다. 하지만 마치 봄비처럼 소리 없이 내리가 말다 내리다 말다 오늘도 그러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온 후 피아노를 치러 가는데 비가 꽤 오고 있었다. 혹시나 유치원에서 올 때도 비를 맞고 온 것은 아닐까 싶어 물어봤더니 그 땐 비가 이렇게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난 피아노 끝날 시간에 맞춰 우산을 들고 마중 나가겠다고 하고, 한 시간 후 우산을 들고 밖으로 갔더니 다시 거의 비가 그쳐있었다.
오늘 비와 나랑은 사인이 맞지 않았나보다!
비가 내리는 오늘은 이 책 생각이 더욱 났다. 비 오는 학교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우리 아이는 어제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 현장학습을 갔다 왔다. 집에서 아이들 걸음으로 20분 정도 되는데 날씨가 제법 봄기운이 나서 그런지 나란히 줄을 서서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학교에 가서 무엇을 했냐고 물었더니,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형들 공부하는 교실도 살짝 엿보고,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형들을 만났던 게 가장 좋았다고 한다.
요즘엔 예비소집일에 만난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빨리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갈 날을 기다린다.
학교에서 끓여먹는 라면!
정말 맛이 기가 막힐 것 같다. 라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비가 오고 배가 고프면 라면 생각이 간절한데 아이들은 어떠할까!
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면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즐거우리라!
“난 다음에도 비가 오면 학교에 무조건 남을 거야.”
“나도!”
선생님과 오붓하게 라면을 먹고 빗줄기가 어느 정도 그치자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주고 받는 말 속에 정겨움이 넘쳐난다.
처음엔 교실에서 우산이 없어 걱정을 하고 또 다른 엄마들, 할머니들이 마중오신 모습을 부러워하던 그들은 오히려 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던 것이리라.
실상 아이들이 몇 백 명 되고 학습 수가 많은 학교라면 과연 숙직실에 가서 라면을 같이 끓여먹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시골 분교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 선생님과 함께 꼭 라면을 끓여먹고 싶다는 즐거운 희망을 갖고 있다.
또한 나 역시 비가 내리고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의 하늘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날씨가 잔뜩 흐려서 집 안도 어두컴컴하지만, 비가 내리는 하늘에도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비 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인지라 언제나 잔뜩 흐린 날 구름을 볼 때면, 밝은 햇살을 볼 때의 즐거운 내 마음과 달리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젠 나도 비 오는 날 파란 하늘은 구름 속에 살짝 숨어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한 아이들은 단순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 것도, 함께 라면을 끓여먹고 놀았던 것도 아니었다. 비 오는 날 구름 속에 숨어있는 파란 하늘을 떠올리며 잠시 힘든 시간이 있더라도 그 뒤엔 항상 찬란하게 빛나는 해처럼 행복한 시간들이 있음을 깨달았으리라!
그래서 난 이제 언제나 이런 질문을 내게 한다.
너도 알고 있니? 먹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