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없이 크면 됐다. 건강하면 됐다라고 항상 말은 했지만 작년 아이가 고3이 되자 조금 불안해졌다. 내가 땡땡엄마랑 싸워서 혹은 나쁜 맘을 먹어서 성적이 잘 안 나오나. 집터가 안좋은가 ㅎㅎ 공부를 안해서란 생각보단 기타 등등 잡생각과 걱정이 많던 시절, 같은 불안감을 안고 고3엄마들과 선녀님을 찾은 적이 있다. 뭐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식의 바넘효과 같은 애매모호한 점쾌를 받아 들었다. 영험하다는 선녀님은 카드를 거부하셨다.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는 데 평소 알뜰살뜰한 땡땡이엄마가 그럼 현금영수증? 하다가 쫓겨날뻔 했다. 우리가 가고나서 선녀님, 소금 뿌리셨을듯. 땡땡이의 갑작스런 등급의 하락에 땡땡엄마는 자신의 말에 부정 탄 거 아닐까 그 선녀님이 제웅이라도 만들어 저주하는 거 아니냐며 우스개 소리도 하고 잠시 고민도 하고. ㅎㅎ
그런 아이들의 입시가 끝났다. 원하는 곳에 붙은 아이도 있고 생각보다 못한 결과를 받은 아이들도 있다. 어떤 엄마는 몸져 누웠고 어떤 엄마는 홧병이 났단 소식이 들리는 흉흉한 1월, 아이들은 12.31일 12시를 기점으로 술을 마실 수 있음에 기뻐하며, 줌으로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다. 우리 아인 아빠가 꼼쳐놓은 테라에 감자칩. 다들 고만고만한 안주에 줌으로 모여 두런 두런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겐 등급도 학교레벨이라는 것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기쁨을 보며, 힘들었을 고등생활을 무사히 지나왔음에 고맙다.
2002년 월드컵 해에 태어나, 수학여행이며 졸업여행도 제대로 못 간, 선배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트라우마를 겪었고, 살아남아 마스크를 쓰고 고3을 보낸 파란만장한 아이들, 참 고생많았다.
아이는 고민끝에 종합대 대신 과기원 소속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전형적 공돌이가 된다면서, 종합대에서 다양한 교양과목 등을 듣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그런 공돌이 아이에게 권하는 조금은 오래 된? 그러나 제가 참 좋아하는 교양책들을 소개합니다 *^^* 아이에게 추천했더니, 본인 책상 위에 올려만 놓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읽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