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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는 일기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제가 잠시 집에서 아이들 수업을 할 때, 아이들 그림 일기 지도를 함께 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우리 아이가 다섯살이였는데 아이도 옆에서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말이 일기지 그냥 그림이었고 사람을 그릴 때면 겨우 형태가 나타났지만 워낙 제가 우리 아이의 그림을 좋아하고 또 아이 역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일기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하루 동안에 있었던 일 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했지요.
그리고 작년. 저도 일을 쉬면서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림 일기>라는 것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림은 그림 일기장이 아닌 스케치북과 도화지에다 그렸고 또한 아이의 그림은 하루 생활 중 경험한 일이 아닌 아이의 관심사였던 공룡이나 만화 주인공이였지요.
그 후 2006년 올해가 되었답니다. 어느 새 일년이 지나갔는데 지난 봄 집안 정리를 하다 쓰다 남은 그림일기 스케치북을 3권 발견하였지요. 잘 되었다 싶어서 새것만 추려 한 권의 일기장으로 만들었답니다. 나머지는 괜찮은 그림 모아 다른 곳에 두고...
그런 다음 가끔 아이랑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요. 일기를 쓰면서 가끔은 절대 엄마에게 혼이 난 이야기는 안 쓰겠다고 하는 아이랑 다투기도 하고, 또 언제나 일기 시작에 '나는 오늘' 혹은 '오늘 나는'이라고 하는 아이랑 일기를 쓸 때 '나는'이랑 '오늘'이라는 말은 안 쓰는 게 좋다며 아직 일곱살인 우리 아이에게 열심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기의 원칙과 빗나가면 어떨까 나도 창의적인 글쓰기를 권장하는 사람임이도 우리 아이에게는 왜 원칙을 적용하며 아이랑 싸우는지... 울 신랑 그 모습을 보며 웃습니다. 어릴 적 학습 효과가 대단한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께 일기 검사 받으며 또 일기를 쓰는 법에 대해 배운 내용이 아직 제 머릿속에 이렇게 박혀있습니다.
물론 절대 엄마의 말에 수긍하는 아이가 아니지요. 워낙 고집도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엄마가 많이 밀린답니다. 또한 "일기는 하루 동안에 있는 내용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 반성해야 할 일을 쓰는 거야," 역시 학습효과 잘 된 엄마 답게 아이에게 열심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책을 제가 먼저 읽으며 아이가 유치원 갔다 오면 빨리 읽어줘야지 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거였지요. 하루종일 있었던 일의 나열. 결국 저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일기'의 정의가 무엇이고 누가 과연 일기는 이렇게 써야한다고 한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가 쓰고 싶은 대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자꾸만 제가 간섭하는 게, 오히려 아이의 글솜씨를 발휘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저해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지요.
언젠가 문장력도 더 매끄러워지고 또 앞 뒤 문맥이 자연스러워지고 또 받침도 빼먹지 않고 특정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도 알게 되겠지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랑 책을 많이 읽고 즐겁게 아이랑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평소 앤서니 브라운과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동화를 무척 좋아하는 저.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아이 역시 두 작가를 무척이나좋아합니다. 보통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전 제가 먼저 책을 읽는데 이 책 역시 아이 유치원에 갔을 때 온 터라 받자마자 제가 먼저 읽었지요.
그래서 처음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만 읽어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장면이 나올까 상상해보라고 했지요.
그 다음 책을 읽고 그림을 보여주며 다시 읽어주었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이는 너무 신이 나 그림을 보고 즐겁게 웃습니다. 엄마는 왜 안 웃냐고 같이 웃자고 하면서요. 저는 일부러 아이가 일기를 쓰는 듯한 말투로 책을 읽느라 웃지 않았는데 아이는 제가 이 재미있는 그림과 이야기를 보고 왜 웃지 않는지 궁금했나봅니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 일과가 담긴 오늘의 일기. 아침부터 일어나 잠이 들기까지의 내용이 있지요. 하지만 그림과 함께 본다면 180도 달라지는 내용에 배꼽을 잡고 웃게 됩니다.
도대체 집이 어디인지, 아침을 울리는 자명종이 무엇인지, 옷을 갈아입는 모습도 다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게다가 식사 시간에 먹는 삶은 달걀은,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입을 다물지 못하였지요.
학교나 선생님의 모습도 친구 '수'의 정체도, 아무리 비포장도로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는 엄마의 자동차는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지 못하였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굉장한 그림입니다.
한 장면 장면 얼마나 이 책을 쓰기 위해 고심을 했는지 너무 재미있는 그림에 아이랑 저는 보고 또 보고 정말 열심히 책을 읽었답니다. 어찌 되었든지 동화는 상상의 산물이기에 주인공이 이런 집에 살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주인공의 상상 속 그림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상력이 풍부한그림동화를 접하는 우리 아이 역시 멋진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지요.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여준다고 하면서 저 역시 기성세대라는 생각에 고정관념으로 아이를 대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멋진 상상의 날개를 펴 준 참 멋진 책. 그리고 요즘 아이가 당면한 과제인 <그림 일기>에 대해 엄마로서 반성도 하게 된 그런 책이 되었습니다.
부모교육서가 아닌 그림동화인데 이 짧은 이야기와 멋진 그림을 보면서 매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주인공 아이는 잠이 듭니다. 그 아이를 아빠가 안고 올라갑니다. 과연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유치원 방학 숙제로 그림일기를 써오라는 말에 문구점에 가 새 그림일기 스케치북을 샀습니다. 오늘 처음 그 일기장에 일기를 썼습니다. 최대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었지요.
내일 우리 아이의 일기 뿐 아니라 긴 하루동안 <오늘의 일기> 주인공의 내일이 어떠할런지 아이랑 <내일의 일기>를 써보렵니다. 우리 아이가 생각하는 여주인공 '나'의 내일의 모습이 무척 기대가 되지 않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