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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작가, 작가가 사랑한 소설 - 이 시대 최고 작가들의 질투와 사랑을 부른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외 지음, 박여진.한은정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는 안톤 체호프를 고결한 사람이라고 불렀고, 레이먼드 카버는 체호프를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구스타프 플로베르가 없었다면 마르셀 루스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T.S 엘리엇은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을 찬양했으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잭 런던의 작품에는 키플링과 니체라고 하는 두 인물의 숭고한 그림자가 투영되어 있노라고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이 질투하는 유일한 작가가 캐서린 맨스필드라고 하며 칭찬했다. 윌리엄 포크너는 셔우드 앤더슨을 우리 세대 작가들의 아버지라 했고, 밴 도런은 나다니엘 호손 작품 이후 이디스 워튼의 작품처럼 그런 힘과 가치를 지닌 비극을 보지 못했노라고 했다. (p.7)
많은 세월이 흘러도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사람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는다. 이 책에는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그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8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새뮤얼 베케트는 “제임스 조이스에게 형식은 내용이며, 다시 내용은 형식이 되는 셈”이라며 “그의 글쓰기는 어떤 대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체가 대상인 셈”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출신의 시인 지망셍 윌리엄 포크너가 미국문학의 가능성으로 알아본 작가인 '셔우드 앤더슨'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마크 트웨인, 셔우드 앤더슨, 어니스트 헤밍웨이로 이어지는 미국 문학사에 새로운 문체의 중흥을 담당했던 작가로서, 20세기 초반, 당시 역동적인 삶을 살아온 미국인들의 깊은 내면의식을 다룬 작품을 집필했다. 그는 미국 문학에 반기를 들어 인간 생활의 저 밑바닥을 탐색하는 데 정진했으며, 또 그렇게 해서 얻은 인간 내면의 진실과 소외를 일관되게 다루어 온 작가로 단편작품인 '이유를 알고 싶다'가 수록되어 있다. 이밖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로까지 묘사한 '위대한 개츠비'를 쓴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제임스 조이스, 캔서린 맨스필드, 잭 런던, 이디스 워튼, 구스타프 플로베르와 같은 작가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수록된 8편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만난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이다. 안나와 구로프의 ‘불륜’적인 사랑을 다뤘다고 말 할 수 있는 체호프의 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꽤나 모호한 의미, 즉 여러 가지 상충되는 뜻으로 제게 다가왔다.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단편 소설 역시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듯이 보이지만 그 이면은 삶의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체호프의 소설은 쉽게 읽히는 반면 한 없이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이러한’ 선입견을 잔뜩 품은 채, 작품을 읽었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읽어 내지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체호프 특유의 간결성은 소설의 흐름을 단순하게 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이 소설의 주요 흐름은 평범한 삶, 그리고 그 속에서 떠나는 잠깐의 휴식처인 얄따에서 일어나는 하룻밤의 정사, 그리고 결국 서로를 잊지 못하고 불안한 이중생활로 귀결되는 과정들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그러한 외형적 모습이 아니다. 그런 겉모습 이면에는 삶의 진실과 가식, 그리고 변하지 않는 현실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소설에서 이러한 사실과 진실, 현실세계의 모습은 너무도 담담하게 표현된다. 아무런 해결책이나 특별한 언급 없이 단순하게 마무리되는 이 소설에서 구로프가 생각하는 안나에 대한 사랑이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그가 원래 살았던 부유한 삶의 모습이 진실일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고전문학의 훌륭한 사실주의 전통의 계승자인 체홉은 희로애락에 찬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통찰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동시대 작가였던 막심 고리끼는, 체홉이 보여주는 무서운 힘은 진실 속에서 삶의 위대한 문제, 민중, 문학에 대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속에 들어 있다고 보았다. 짧은 단편의 대가인 체홉은 뿌쉬낀, 레르몬또프, 톨스토이와 한 대열에 서 있었다. 또한 드라마 분야에서 혁신자로서의 체홉은 고골리와 오스트로프스끼의 직접적인 계승자이며, 고리끼의 스승이자 선배였다. 이렇듯 작가에게도 영감을 받았던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작가와 작가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어떤 영감이 존재하는 듯한 작품들을 통해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지만 그들의 생각과 감성을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