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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처럼만에 주말을 독서로 보내게죄는 여유로눈 시간을 가졌다. 이 책 손바닥 수필을 잡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읽기 시작했다.
책은 '외로움이 사는 곳', 이 또한 지나가리니', '황홀한 둘레', '세상은 타악기다', 마지막으로 '제주 그리고 바람'으로 소분류로 해서 여러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사회적사명의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는 책머리에 쓰여진 저자의 글에 오랫동안 눈이 머무른다.
글쓰기의 목적이 사회적인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생각처럼 쓰는일을 통한 자아의 확장과 소통의 기쁨 또한 중요한 요소라 생각된다.
'손바닥 수필'이란 책의 제목과 푹신한 새하얀 가죽 소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표지의 자그마한 크기의 책이 삶의 여유라는 측면에서 잘 어울리는 느낌의 책이다. 현대인들은 매일 매일이 바쁘다.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마치 단거리 선수마냥 삶을 뛰며 보낸다. 이럴때일수록 조금은 멈춰서서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라고 늘 생각은 해보지만 안타깝게도 쉬고 싶은 마음만 한 가득이다.
수필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바쁜 삶에서 잠시 내려와 짬짬히 읽기에 아주 좋은 장르라 생각한다. 작가의 글도 대부분 여행길의 감회나 시장이나 미장원같이 우리 생활주변의 장소에서 일어난 일, 만났던 사람들과 관련한 그리 무겁지 않은 주제의 글이다.
탁월한 에세이스트의 글을 읽다보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같은 소소한 사건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요즈음의 나는 어떤 특별하고 특이한 것을 좇지 않는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은 요즘의 내 생활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쟝르같이 느껴진다.
또깍 또깍…….
발톱 깎는 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분주한 일상, 발톱 깎는 시간만큼 오롯한 시간도 없다. 바람은 고요의 바닥을 훼치고, 창밖엔 어린 별들이 글썽거린다. 기다릴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는 저녁, 신경은 발톱 끝에 집중되어 있다. 적막한 공간에 파종되는 소리, 소리들……. 무슨 씨앗 같기도 하고 섬세한 금은세공품 같기도 한 파적破寂의 음향이 시간의 고즈넉한 결 위에 미세한 족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p.40
덧없이 떠내려가는 시간 속에서 가까스로 움켜 올린 몇 날의 쉼표들. 서성이던 시간의 포스트 잇같은 짧은 글들을 엮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수필집은 아주 짧은 분량의 글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두쪽이내의 분량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더 좋았던 부분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전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의 극복을 위해서라도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추한 것은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흠집이 나 있고 볼품없는 물건들은 그냥 내버릴 수도 있지만 ,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그 물건의 아름다운 면과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이치이다.
어느 부분부터 읽을까를 놓고 한동안 망설이다 봄이면 유채꽃으로 상징되는 제주를 먼저 만나보고 싶어 펴든것이 제일 마지막 부분이다. 밖에는 선거 유세차량의 빠른 유행가곡조에 자신을 알리는 가사로 개사한 약간은 저급스럽게 느껴지는 음악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비록 짧은 분량의 수필이지만 작가의 글은 하염없이 감미로운 문체로 이어진다. 모처럼만의 조용한 휴식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오후에 읽었지만 마음만은 평화로운 느낌으로 바꿔준 수필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