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이와 깜빡이 아이 어른 함께 읽는 가족동화 6
김규림 지음, 주누리 그림 / 꿈꾸는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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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의 이야기라구요? 우리의 이야기인걸요!

 




 

집에 돌아가면 거실 벽에 시계가 걸려 있어요그리고 방에 들어가면 또 시계가 있지요내 방 뿐만 아니라 어른의 방에,주방에도욕실에도 있어요. 이제 내 방으로 들어와 살펴볼까요방을 작게 나누면 내 책상 위에도 있고침대 옆에도 있고도또 벽에도 달님을 닮은 시계가 있어요! 시계는 모두 같은 시간을 알려주는데왜 이 방에만 해도 세 개나 있는 걸까요?

 

이 책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시계는 자주 보면서 어른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시간을 알려주는데어른들은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이 중요하지 '시계'는 중요하지 않거든요그래서 어른들은 방에 시계가 세 개 인지 몇 개인지 어쩌면 하나도 없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너무 바빠서요그러나 다정이는 시계 보는 방법을 배우면서 왜 째깍이와 깜빡이같은 시간을 말하는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알려주는지 궁금해 합니다엄마는 정확한 대답을 피해요이런 다정이를 보는 것에서 <째깍이와 깜빡이>시계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째깍이는 째깍거리면서 시침을 움직여 분침이 돌아가고요마찬가지로 시침을 밀어서 시간을 말하지요높은데 걸려서 바깥을 잘 볼 수 있는 대신 사람들의 손에 닿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깜빡이는 깜빡이면서 시간이 바뀝니다숫자로 표시되고 작아서 텔레비전 옆에 놓여 있어요작고 가까이 있어서 청소할 때마다 가족의 손을 타지요이 둘은 서로가 못마땅 합니다시간을 알리는 것은 나로 충분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자신이 있어야 할 이유를 말하면서상대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같은 시간을 다르게 표시하는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지요그래서 매일 싸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두 시계가 시간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을 발견해요시계가 왜 많은지 생각하지 않는 어른다정이의 아빠가 살피게 됩니다시계가 아니라, '틀린 시간'을요그리고 시간이 틀렸으니새것으로 바꾸자고 얘기를 하지요그러나 다정이는 그러기가 싫어요왜냐하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물건은 아껴쓰고 고쳐써야 하는 거라고 배웠고 그러자고 약속했거든요아빠는 웃으면서 시간이 틀리면 해를 끼치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해요하지만 다정이의 예쁜 부탁으로 아빠는 시계를 정확하게 맞추고 하루의 기회를 더 줍니다내일도 틀리면버리겠다는 것이에요다정이는 초조합니다시계들은 어떡구요째깍이와 깜빡이는 놀라서 집안의 다른 시계토끼와 사각이를 부릅니다.

 

과연토끼와 사각이는 째깍이와 깜빡이를 도와줄까요이 얇고 작은 책에서 시간과 시계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물건을 소중히 하는 마음부터 시계들이 보여주는 싸움과 화해그리고 그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놀랍도록 풍부한 내용입니다이 책은 어린이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동화'이기 때문이지요엄마 아빠는 이 책으로 시계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시계를 품고 자는 다정이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됩니다그리고 아이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고시계들의 싸움과 화해그리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배우게 되지요나중에는 응원까지 하게 될 지 몰라요.

 

가족동화를 하루에 몇 분째깍이가 눈금을 두 개 옮기는 정도의 시간만 아이와 함께 봐주세요시계의 세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한 시계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통해 '사람'역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이해하게 되지요그리고 그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해서 싸우는 일의 어리석음과 다른 우리가 서로 도와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어요나의 소중함 만큼이나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거에요어느 곳의 방안에서 여전히 시간을 그리고 있을 <째깍이와 깜빡이>의 일화로 말이지요지금 째깍이와 깜빡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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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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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묻지 않는다충분히 믿을만한 세상인가상상력이 고갈된 까닭인 것일까의심과 물음은 피곤한 것이며개인이 예민한 결과이며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고마음이 어딘가 모난 사람이라는 뜻일까불만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이 온전한 세상에서 그저 ''살기 위해 달려가야 바람직한 것일까무작정 긍정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하루에 세 번못해도 한 번 우리가 인사하는 식탁에 안심할 수 없는 음식이 올라오기 때문이다음식과 함께 있을 독소에는 오감이 없다식탁과 그릇과 음식은 알고 있으니 모르는 것은 우리의 검은 입 속 뿐이다.

 

과학을 믿지 못하는 거요어떤 식료품마다또는 매일 발표되는 미세먼지의 수치나오존 수치나하다못해 내리쬐는 햇빛에도 수치가 적히는 데 말이다이들은 안정선 계수라고 해서 이정도 수치는 비교적 괜찮다는 이야기에 근거를 댄다다른 말로 안심수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러나 정교한 숫자에는 유의하면서 애초에 이 숫자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았다당연히 엄중하며 신뢰받는 기관이 있어서 소비자에게 해로운 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는 연구 결과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그러나 안심계수 수치는 '과학과는 하등 관련이 없'*으며 '매우 정치적인 시스템'**이라는 폭로가 오백페이지 넘게 이어진다. <죽음의 식탁>이다.

 

"독성학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것은 기업입니다독성학 연구에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공적 자금이 그 비용을 댄다면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자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야 하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승인을 얻는 것이 분명 이득입니다." 322

 

일일섭취허용량이 있다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표시된 용량만큼 섭취하는 것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뜻이다그러나 재품에 쓰인 허용치가 제품을 만든 기업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죽음의 식탁>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1급 독성물질이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안전한 말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 되었는가 설명한다그러나 과학의 발달이 현저하지 않아서 독성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과학은 기업이 원하는 결과에 맞췄던 것뿐이다! '인체가 벤젠에 대한 내성이 없고 벤젠에 대한 반응이 개인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노출량은 0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217 '다시 말해 벤젠에 대한 노출을 막는 방법은 벤젠을 금지시키는 것뿐이다. (‥‥‥기업들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공장 안에서 8시간 일했을 때 공기 중 벤젠의 농도를 10ppm 이하로 정해 버렸다' 218 과거의 일은 과거로 남을 뿐일까우리가 모르는 온갖 화학 기호와 그들에게 부여된 어떤 수치는 무엇을 숨기고 안전을 말하는 것일까.

 

화학물질에 어떤 권리가 있어서 사람의 생명을 쥔다돈이 화학물질에게 권리를 빌려주었기 때문이다이 '권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잊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다눈 감고 있는 자연은 언제고 뜰 준비를 하고 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에 인간은 어떤 비명을 지르게 될까모르는 걱정에엊그제 읽은 시를 되새긴다. ‘어떤 경우에는내가 이 세상 앞에서/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무력해지는 식탁 앞에서 의문 없이 무엇을 먹고살충제를 뿌리며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굴뚝의 매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다논에서 비료를 뿌리는 것을 일로 여겨온 나의 고향그렇게 강요된 생활에 입이 다물어진다감지되지 않는 불안을 더듬거리며 어떤 위협이 있는지 모르는 식탁 앞으로 간다알아서 더 맛있는 저녁이다. '어떤 경우에도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라는 구절을 다시 읽는다.

 

 

 

*,**본문 중.

***563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독성학자 재클린 베렛이 말했듯이 "규제 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 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다."


제목과 본문_이문재, 「어떤 경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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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조금씩 운다. 이유는 모르게 그러나 그치고 나면 생활에 반듯하게 앉아 있다. 조금씩 비가 

조금씩 내렸다. 빛이 가득한 유월이 차마 생각되지 않는 아직 희뿌연 하늘이다.
















그녀가 왔다. 

오월 광주, 

관모양의 표지를 펼친다















한시의 성좌라니 이름 아름답다. 별 헤듯 헤멜 중국의 고전 시가.

















<프로파간다>는 

이런게 책이 된다고? 하는걸 책으로 낸다. 

역사상 중요한 탐정 110명을 해설한 그럴듯한 사전을 만들었나 했더니 

'김전일'과 '코난'이 있다. 역시 프로파간다!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읽어보자.
















나는 로맹가리를 모른다.

‘로맹 가리, 로맹 가리를 말하다’ 대담 형식의 자서전이라고 한다. 

게다가 로맹가리 탄생 100주년이라고.

이런 기회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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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6-0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가 말하는 로맹가리라.... ㅎㅎ. 후훗... 요 책 좀땡기는군요.
근데 탐정서전은 문학 쪽에 속하나요 ? 인문학 팀도 이 책을 읽고 싶은 책으로 뽑았더라고요.. ㅋㅋㅋㅋ

봄밤 2014-06-06 12:35   좋아요 0 | URL
ㅎㅎ소설 신간으로 분류해서 나오길래 냉큼 집었는데 잘 모르겄네요 ㅎㅎ이쪽에서도 탐나는 책인지라 미쳐 살피지 않았는지.ㅋㅋ어디서든 선정되서 리뷰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
 
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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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나는 핸드폰, 편의점의 삼각김밥, 그리고 계약직-낭비 사회를 넘어서

 



관계는 보이지는 않지만 살아서 움직인다그래서 나는 내일 당신과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르고 내년에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아이러니하지만 이런 불확실함이 관계를 만드는 동력이다어떤 실망과 실패에도 끊임없이 관계가 일어나는 까닭은 아마도 ''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져 있지 않다모르기 때문에 다가서고 만들어지는 관계들그러나 어떤 이와의 만남이 2년이나 5년으로 정해져 있고그것을 만나면서부터 알고 있다면 어떨까관계의 수명이 있다면.

 

운명이라는 말은 접어두자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체로 두 사람의 의지에 의해 관계의 지속이 결정된다이것이 당사자를 제외한 누군가의 결단에 의해 조종되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이것과 함께 생각해 보자거의 모든 물건의 수명이 '의도적으로 짧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어떻게 해볼 수도 없이 수명이 끝난다그러니까 아무리 아껴쓰고애지중지해도 안된다. '정해져 있다어쩔 수 없이 다른 소비를 부르고 물건은 생활의 이야기를 간직하기도 전에 사라진다. <낭비 사회를 넘어서>의 저자는 이것을 계획적 진부화라고 부른다이러한 계획적 진부화가 위험한 까닭은물건의 진부화가 인간 진부화를 예상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일련의 일들을 적어본다약정 기간과 함께 고장나는 핸드폰편의점의 삼각김밥그리고 계약직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 이름이나어쩌면 물건의 계획적 진부화가 인간마저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는 증명이 아닐까쓰고 버려지는 물건물건과 동일하게 언제든 대체 가능한 사람오늘날 어떤 유별난 능력자만이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사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인간은 그렇게 태어난다.

 

저자는 낭비 사회계획적 진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연을 닮는 것과 탈성장 혁명으로 가는 것을 제시한다. '자연은 사실상 쓰레기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놀라운 말이다자연이 버리는 것은 없다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지엽적인 검약이 아니라거시적으로 구조적인 낭비를 막는 일이라고 설득한다버려진 것을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품 지속 가능성수리 가능성계획적 재활용으로 대체함으로써 우리의 생태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매년 발표되는 성장률 수치에 사회는 요동한다경기를 예상하며 얼굴은 어두워진다성장이 부족한 것일까그럼 얼마나 더 필요한 것일까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언제나 성장해왔다는 것이다시장은 더 커지고소비는 더 늘어났으며슈퍼마켓은 부족한 것 없이 항상 물건이 가득하다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은걸까얼마나 더 성장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대답할 수 없는 것은 물음이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닐까탈성장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은 행복하지 않다.' 때문에 성장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성장과 행복을 등식으로 여기며 '식민화 되었던 우리의 상상력'*** 역시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핵심은 아프다그간 지배당하고 있는줄도 몰라서 단단하게 꿰뚫렸고이 얇은 책으로 식민화된 생각에서 독립할 용기를 얻는다.

 

 


+

<낭비사회를 넘어서>는 아주 얇은 책이다백여페이지가 간신히 넘는다이 책은 오랜만에 사회에 진실로 필요한 것은 철학임을 되새겨 주었다사회는 철학이 만든 생각의 테두리에서 최선의 가치를 추구해간다그러나 언젠가부터 사회가 그것을 긍정하지 않는다면새로운 철학이 대두되어야 한다는 신호임을 알아봐야 한다이 책은 그 부름에 정확한 대답 제시한다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기다렸나누구나 읽어도 쉽게 공감할 말들이생각의 전환을 불러올 논거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103

**106

***111

탈성장 혁명의 핵심은 우리의 상상력을 탈식민화하는 데 있다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 제국주의를 극복하고다시금 세계에 마법의 주문을 걸어야 한다우리는 새로운 인류-우주론(anthropo-cosmology)의 출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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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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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공과 깃털-위대한 유산




그러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만큼 옳고 그름을 생각해보기도 전에 무슨 정의처럼 여겨지는 말이 또 있을까. 문장대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그 자리에 가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가. 구태여 대답할 필요를 느낄 수 없을만큼 피곤한 질문이다. 사람을 한낱 물건보다 못한것으로 보는 대사라는 생각피사의 사탑에서 떨어져 내렸던 쇠공과 깃털은 꼭대기에 있었을 때와 같이 바닥에 닿은 후에도 여전히 쇠공과 깃털이었음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위치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올라가는 것'만큼 근심한다. 지위, 또는 학력, 근력, 재물같은 것이 변동을 전전긍긍한다. 내 주변을 이루는 것이 나와 동일시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이런 걱정은 쇠공이 깃털로 변하는 것과(날아가 버리기라도 할까봐?) 깃털이 쇠공으로 바뀌어 바닥에 박히는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다사람들아 여기 조를 보아라신사는 빳빳한 와이셔츠의 깃과 근사한 커프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나를 거울삼아 상대를 비추고 근심하는 마음가짐당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 한 발을 뒤로 물러나는 사려 깊은 몸짓들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J자와 O자를 만나게 되어 자신의 이름 ''를 발음하는 것 이상의 지식이 왜 필요한지 궁금해진다물론 조가 그 밖에 울리는 철자의 화음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조 스스로에게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조가 둘러싼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은 가엽다. 부모와 형제를 영영 잃어버림으로써 자신이 그려야 할, '어떤 나'를 비춰 볼 대한 청사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뻥 뚫린 풍경. 때문에 오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대상을 어미로 생각하는 것처럼 핍 역시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두 사람을 평생 지울 수 없게 되는데매그위치 그리고 미스 해비섬 옆에 있던 쌀쌀한 에스텔라가 그렇다. 핍은 이들 사이에 있을 어떤 친연성도 알지 못하고 상상도 할 수 없으면서 쉽게 볼 수 있는 겉만 믿는다. 이들이 벌인 욕망의 충돌로 부의 자리를 얻지만 허무하게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 그는 참으로 살아내는 수밖에 지금을 지나갈 방법이 없는 삶의 속성을 보여준다. 

 

그가 바랬던것은 쇠공이 깃털이 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마법'이었다누군가에 의해 자신이 신사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음을 설명하자면 그렇다그러나 어느 대장간의 쇠공은 다른 쇠를 몇 천 번 때려 빛나는 쟁기를 만든다쇠공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스스로 해보는 것. 그래서 부딪혀 단단해지고, 상대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핍은 자신이 가졌던 것을 한순간에 잃는 것으로 이 마음가짐을 비로소 가질 수 있었고 자신이 닮고자했던 모습이 자신이 벗어나려고 했던 풍경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초라하고 낡은 대장간에서 망치를 때리는 '조'를 재발견하는 순간풍경은 같으되, 이편으로 들어가서 저편으로 나오는 놀라운 마법이다.

읽기 전에도읽은 후에도 영원히 지켜질 이 위대한 진공에서 쇠공과 깃털은 천천히 같은 속도로 바닥에 닿는다. 이 둘은 결코 뒤바뀌는 일이 없다. 안심으로 둘을 쓰다듬는다. 신사란 무엇인가, 그저 깃털은 깃털을, 쇠공은 쇠공을, 그리고 나는 나를 단련해나가는 것이다. *




*그래, 가는 것이다 우리의 피는/아직 어둡지 않다

김충규, 「가는 것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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