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멈과 호랑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
박윤규 지음, 백희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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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꼬박 10년 전 일이지요. 그 시절에 워낙 유명했던 전시회가 있었으니 제목이 아마도 <엄마 어렸을 적에> 이였을까요?
저도 70년대 태어났기에 흑백텔레비전을 보고 또 학교에서는 조개탄과 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웠으며 절말 양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던 아이들도 있었던 시절. 그리고 겨울 철 내복은 빨간 내복이었고, 언제나 먼 길도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쉴 새 없이 멀미를 하고 버스 안내양 누나가 엄청 멋있게 보였던 그 시절을 겪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음악 시간이 되면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기억도 났기에...

부모님 세대부터 우리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그 전시회가 얼마나 좋았고 조카아이들 손을 잡고 우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전시회 생각이 납니다.
닥종이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작품들.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형들의 모습도 좋았지만, 교실 안의 모습이나 초가집, 기와집 안의 풍경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전시회가 너무 좋아서 사진이 담긴 책을 사 고이 간직하려 했건만 결혼한 언니가 미국에 갈 때 가지고 가고 싶다는 말에 솔깃 넘어가 흔쾌히 주었지요. 지금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왠지 아깝기도 하지만, 미국에 가 우리의 문화와 옛 우리의 발자취를 많이 소개하였다는 말에 위안을 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닥종이로 만든 인형에 대한 매력과 향수.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이런 전시회가 또 있으면 아이랑 꼭 가야지 하면서도 적극 찾아보려 하지 않고, 제 눈에 보이는 다른 것도 다 갈 수 없는 요즘 시대. 영화도 보고 싶고 놀이공원도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도 모두 다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풍부해진 것 같습니다.

작년 <구름빵> 책을 읽고 우리 아이는 구름을 만져보고 싶다고 하고 주인공 고양이 남매의 모습을 무척 부러워하였지요. 그런데 이번에 <구름빵>을 지은 작가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인 <팥죽할멈과 호랑이>의 그림을 그리셨다는 말에 재빨리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그냥 그림이 아니라 닥종이로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보고 싶었고 관심이 갔던 책. 닥종이만 보면 10년 전 전시회가 떠오르고 왠지 모를 우리나라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것 같기에 더 좋았던 책이었지요. 게다가 이번 겨울 <미술관 동화여행>에서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에 더 행복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가신 제 할머니의 모습도 생각이 났고, 또 고생스런 시절을 보낸 대한민국의 할머니들 생각도 났습니다.

어린 시절 전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허리가 구부러지고 키가 작아지는 걸로 알았습니다. 고생을 했기에 먹을 것이 부족하던 그 시절 궁핍하게 살았기에 허리가 굽어지는 것을 모른 채 그냥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 걸로 알아왔지요.
책 속 <팥죽할멈>의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고 하는지 아이는 신나게 책을 읽는데 저는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팥죽할멈>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아이에게 많이 들려주었는데 동화책으로 만나는 것도 이 책이 세 번째였지요. 우리나라 전래동화 전집 속에 있었던 팥죽 할머니, 그리도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또 한 번. 그렇게 읽었지만 항상 읽어도 재미있는 우리의 옛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림도 너무 좋고 해학적인 호랑이의 표정이 무척 잘 드러나 있으며 우리의 할머니 모습이 어찌 닮아 보이는지 아마도 책을 읽는 모든 엄마들은 그렇게 느꼈으리라 생각하지요.
구수한 구어체의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구수해지는 우리의 말은 아이들을 옛날 호랑이가 살던 그 시절로 데리고 갔답니다.

우리말의 묘미와 가락의 구수함, 멋진 흉내 내는 말들이 어찌나 많은지 저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지요.
깊고 깊은 산골에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니,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고, 동네 이웃도 없고 그렇게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게다가 팥죽을 팔팔팔 잘도 끓여서 <팥죽할멈>이라고 하는 할머니.
그런데 그 팥죽할멈이 팥에서 김을 매는데 집 채 만한 호랑이가 떡 나타납니다. 역시나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온 호랑이. 떡 벌어진 입이 어찌나 큰 지 정말 팥죽할멈이 통째로 다 들어갈 것 같지요.

하지만 재치 있는 우리의 멋진 팥죽할멈은 기지를 발휘해 일단 위기를 넘기게 됩니다. “호랑아, 호랑아, 나 죽는 건 괜찮지만 눈 내린 겨울에 너도 먹을 것 없을 때 맛난 팥죽이나 실컷 먹고 나서 꿀꺽 나를 잡아먹으렴.”
그 말에 솔깃한 호랑이는 크게 ‘어흐엉’ 고함소리를 지르고 순순히 물러갑니다.

하지만 쨍쨍 여름도 팔월 한가위 가을도 펄펄 눈이 내려 산도들도 새하얗게 덮인 겨울 동짓날이 되었지요. 부엌에 웅크리고 앉아 팥죽을 쑤고 있는 팥죽할멈은 곧 호랑이가 와 자신을 잡아먹을 거란 생각에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꺼이꺼이 우는 팥죽할멈 앞에 나타난 알밤 한 톨.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달린 알밤 한 톨이 아이의 눈에도 무척 귀여웠나봅니다. 닥종이로 만든 팥죽할멈과 호랑이, 그리고 여러 도구로 만든 소품과 사진 같은 그림에 낙서한 듯한 깜찍한 그림까지 그림책 속에서 서로 조화되어 더욱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눈 덮인 겨울 풍경이 너무 좋네요.

“할멈, 할멈, 팥죽할멈, 뭣 땜에 우는 거유?” 물어오는 알밤에게 할머니는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알밤의 요구에 따라 맛난 팥죽 한 그릇을 주지요.

알밤에 이어 계속 등장하는 귀염둥이들. 사물이 의인화되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깜찍하고 또 반복되는 대화가 정겨운지요.
게다가 ‘엉금엉금’ 기어오는 자라에 이어 물찌똥은 ‘질퍽질퍽 탁탁’ 오더니 팥죽 한 그릇 먹고 부엌 바닥 드러누웠습니다. 또 ‘뾰족뾰족’ 송곳이랑 ‘깡충깡충 콩콩’ 물찌똥에다 ‘덜렁덜렁 쿵쿵’ 돌절구는 부엌 문 위로 올라가고 멍석은 ‘데굴데굴’굴러와 부엌 앞에 떡 자리 잡고 마지막으로 지게가 겅중겅중 껑충 오더니 마당 감나무 옆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요! 물찌똥이 뛰어올라 팥죽 한 그릇을 먹는 장면이나 맷돌이 부엌 문 위로 올라가는 걸 바라보는 팥죽할멈의 모습. 아이랑 저는 정말 너무 재미있어 신나게 웃었답니다.
다른 팥죽할멈의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림이 이처럼 재미있고 이야기 전개도 정말 좋아서...

이제 또 누가 올까 하는 팥죽할멈에게 드디어 모습을 보이는 호랑이는 집 채 만한 몸집으로 저벅저벅 쿵쿵 오고 있습니다. “어흐엉, 팥죽도 먹고 할멈도 잡아먹으려 왔다.”는 호랑이의 말에 날씨가 추우니 아궁이에서 몸부터 녹이라고 팥죽할멈의 말에 흔쾌히 승낙하는 호랑이.
과연 팥죽할멈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하지만 이제 마치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림은 여러 사물들이 어떻게 호랑이를 혼내주는지 정말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없이도 그림만 보면서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는 알밤과 자라와 물지똥, 송곳, 돌절구, 멍석에 마지막 지게까지 정말 한 순간의 오차도 없이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와 그림이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라면 더욱 좋아할 우리의 옛 이야기를 이처럼 멋진 그림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 들어있는 책.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매일 몇 번이나 읽어도 절대 지루하지 않는 우리의 멋진 옛 이야기랍니다.

어린 시절 늘 할머니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추운 겨울 아이와 도란도란 알밤이랑 고구마를 구워먹고 책을 읽으며 지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중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이 느낌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대물림해서 들려줄 수 있는 동화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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