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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왕복 여행 ㅣ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3
앤 조나스 글 그림, 이지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
아직도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제 마음 역시 설레입니다.
우리 아이도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또한 책을 보며 멋진 풍경이 있다거나 관광지가 있다면, 혹은 갯벌이나 바닷가,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곳곳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보고 싶어하는 아이.
좀 더 어릴 때에는 배를 타고 싶다며 아빠가 저녁 때 시간이 나면 바닷가에 갔다 오면 안 되겠냐고 해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랑 아이는 멋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검은 색과 흰 색으로만 되어있는 멋진 그림. 요즘같이 인쇄술이 발전된 시기에 오히려 흑백의 그림이 주는 효과가 더욱 멋있어 보이는 그림책입니다.
과연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랑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읽을 때에는 처음 읽었을 때와 달리 보다 더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림이 달라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보았던 책이랍니다.
또한 <휘리리후 휘리리휘> 책을 꺼내 함께 비교도 해보고 책을 찾아보다 같은 작가가 쓴 <바로 또 거꾸로>란 책을 발견하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 책 역시 빨리 보고 싶다고 하네요. 그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저 역시 무척 궁금합니다.
등장인물의 모습은 결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그 그림 속에서 책 속 주인공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다름아닌 지금 이 책을 읽는 저랑 아이가 될 수 있겠지요. 날이 새자마자 집을 나선 우리. 새벽에 날이 밝아올 그 무렵의 주택가의 모습은 그래도 좀 어두컴컴해 보입니다.
동네는 조용하고 새들만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지요. 거리는 한산했고 가게들은 아직 문이 닫혀있고, 구불구불한 농장의 밭고랑을 지나게 됩니다. 작년에 주말농장에 몇 번 가서 아이는 고구마도 캐고 호박도 따고 고추도 땄던 기억에 있어서 밭고랑을 떠올리며 그림책을 보았지요.
그런데 그 밭고랑이 책을 거꾸로 해서 다시 읽을 때면 공장에서 뿜어내는 연기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읽던 아이가 자꾸만 먼저 거꾸로 보면서 어떤 그림으로 변할지 보고 싶어합니다. 또 책을 돌리지 못하게 했더니 자신이 몸을 거꾸로 해서 책을 보지요. 처음에는 이 책의 첫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고 끝까지 다 읽은 다음 거꾸로 돌려보았거든요. 미리 알고 보는 것이랑 모를 때의 느낌이 많이 틀리기에 그렇게 했지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밀밭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그림인데 거꾸로 보면 밀밭은 장대비가 되고 기차에서 나오는 연기는 장대비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가 되는 모습이였답니다.
또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영화관의 모습이 책을 거꾸로 했을 때 식당으로 변한 모습이였지요.
자신의 집을 떠나 거리를 지나고 밭고랑을 지나고 밀밭이며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을 돌아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파도가 높고 물살이 센 바다를 향해 달리는 차는 습지를 지나고 여름 별장지를 지나 드디어 도시로 향합니다.
다리를 건너 드디어 도시로 들어간 우리는 지하철도 타고 영화도 봅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집에 갈 준비를 합니다.
이제 책을 거꾸로 돌려 높은 건물을 내려와 그 건물을 올려다보고, 식당에 와 식사를 합니다. 주차장으로 가서 다시 차로 타는데 아까 보았던 기차역이 이제는 주차장으로 변신을 하였지요.
지금까지 읽었던 책을 다시 거꾸로 돌려 되돌아가며 보기 때문에 아이는 전에 어떤 그림이 이렇게 변했을까 너무 신기해하며 감탄을 합니다. 저 역시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올까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휘리리후 휘리리후> 책도 멋있었지만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었고 또 책 전체 가득 그려진 배경 그림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각 페이지마다 꽉 찬 그림을 다시 거꾸로 돌려서 전혀 다른 그림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도시 여행, 나 역시 작년 아이를 데리고 63빌딩에 갔던 적이 있었지요. 아파트만 늘상 보던 아이는 한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서 무척 높은 빌딩 숲으로 우거진 여의도에 갔지요.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고 또 전망대에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느낌을 아이랑 마주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아이는 연신 감탄을 해대었습니다. 전에 읽었던 <구름 공항> 책을 떠올리면서 혹시 구름이 발 아래 보일까 궁금했던 아이의 실망스런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이 책을 보고 있으니 그 때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는 63빌딩을 다녀와서 나중에 <구름공항> 책의 주인공처럼 꼼 미국에 가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랑 멋진 환상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둘 만의 여행.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여행이 주는 신비로움을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지요.
<기묘한 왕복 여행> 정말 번역이 너무 자연스럽게 잘 되어있는 것 같지요?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정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