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쿠바로 떠났으면 좋겠어요 - 쿠바를 일상처럼 여행한 작가 시골여자의 깊이있는 울림
시골여자 지음 / 스토리닷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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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이죠. 쿠바로 떠나고 싶습니다. 카메라 한 대가지고 떠나면 쿠바가 얼마나 좋은 카메라적 시선에 빠지게 될는지, 소위 사진에 있어서 노는 물이 다른 곳이라는 것을 금방 느끼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중남미 지방의 뜨거운 열대 해양성 기후의 사람들 특징이라고나 할까요. 겨울이 없는 나라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해맑은 느낌이죠. 가난해도 표정들이 뭔가 다르게 밝다고나 해야 할까요. 없이 살아도 여유가 있는 표정들. 비록 부유하지 않을지라도 각박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길거리마다 골목마다 기타 현 음이 울리고 색소폰 소리, 드럼 소리가 올려 퍼지는 길 위의 음악가들에게 리듬에 맞춰 몸이라도 등실 등실 흔들어 볼 일입니다. 삶이 어쩌면 쪼잔해 보이지 않는 표정들에서 굵은 타바코 시가 한 대 물고 카메라로 V라고 외쳐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한 사진이 나올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어이, 저기 카메라 치워."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곳. 바로 쿠바의 사람들일 것만 같아서요. 혹시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보셨는지요. 매장 내에 유의 사항 안내 중에 이런 문구가 있죠. "카메라 대환영". "촬영 가능". 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서점에서도 마음 놓고 찍어도 눈치 받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신납니까. 어디 중고 알라딘 매장의 안내 문구처럼 쿠바는 카메라에 저항감이 없어 보이는 듯한 느낌일까요? 혹시나 물론 사진 한 번 찍혀 주는데 100원. 이래도 좋습니다. 까짓 꺼 100원 동전하나 건네면 그들의 미소라도 볼 수 있고 "카메라 치워"라는 엄포에 당하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은 나라. 바로 쿠바인 거 같아서요.

 

2. 내가 아는 쿠바는 모든 것이 결핍의 나라입니다. 미국의 금수조치와 경제 제재로 인하여 물류가 끊겨버린 곳이었지요. 마치 시간이 머문 듯이 오래된 건물, 앤티크 형 올드카. 그리고 넘쳐나는 시가. 한 달 의사가 받는 월급이 5만 원이라면 택시 운전사가 하루 버는 일당과 맞먹는 이상한 나라. 그 나라는 아직도 체 게바라의 혁명을 꿈꾸었던 이상촌이었지만 결국 낡은 모델의 나라. 카리브해를 두고 수 많은 해적들의 보금자리에서 마셔댔던 독한 럼주의 향미가 길거리 곳곳마다 흘러넘쳐, 그 길가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럼주에 취해서 흥얼거려도 좋은 땅. 쿠바에 가고 싶었습니다.

3. "여보, 옆집 총각(또는 아저씨)가 참 근사하고 멋져 보이던데 그 남자랑 하룻밤 자고 와도 돼요?"라고 물어도 "그래" 멋진 남자는 품어야 맛이지. 그럼 좋아. 아참, 여보 나도 뒷짐 아줌마(아가씨)가 참 이쁘더라고. 나도 하룻밤 자고 와도 되지?" "그럼요. 물론이죠. 내가 받아주지 못한 당신의 젊음을 마음껏 풀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서로 여보와 여보는 옆집 남자와 뒷집 여자에게 어떤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라. (아 내가 오버하나?? 이런 미친), 쿠바에서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나라. 유교적 인습으로는 도저히 이런 통정에 대해 풀어 낼 수 없어도, 쿠바의 사회주의가 섹스의 낭만을 풀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품게 하는 나라.

카리브해의 높다란 야자수와 해변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지나는 여자에게 그 어떤 말로 걸어도 "일몰이 참 아름답죠?"라고 물어보면 "물론이죠. 여행자여. 오늘 밤 이 아름다운 노을이 비치는 내 침대가 비었어요. 당신이 내 친구가 되어줄 수 없는지요?"라고 되물어 올 것만 같은 나라. 그러니 인종이 다양하고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이 지나는 여행객을 향하여 사랑해 오늘 밤 나와 놀자는 말이 저절로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것도 없는 곳. 혹시나, 그렇게 이웃과 통정하고 낳은 자식도 내 자식, 남자식 가리지 않고 구분 없이 열심히 벌어먹어 살리려고 오늘도 올드 카를 타고 손님을 태우며 굵은 시가에 럼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밤이 이슥토록 파티를 여는 여흥의 땅이 쿠바에 대한 환상이었습니다.

4. 쿠바는 노예의 나라이자 저항의 나라였습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을 싣고 와서 노예들이 식민지 건설에 수탈에 동원되었다죠. 19세기까지 아프리카 노예들이 쿠바로 온 인원이 100만명이라고도 합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종일 주인의 배를 채우려 노동을 하다가 일부는 탈출하다 잡혀서 독방에 감금되거나, 일부는 힘든 노동을 사탕수수가 발효된 독한 알코올에 육신을 절여 냈던 섬이었습니다. 노예로 팔려 오거나 태어 났다면 평생을 노동으로 죽어가던지, 혹은 도망가던지, 또는 저항해서 싸우다 죽는 수 밖에 없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남미국가들의 역사가 쿠바와 비슷했지만 쿠바는 사회주의 공산 혁명으로 그들이 이겨냈습니다. 그렇게도 착취당하고도 그들의 한 풀이가 레게 음악으로 녹아있고 패기될 드럼통을 잘라 만든 악기는 고음의 타악기로 놀라운 변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커피 농장에서 나온 커피 가루를 빻아서 굵은 손마디로 짓이겨 끓여 낸 둔탁한 커피 맛에 카페인과 알콜은 그들의 저항에 흥을 불어 넣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짓이겨 끓여낸 커피가 저항의 낭만으로 혁명을 이루어 냈던 곳.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룩한 혁명. 서구 자본이 물러간 나라는 사회주의 이상을 꿈꾸지만 그대로 멈춰버린 자본가의 건축물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으니 결국 쿠바는 올 디스 벗 굿 디스 나라가 되었던 곳이었습니다. 과거에서 멈추어져 버린 듯한 곳에서 낯섦의 시간의 현재에서 과거를 더듬는 느낌이 들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여행자의 시선은 낡아 간 그곳에서 달달한 사탕수수를 닮은 사진으로 자신의 꿈과 의미를 사진으로 담았던 것입니다. 젊은 나이의 처자가 쿠바를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의 내부에 갖혀 있는 일대의 자신이 자기에게 던지는 일종의 시선적 낭만의 혁명을 꿈꾸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5.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노마드를 떠올렸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두 나라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북유럽에서도 북단의 나라인 핀란드와 중남미의 중심에 있는 쿠바였습니다. 항상 여행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쿠바의 여행지를 꿈꾸었길래 당연히 이 책, 당신도 쿠바로 떠나라는 제목은 또 여행을 부추기는 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핀란드는 나중에 별도의 책이 있는데 리뷰 올릴 때 다루기로 합니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새로운 대륙이라며 찾은 섬나라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놀랐다고 했던 그 과거가 현재로 숨을 쉬는 쿠바의 축제가 떠 올리지는 끌림이 사진으로도 만날 수 있으니까요.

6. 쿠바는 원색의 나라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이주해간 노예들이 아프리카 토속의 원형질이 뒤섞여 있습니다. 강렬함, 샤머니즘적인 춤, 썀바의 스텝에서 여지없이 원색적입니다. 카니발의 나라답게 그들의 치장은 노출의 요란함입니다. 축구의 열광이 원색을 더더욱 탄탄한 탄력의 시위가 팽팽합니다. 쿠바가 만들어내는 카메라의 색조와 계조는 그래서 더더욱 강렬한 탄성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일까요? 소위 사진 빨이 잘 받는 땅입니다. 카메라 들고 하루 종일 거리를 헤매며 아무 곳이나 다녀도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 구김의 주름살에 걸쳐진 오래된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바로 가면 좋겠다고 했던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PS : 이 사진 에세이에는 사진이 아주 많습니다. 사진을 보고 리뷰했음을 밝힙니다. 책 속의 글이야 대부분 개인적인 감상의 느낌담은 글이었으니 별도로 언급할 것은 크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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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5: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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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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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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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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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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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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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7: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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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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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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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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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1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쿠바하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생각나요^^:

yureka01 2017-01-12 16:50   좋아요 1 | URL
네 유명하죠..^^..이 책에서도 나오더군요.
쿠바 검색해도 나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2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쿠바는 꼭 한번 가고 싶습니다. 프랑스, 영국 이런 데는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말입니다..

yureka01 2017-01-12 17:1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물론입니다.
체 게바라의 발자취만 따라 여행해보고 싶더군요.

cyrus 2017-01-12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나라에 생각보다 사진 찍을 만한 장소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

yureka01 2017-01-12 17:54   좋아요 1 | URL
사진 찍는데 화내는 대신에, 손을 내민다고 하더군요..
사진 찍는데 얼마 내라는 식이었다는..ㅎㅎㅎㅎ
돈이 부족하니, 사진 찍는 사진가에게 돈달라고 요구하는 곳이 쿠바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야 인물사진 거의 안찍고 풍경사진이나 스냅같은 사진을 찍는 부류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요..ㅎㅎㅎ
아마 쿠바가 사진빨이 아주 잘 나오는 곳중에 하나 일겁니다~

moonnight 2017-01-1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쿠바는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이제 점점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아 걱정;

yureka01 2017-01-13 00:46   좋아요 0 | URL
변화는 늘 있기 마련이죠.다만 앞으오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죠..쿠바도 변할겁니다.

낭만인생 2017-01-12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읽는 글이 이거 군요.. 정말 좋습니다.

yureka01 2017-01-13 00:48   좋아요 0 | URL
사진 찍기 좋아하면 일단 사진을 읽어야 좋은 사진을 찍는 바탕이 되거든요.보이지 않으면 사진은 못찍거든요..사진을 본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앞서 있어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서요...^^.

AgalmA 2017-01-13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미와 북유럽, 스페인 등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오로라가 떠 있는 하늘도 꼭 보고 싶고... 이렇게 아등바등 뭐하고 사나 싶어... 2~3년 안에 한 곳 정도는 꼭 가볼까 합니다ㅎ

yureka01 2017-01-13 09:51   좋아요 1 | URL
그렇게요.이렇게 아둥바둥 뭐하고 하나 싶어요..1년동안 여행 한번 못가보고..아니 여행은 고사하고 관광도 못가고 ..ㅎㅎㅎ
꼭 가셨음 좋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7-01-14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꾸바 꼭 가고파요. 아바나에서 춤을 ㅋㅋㅋ(보겠다는 얘기지요)
고등학교 때 에스빠냐어를 배웠어요. 지금 기억나는 단어는 숫자 5까지 올라, 그라시아스, 베사메무초 정도지만 마음은 아바나로 ㅋㅋ

yureka01 2017-01-14 07:4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저도 희한하게도 쿠바가 땡겨요.사진 찍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나 동남아 이런 곳 가지만 전 안땡겼어요..

강옥 2017-01-14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월초에 사진하는 친구 몇이 쿠바 간다네요.
가이드는 안남용 사진가. 그는 쿠바에 세번쯤 다녀왔다고...
진동선의 ‘좋은 사진‘에 쿠바 사진이 많더군요.

yureka01 2017-01-14 12: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소위 사진빨이라는게 쿠바에는 있거든요~~
그래서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