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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아직까지 하이쿠를 접해보지 못해 생소한 장르이지만 시인 류시화님이 해설한 책이라 더 관심을 가지고 읽기시작한 책이다.
책에서는 시대별로 하이쿠 원류인 에도 시대 바쇼, 부손, 앗시, 시키는 물론,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에도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인130명의 하이쿠 1,370편을 선정해 일일이 감상과 해설을 달았으며 책 뒤에는 하이쿠의 역사와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해 150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아주 친절한 하이쿠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류시화시인의 노고와 정성이 듬뿍담긴 특별한 하이쿠 소개서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시집이다.
"우리는 떠나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 작가 한마디 중에서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의 하이쿠 모음집은 열일곱자로 이뤄진 세계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라고 한다. 하이쿠는 5 ·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 시다. ‘숨 한 번의 길이만큼의 시’라고 불릴 정도로 짧기 때문에 압축과 생략이 특징이며, ‘모습을 보이고 마음은 뒤로 감추라’가 하이쿠의 기본 원칙이다.
4백 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시인이 하이쿠를 쓰고 있고, 서양에는 하이쿠 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잇사)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이젠)
하이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순간의 미학’이라 할 만한 것이죠. 짧은 순간 피었다 지는 꽃의 생리로부터 삶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하며, 이전의 시에 대한 해설에서 류시화시인은 “모든 하이쿠의 명제는 오늘 이 순간이다. 봄에 쓰는 가을의 하이쿠가 있지 않듯이 유일한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 피는 꽃이다.”라고 합니다. 또 잇사의 시에 대해서는“꽃그늘은 나무 그늘과 다르다. 꽃그늘 아래 서면 살아 있는 것의 어떤 불가사의에 놀라게 된다. 세계는 불가사의하고 삶 자체가 불가사의하고, 꽃이 피는 것도 불가사의하다.”라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단순히 촌철살인의 재치나 말장난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은유와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허무,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단어들 사이에 숨겨 놓는 시가 하이쿠를 읽는 감동과 그것을 소개하는 류시화 작가의 글,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