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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봤다 - 심마니 ㅣ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1
김명희 지음, 한태희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심봤다> 얼마전부터 눈여겨 본 책인데 드디어 아이랑 읽었습니다.
어제인가 오늘 아침인가 주방에서 저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 아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지요. 거실과 주방이 붙어있지만 등을 지고 일을 하기 때문에 가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만 듣고 그나마 수돗물을 틀어 설거지라도 하면 물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평소 언어세상에서 나오는 영어책도 많이 보고 또 <국시꼬랭이 시리즈> 정말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새로 나온 책이 있다는 말에 솔깃 귀를 기울였었답니다.
텔레비전에서 우리 아이가 본 내용이 흔히 산삼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산삼이 아니라 오가피였다는 것이었나봅니다.
이 책을 아이랑 같이 읽으면서 "심봤다" 라는 제목은 산삼을 캐러 다니는 사람들을 '심마니' 라고 하고 산삼을 발견할 때 큰 소리로 외치는 말이라고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책 겉표지에 있는 산삼을 가리켜 '산삼'이라고 알려주었더니 우리 아이 텔레비전에 나온 방송이 생각나는지 이렇게 말을 하네요.
"이게 무슨 산삼이야, 이거 산삼 아니래. 근데 뭐였더라. "
그러면서 산삼이 아니고 다른 말을 생각해내려는데 잘 기억나지 않나봅니다.
저도 주방에서 아이가 보는 텔레비전 내용을 살짝 스쳤기에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았지요. 텔레비전에서는 산삼이 아니었지만 이 책에 있는 것은 산삼이고 동화책이라서 좀 예쁘게 그려놓았다고 말하며 책 표지를 열었답니다.
다른 동화책에서는 책 겉표지를 넘기면 작가 소개라든가 작가가 이 책을 누구에게 준다고 하거나 작가 약력이나 책 소개가 들어있는데 마치 이야기가 시작된 듯 나오는 내용이 너무 특이하기도 했고 재미있었지요.
옛 말에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라는 말이 있지요. 또한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는 말도 있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이 꼭 그런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생각은 좀 다른가 봅니다.
우리 아이가 이 책에 몰입하며 읽으면서 제게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속으로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솝우화였는지 달걀 하나를 가지고 허황된 꿈을 꾸던 어리석은 처녀가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런 어리석은 처녀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책을 끝까지 읽었지요.
하늘에서 하늘님이 씨앗들에게 말씀을 합니다.
"세상으로 내려가 때를 기다려라. 언젠가 맑은 기운을 가진 심마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를 따라가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거라."
마음에 소중히 새기고 땅으로 내려온 많은 씨앗 가운데 한 알은 바위 투성이 깊은 산에 떨어져산 이슬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싹을 튀우고 빨간 다알을 피우고 동자마니 삼이 됩니다.
책을 넘기면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어인마니와 소장마니. 두 심마니의 삼 찾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 모둠자리를 만들어서 산신제를 드리는 장면. 일직 잠을 청하며 좋은 꿈을 꾸기를 원하는 두 심마니.
젊은 심마니인 소장마니는 삼을 캐면 예쁜 색시도 얻고 집과 소도 살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몇 달 전 10년 된 거북이를 사고 싶다고 그만큼 돈을 모으려면 자신이 얼마큼 있어야 하는지 묻던 아이. 그리고 이번 생일날에도 아이는 고슴도치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나중으로 미루고 집에 있는 애완동물이나 잘 기르자고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꼭 멋진 동물원을 차려 자신이 기르고 싶은 동물들 다 기를거라고 하는 아이는 요 장면에서 눈이 휘둥그레져 묻습니다.
"엄마, 산삼이 도대체 얼마야?"
"아마 비싼 것은 천만원 넘을지도 몰라."
제 대답이 끝나자마자 울 아이는 금새 장래희망이 변했습니다.
"앗싸, 나도 심마니 해야지."
너무 기가 막혀 다시 아이에게 말했지요.
"야, 일년 동안 내내 찾아도 산삼 한 뿌리 못 찾는 사람도 있어. 너, 그렇게 할거야."
울 아이 대답이 더 기가 막힙니다.
"엄마, 난 착하니까 아마 산삼을 많이 찾을 수 있을거야."
"엄마, 그런데 천 만원 이면 뭐 살수 있어?"
계속되는 우리 아이 질문에 "아마, 자동차 조그만 것 살 수 있어."라고 가장 쉽게 알려주었더니 무척 신이 나 말합니다.
"그럼 10개 찾아서 자동차 10개 사야지."
자동차는 10개가 아니라 10대라고 하는거야. 하지만 책의 흐름이 자꾸만 깨지는 것 같아 책을 읽었지요. 차 10대를 사서 뭐하냐고 그 돈이면 작은 집도 산다고 속으로만 생각했지요.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큰 돈을 벌고 싶다고 다섯 살부터 꿈꿔온 자신의 장래희망을 한 순간 던져버리고 난 우리 아이를 그냥 착하다고 표현하기엔 무엇인가 큰 모순이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아이의 생각을 알고 있기에 책을 읽었습니다.
소장마니의 꿈속에 신령님이 나타사 잘생긴 아기를 줍니다. 잠이 깬 소장마니는 기쁨에 차고, 드디어 아침 어인마니와 함께 삼을 찾으러 갑니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열심히 질문을 하고 드디어 소장마니가 오가피를 보고 삼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생각이 났는지 텔레비전에서도 산삼이 아니라 오가피라고 했다고 하네요.
여러 날이 지나도록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날이 어두워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빗물에 미끄러져어인마니가 정신을 잃게 되고 온 힘을 기울여 어인마니를 구해낸 소장마니는 동굴로 옮겨 정성어린 간호를 하지요.
하지만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어인마니. 그리고 드디어 소장마니는 정신이 번쩍 듭니다.
"삼! 삼이면 돼! 삼을 구해서 어르신께 먹어야 해!"
처음에는 결혼하고 집과 소를 사고 싶다는 소장마니는 오직 어인마니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삼을 찾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 동자마니 삼을 만납니다.
"심봤다! 심봤다! 심봤다!"
아마도 결론은 여러분들의 생각대로, 기분을 차린 어인마니와 나란히 걸어가는 소장마니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 너무 재미있게 읽으면서 극적인 반전을 통해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이제 산삼 찾겠다는 말을 더 이상 안 합니다. 제가 더 할 말이 없이 책을 덮었지요.
마지막으로 아이가 묻는 말 "엄마, 그런데 왜 소장마니의 등에 산삼이 아직 있어?'
"으응, 산삼은 조금만 먹어도 병이 낫는데. 그래서 함께 나눠먹을 수도 있겠지?"
과연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 책을 자기 전 또 한번 읽어주렵니다. 아마도 첫번째 읽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것 같은 우리 아이의 표정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삼을 찾았지만 자신의 스승인 어인마니를 위해 진심으로 구할 때 찾게 된 산삼.
그림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우리 아이에게 다른 이야기 하지 않아도 책 자체로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동화였던 것 같아요.
이 책에 대한 설명이자 앞으로 나올 다음 책을 기다리면서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꾼·장이들을 통해서 민족 고유의 장인 정신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라는 구절에 공감을 하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이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옛 모습과 그들의 삶을 함께 알아보고 느낄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