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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평점 :
종교건축의 아름다움과 지혜 그리고 건축물과 더불어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가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찍어온 사진과 함께 건축물에 대한 느낌과 그안에 담겨진 사연들을 만날 수 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아 건축분야에는 문외한 이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중 몇군데의 인상적인 곳들이 있었다.
먼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 부산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구덕교회'이다. 평소 '빈자(貧者)의 미학'이라거나 '기독교적 금욕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만의 담론을 고수해온 승효상의 건축은 깔끔한 절제와 진중한 함축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거대한 백조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 단아함이 빛을 발하는 건축물이다. 외형이 특이한 건축물을 들라면 '안국선원'도 그 중 하나이다. 먼저 특이하게 생긴 둥그런 외형에 돔(dome) 형식이 눈에 들어온다. 불룩한 지붕이 꼭 비행접시처럼 보이는 우주적 기운과의 합치는 결국은 우주적 기운을 거스르지 않는 것,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님'(不二)을 몸으로 깨닫는 우주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이 합치될 수 있는 사찰 건축에 중력의 개념을 형상화한 형태라 한다. 중력이라는 우주의 기운을, 양손에 실을 들고 가만히 놓았을 때 아래로 처지는 실이 자연스레 만들어 내는 곡선으로 형상화하면서, 그 아름다운 곡선을 살린 건축물이다.
고색미가 완연한 대한성공회의 부산 주교좌성당은 1924년에 완공된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다. '주교좌성당'이란 주교(主敎)를 두고 있는, 교구 전체의 모성당(母聖堂)이며 교구 통할의 중심이 되는 성당을 말한다. 서울 정동의 주교좌 성당과 비슷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 노아의 방주 모형을 본뜬 천장과 외부의 스테인리스 재질과는 달리 안쪽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종탑의 내부구조, 둥굴게 아치형태로 틀 지은 마치 석굴암을 연상시키는듯한 제대공간이 무척 인상적인 성당이다. 당시 목수들의 기술이 뛰어났음을 짐작케 하는 80년을 버텨 온 목구조다. 성당의 형태는 우측 회랑 부분을 제외하고는 건립 당시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80년 이상된 그리스도교 예배 처소로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성당이 유일하다고 하니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정겹게 느껴지는 멋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불교 건축물로는 양산 통도사가 있었다.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다. 자장 율사가 불교 계율을 세우기 위한 근본도량으로 건립한 신라 고찰이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대장경을 봉안한 한국 최초의 적멸궁으로 책은 금강계단과 대웅전을 소개하고 있다. 통도사 경내는 크게 금강계단과 대웅전이 위치한 상로전과 대광명전이 자리하고 있는 중로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하는 하로전의 상, 중, 하단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 하나의 독립된 가람처럼 조성돼 있다. '금강계단’(金剛戒壇)이란 부처님의 계율을 받는 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기 때문에 이 절의 대웅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에는 불상이 없다고 한다.
통도사의 많은 건물들은 중축을 거듭하면서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졌지만 건축에 쓰인 목재가 전반적으로 회색을 띠면서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풍겨 보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해 진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위치한 여러 탑들과 석등은 빈 공간을 적절히 채우고 있어 절이 더욱 운치 있어 보이며 천년 고찰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사찰과 교회, 성당, 무술림 사원 등의 종교건축물드은 일반 건축물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러종류의 건축물을 보면서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고 건축물들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세월의 무게까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종교를 초월한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취재기를 엮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여행한 느낌이 들어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