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inumsa님의 " [서평단 모집] 신간『낭비 사회를 넘어서』서평단 모집합니다. (총 10명) "

철마다, 유행마다 새로 쏟아지는 물건들. 낭비가 '미덕'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무엇이든 '더'원하죠. 필요한 '만큼'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만큼'이 실종된 사회에서 나조차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나 모르게 무엇이 '낭비'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면서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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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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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알'은 척추동물의 기관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척추동물인 사람의 눈을 가리켜 '눈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다른 척추동물을 살펴보자. 개,,,고양이 등등 다르지 않다. '눈알'이라고 하지 않는다. '고양이 눈', 이라고 하지 '고양이 눈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때로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요리를 보고 '조기 눈알'이나 '동태 눈알'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이것은 생선을 자주 만나지만 우리의 삶이 생선과 가까운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생선과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또는 아주 작은 것을 이르는 말로 '모기 눈알'이라고 '눈알'을 쓰는 것 같다.(엄밀히 말해 모기의 눈은 '눈알'이라고 할 수 없다)그러나 우리는 생선처럼 역시 모기와도 멀다몸으로는 아주 가깝지만마음으로부터는 아주 멀다사람이 별 가책 없이 마주치기만 하면 잡아 죽이는 몇 안되는 생물아닌가여기까지 보면눈을 이르는 말인 '눈알'은 친밀한 대상이 아니고 잘 모르는 대상을 '함부로'부를 수 있는 말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눈알이라는 기관이 있지만 '눈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눈알을 눈알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단히 틀린 말도 아닌데 말하는 순간 뭔가 '잘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천지사방이 '눈알'인데눈알은 부재한다


'눈알'이 '눈알'로서 자유롭게 불리는 곳은 있을까아마도 학습용교구용으로 나오는 플라스틱 재료의 이름표에서 일 것이다원래 척추동물의 기관을 이르는 눈알이라는 말은 무생물그러니까 살아있지 않은 것눈이 있어야 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상태일 때 자유롭게 쓰이는 것이다이때 '눈알'은 전체의 부분을 일컫는 말로서 충실하다, '눈알'은 4mm부터 40mm까지 다양하게 수북히 준비되어 있다눈알을 흔들면 검은자가 흔들린다창고에 쌓여 있는 '눈알'들이제 무엇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이의 손길로 '눈알'은 ''이 될 것이다외계인이라고 우기고 얼굴에 눈 열개를 붙이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일단 눈이 된 후에 다시 '눈알'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눈알'이었던 것이 형체를 갖추고 나면그 대상은 나를 ''으로써 바라보기 때문이다.


<눈알 사냥꾼>을 이렇게 이해해 보았다. '눈알'이 내게 주었던 위협적인 느낌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게 되었다하나의 개체는 눈알을 갖지 않는다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건너서 ''이 되었기 때문이다누가 무엇으로도 '눈알'로 해체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에서조차 되지 않는다.


공은 튀어 오른 만큼 낮은 곳에 닿는다. <눈알 사냥꾼>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소설 저편에 대한 확신이었다. 눈을 '눈알'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사냥하는 사람의 반대편에는 '눈알'을 감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아귀 같은 '세월'에 '눈알' 생각을 하며 리뷰를 쓰고 있다. 참혹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리에 대한 '무책임'이전에 인간에 대한 공감과 예의가 이렇게 '없는사람사람들이 이 짧은 세월 속에 밝혀지고 있다분노와 눈물의 시간 가져다 준 것이 있다면 거짓들 사이에서 죽어버린 진실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드는 이유는 책 아닌 다른 무엇을 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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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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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캘리포니아의 거의 모든 거리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원하느냐 원치 않느냐는 별개 문제로 자동차가 있다고 하는 것이 거리 구성의 전제가 돼버렸습니다이것이 일리치가 말하는 '근원적 독점'이라는 개념의 의미입니다.

자동차 사회는 "자동차를 사면 어떻겠냐?"라고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없으면 가난뱅이다그대는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사람을 위협하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미니'에 대한 애정으로 쓰졌습니다머리말에 그 단순한 열정이 잘 나와 있지요저자는 '미니'에 대한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 검색에 '미니'라고 입력했습니다그러자 <겨울 왕국 미니 스티커북>, <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등을 만나게 됩니다미니에 대한 책이 없다니그러나 미니에 대한 책이 없어서 책을 쓰다니저는 이 두가지 모두에게 충격을 받습니다이것은 아무래도 BMW의 탓이라는 생각입니다미니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음에도 미니 스페셜 에디션을 한정된 수량으로 준비하면서, 미니가 지나온 길을 정리해 책자로 배포하는 배포는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BMW에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미니 변천사'라는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자는 미니가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문화'라고 이야기 합니다자동차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요. 미니는 천편일률적인 자동차와는 확실히 달라보입니다. 외관도 그렇고 내부도 그렇고, 작은 것을 뽐내는 듯 하면서 내실있어 보입니다. 자동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스타일리시해 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삶 또한 미니가 그런것처럼 귀엽고, 다부지며, 개성 없이 큰 차에 꿀리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니'가 그래 보이는 것이지, 그것을 타는 내 본질까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동안 자동차가 대개 남성적인 것을 표방한 것에 비해 미니는 보다 여성지향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작은 차체가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미니스커트'는 자동차 '미니' 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미니스커트가 여성의 다리와 남성의 시야를 폭넓게 변화시키며 문화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듯이, 그보다 이전에 '미니'는 자동차산업의 정형화된 사고를 전복하고 탄생한 것일까요아주 작은 차체지만 트렁크까지 겸비합니다. 시리즈는 또 얼마나 다양하구요. 그러나 <마이 카 미니>가 말하는 '미니'자동차가 없으면 안되겠는 세상을 전제로 합니다그리고 전제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지요. 자동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동차의 성능 뿐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코드로써 자동차를 선택해 지금의 편한 생활을 더' 재미있게' 꾸려가자라는 것이지요

 

'자동차를 입고', '자동차로 세상을 바꾸는미니 클럽의 즐거운 분위기가 조금 냉랭해진 것 같군요그러나 국내에서 3000만원에 가까운 2000만원으로 출고되는, 모닝보다 더 작은 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귀엽고 예쁜 미니, BMW 미니그저 그런 자동차보다 더 '비싼 미니'.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C. 더글라스 러미스의 말을 한 차례 바꿔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자동차 사회는 "자동차를 사면 어떻겠냐?"라고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없으면 가난뱅이다그대는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사람을 위협하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

 

외제차 사회는 "외제차를 사면 어떻겠나?"라고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제차가 없으면 가난뱅이다그대는 다른이에 비해 즐겁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거야"라고 사람을 위협하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미니'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읽게 되더라도, 미니에 대한 전세계인의 애정이 어떤 바탕 위에 있는지 알 것을 당부합니다. <마이 카 미니>는 다른 외제차보다 경제적이며, 연비가 좋고, 그나마 자동차 사회에 덜 종속되리란 기대로 선택한 이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자동차 사회가 꼭 필요할까? 라는 물음을 감추고서 미니에 대한 불필요한 환상을 심으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불필요한 것입니다. 삶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미니'의 욕망은 결코 미니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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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꼭 어려워야 하나요. 나의 관심과 정보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네이밍 그대로 '이지북'의 측면에서 <마이 카 미니>는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글쎄요. 미니를 타는 이의 '마음'과, 미니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이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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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생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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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슬러
토마스 에스페달 지음, 손화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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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 있던 자리-자연을 거슬러

 

축하는 불꽃놀이처럼 순간을 반짝인다결혼과 출산입학과 졸업입사와 퇴사우리는 꽃다발을 안기며 기뻐하지만 이때의 행복은 사진과 함께 고정 할 수 없다어쩌면 축하는 이제 그것이 기쁨을 제외한 무엇으로 변할테니 단단해 지라는 당부일지도 모르겠다마찬가지로 축제는 절정을 기뻐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절정과 잘 헤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지순식간에 하늘을 채웠다가 바닥으로 하수도로 빠지는 꽃잎들, 겨울에도 벚꽃을 볼 수 있다면 봄날 도로가 막히고 나무밑으로 북적하게 모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잘 헤어지기 위한 성대한 만남사족처럼, '변하기 쉬운 것'이란 목록 아래 '사랑'을 조그맣게 쓴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인이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고 금방 헤어진다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오히려 만났다는 것이 신기한 일일 것이다만나는 동안 엄청난 행복을 두고 그는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이 안녜를 보고 따님이세요? 라고 묻는 질문에 둘은 집안에서만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행복을 생각한다. '행복은 수치스러운 것일까적어도 우리의 행복은 수치스러운 것이었다우리의 행복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으므로우리의 행복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었으므로.' 166 자신의 '행복'이 자연을 거스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 불행의 곁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은 어째서 일까.


''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그녀의 젊음이 오래 빛을 내는 동안에도 계속시간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을 거슬러 젊음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와 사랑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당신은 앙테네와 헤어졌던 이유를 벌써 잊어버렸다. 앙테네와 당신은 같은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헤어졌다. '나는 시간에 맞추어 달릴 수 없었다새로운 장소새집출산일상자연내 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통제력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내 인생인데도 왠지 겉돌고 있다는 느낌가만히 앉아서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동안 모든 것은 쏜살같이 나를 지나쳐갔다. '94


'나'는 시간 속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간 밖으로 밀려나서는 나를 지나가지 않는 일들에 슬퍼한다급기야 복숭아가 썩어가는 것을 보고 복숭아가 탐스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백합은 너무도 하얀 빛을 견디지 못했던가국화는 길고 질긴 생명을 견디지 못했던가.' 탄식한다. 213 그는 결국 자신에게 남아있는 생을 견디지 못한다. '누구를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건데?'227 자신에게 물으면서시간에게 묻는다대답은 아무도 없다.


이상하게도그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소'라고 절절히 적는 말미에는 '사랑이 있었다'는 지울 수 없는 부조가 떠오른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어리석은 모습은 때때로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시간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발악이 진해질 수록 사랑이 있던 자리를 선명하게 비추기 때문일까안녜가 좋아하던 복숭아는 주먹으로 맞은 것처럼 무른다. 그는 상하는 것을 보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언젠간 '별수 없이 복숭아를 버려야 할 것185' 이라 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그가 수십 번 복숭아를 버려야 할 때가 온다고 해도, 결코 복숭아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버릴 수는 없다혹시 그는 헤어짐을 수긍하는 것이 사랑이 '있었다'는 것 마저 치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설과 친구들의 '결혼'이 적힌 달력을 번갈아 본다. '변하기 쉬운 것'이라고 적었던 이름을 지우고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쓴다. '어쨌든 행복에 관한 책은 두꺼울 수는 없'겠지만149 이 얇은 책 제일 첫 번째, '사랑'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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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언어의 탄생과 죽음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원시언어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반면, 음악적 측면은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 음악을 다룬 연구들도 음악을 언어의 부산물쯤으로 치부한다. (‥음악과 언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이 둘이 인간의 마음, 몸, 사회의 진화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취향이 바흐건 블루스건 브리트니 스피어스건 우리가 왜 음악을 즐기는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23~25 /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인간의 선조는 어떻게 말하는 법을 배웠을까? 왜 이 세상 모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이처럼 복잡한 언어를 만들어냈을까?(‥) 네안데르탈인이나 다른 선조를 찾아 인류의 원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은 아쉽게도 불가능하다(물리학이 타임머신이라는 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큰 희망을 걸 수 없는 실정이다). 006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언어의 죽음은 인류의 전 역사에 걸쳐 빚어져 온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6000개 혹은 그 이상의 언어들 사이에서 언어 소멸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금세기 말이면 6000개 언어의 반이 사라질 것이다. 최상의 추정을 한다 해도, 두 주 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쇠미해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가 죽음을 맞는다. 이제 어느 누구도 과거 선조들이 열었던 사색의 길을 걸을 수 없다. 26~27 /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우리 무엇일까?

고고학인류학언어학적인 관점의 교집으로 쓰여진 이 책들은 모두 '우리'의 근원을 묻는다각기 조금씩 다른 입장에서 우리즉 '', '언어'에 대해 곰곰하는 것이다이 중에<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언어의 발달과 함께 사실상 무시되고 있었던 '음악적 측면'에 관심을 쏟는다. '언어와 음악이 뇌의 연산과정을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대한 문제'라는 저자의 물음은 '호모 사피엔스에 언어능력과 음악능력을 제공한 육체적심리적 성향의 진화'에 대한 답으로 연결된다음악 능력의 진화는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로 진화한 것과 연관있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진화를 축으로 삼았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리듬의 발생'. 때문에 동작과 말과 함께 발달했을 제스처에 대한 논의도 잊지 않는다몸동작의 리듬과 조화를 이해하는 것이 음악의 기원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음악은 듣는 제스처'라는 설명이와 함께 '호미니드의 의사소통 체계가 유인원과 원숭이의 의사소통 체계와 달라질 수 있었던 점을 음악 같은 발성의 증가'200 로 보고 있다이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저자는 초기 호미니드의 의사소통 체계를 Hmmmm으로 부르며유인원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호미니드의 인지력은 마음읽기 능력이라고 명명한다때문에뇌가 비교적 크다는 것은 마음읽기 능력도 향상되었다는 뜻이라고 부연한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한 단계 뛰어오른 것은 집단이 커지고 이에 따라 사회생활이 복잡해졌기 때문'186 이라는 추측에 이른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앞의 책이 인간의 진화학의 관점에서 언어와 음악을 이해했다면,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는 언어학적인 관심을 중심으로 언어의 발생을 들여다본다. '늑대 소년비화는 언어가 문화일까생물학적인 것인지 묻는다. 사회와 격리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면 인간은 언어를 타고나지 않는 것일까유인원은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등등 다양한 물음을 통해 언어의 형성과 발달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살핀다.

 

우리 어디로 가는가

그렇다면 언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지금도 사라지고 있을 언어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라는나 자신마저 포함하기 때문에 슬픈 지칭으로 언어의 죽음을 따라간다귀이울이지 않는 언어의 부고저자는 카야르딜드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서 언어를 사용하면서 카야르딜드어를 쓰는 호주의 원주민과 교류한다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장장 오백페이지에 이르는 탐사 보고서를 기록했다그는 '언어가 죽을 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 전반에 대해그리고 언어의 죽음이 왜 문제가 되는지인간의 앎의 방식이 서서히 붕괴되는 이 상황에 대응하는 최선의 질문과 과학기술이 무엇인지' 다룬다. '사라져가는 언어는 인간의 사고그리고 자신들의 말을 돌이나 양피지에 남기지 않은 채 쾌활히 세상을 누볐던 사람들의 잊힌 역사에 대한 거대 서사'28 라는 말이 남는다

 

어디서 왔는가우리는 누구인가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다 쓴 페인트 통에 나무를 채워 불을 떼고 있었다면마다 찍어 구멍을 낸다바람이 통하고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나무는 죽는 소리마저 기분을 좋게 하는구나... 가까이 가면 머리를 씻기는 듯한 향기도 있다나무는 죽는 모습도 아름답구나이양웅 어르신은 저 쪽에 옮겨 심으러 뽑아 놓은 나무를 가리켜 말씀하셨다저렇게 말고 있는건 소나무여방석뿌리라고 하제참나무는 곧장 뿌리가 들어가참나무는 탈 때 결이 갈라져 이것봐숯으로 쓰는게 이 나무여.


 

몇 번을 곱씹어 옮겨 적었다내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 알지 못할 지식이 어른신 한쪽으로 칡을 씹으시며 나오고 있었다물론 참나무와 소나무를 구별 할 수 있는 지혜/지식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그러나 평생을 가도 영영 모를 수도 있던 것이 불을 쬐는 5분간아무렇지 않게 흘러오고 있던 그때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알고 있는 것은 자꾸 좁아져 간다인터넷이라는, 모든 것을 알 수 도 있을 것 같은 백과사전 앞에서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가 궁금해 했던 것 뿐 아니었는지 묻는다궁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누가 알려줄 수 있을까기억하지 못하는 옛날나에게까지 살아서 온 말들과내게 오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져간 말들을 떠올린다공중에 흩어지는 말 속엔 '방석뿌리'같이 말아진 깊은 시간이 있다보이지 않는 뿌리 위에는 나무의 단단한 등이 있어 작은 것들이 스친다다시그것을 보고 무어라 ''했을 눈빛이 우리의 말 속에 실려 있다그러니까 당신 또한 어떤 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어볼 이유너무나 충분하지 않나.

 

 

 



 

*폴 고갱의 작품 제목.

원제 :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우리는 누구인가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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