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문득 생각나면 하는 질문.
"엄마, 도대체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 오시는 거야?"
그저께 금요일 저녁 아이랑 책 읽어주는 시간에 우리 아이 또 그렇게 묻는다.
좀 되어 이젠 잊어버렸겠거니 했는데 어째 아직도 산타 선물 타령인지...
꼭 챙기는 아이. 정말 존경스럽다.
생일도 지나 생일선물 받고 올해 학교 들어간다고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방 사라고 용돈받는 것 아이 통장에 고스란히 넣어주었는데... 정말 무척 집요한 아이.
그래서 난 물었다.
"글쎄, 왜 안 오실까?"
"엄마, 산타 할아버지 정말 있는 거 맞아?"
"작년에 유치원에 오셨잖아."
울 아이 하는 말은 이렇다.
"그 산타 할아버지 말고, 진짜 산타 할아버지, 내가 받고 싶는 선물 주시는 산타 할아버지말이야."
그러더니 살짝 덧붙여 말을 한다.
"혹시, 엄마랑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 아니야?"
그래서 일단 아니라고 했는데, 왜 그리 웃음이 나오려는지 참느라 혼이 났다.
도대체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다는 건지, 작년 크리스마스 때 고슴도치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사달라고 해 그냥 지나갔는데 아직도 선물을 받고 싶어 묻는 우리 아이.
"그럼,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 건데?"
"그것 봐, 내가 어떤 선물 받고 싶다고 하면 그거 사서 주려고 하는거지? 다 알아. 정말 수상한데..."
"엄마, 아빠가 산타 맞는 거 같은데."
재작년에도 약간 의심하긴 했었는데 이제 제법 커서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이야기하며 산타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물 하나 더 받고 싶어 계속 집요하게 묻는 것인지...
그래서 저도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아빠에게 물어봐!"
울 아이 당장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갑니다.
"아빠, 왜 근데 산타 할아버지 안 와?"
울 신랑 하는 말 조그맣게 들립니다.
"좀 기다리면 오시겠지."
크리스마스 다 지났는데요? 울 신랑도 적당히 둘러댈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무슨 선물이 받고 싶어? 산타 할아버지 안 오시면 네가 받고 싶은 선물 어린이 날 사줄게."
"그럼 어린이 날 두 개 사주는 거지?"
끝끝내 갖고 싶은 선물이 뭐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고 선물 두 개를 챙기는 아이. 그냥 산타 할아버지 없다고 올 크리스마스엔 이야기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