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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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묻지 않는다충분히 믿을만한 세상인가상상력이 고갈된 까닭인 것일까의심과 물음은 피곤한 것이며개인이 예민한 결과이며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고마음이 어딘가 모난 사람이라는 뜻일까불만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이 온전한 세상에서 그저 ''살기 위해 달려가야 바람직한 것일까무작정 긍정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하루에 세 번못해도 한 번 우리가 인사하는 식탁에 안심할 수 없는 음식이 올라오기 때문이다음식과 함께 있을 독소에는 오감이 없다식탁과 그릇과 음식은 알고 있으니 모르는 것은 우리의 검은 입 속 뿐이다.

 

과학을 믿지 못하는 거요어떤 식료품마다또는 매일 발표되는 미세먼지의 수치나오존 수치나하다못해 내리쬐는 햇빛에도 수치가 적히는 데 말이다이들은 안정선 계수라고 해서 이정도 수치는 비교적 괜찮다는 이야기에 근거를 댄다다른 말로 안심수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그러나 정교한 숫자에는 유의하면서 애초에 이 숫자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았다당연히 엄중하며 신뢰받는 기관이 있어서 소비자에게 해로운 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는 연구 결과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그러나 안심계수 수치는 '과학과는 하등 관련이 없'*으며 '매우 정치적인 시스템'**이라는 폭로가 오백페이지 넘게 이어진다. <죽음의 식탁>이다.

 

"독성학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것은 기업입니다독성학 연구에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공적 자금이 그 비용을 댄다면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자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야 하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승인을 얻는 것이 분명 이득입니다." 322

 

일일섭취허용량이 있다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표시된 용량만큼 섭취하는 것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뜻이다그러나 재품에 쓰인 허용치가 제품을 만든 기업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죽음의 식탁>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1급 독성물질이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안전한 말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 되었는가 설명한다그러나 과학의 발달이 현저하지 않아서 독성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과학은 기업이 원하는 결과에 맞췄던 것뿐이다! '인체가 벤젠에 대한 내성이 없고 벤젠에 대한 반응이 개인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노출량은 0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217 '다시 말해 벤젠에 대한 노출을 막는 방법은 벤젠을 금지시키는 것뿐이다. (‥‥‥기업들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공장 안에서 8시간 일했을 때 공기 중 벤젠의 농도를 10ppm 이하로 정해 버렸다' 218 과거의 일은 과거로 남을 뿐일까우리가 모르는 온갖 화학 기호와 그들에게 부여된 어떤 수치는 무엇을 숨기고 안전을 말하는 것일까.

 

화학물질에 어떤 권리가 있어서 사람의 생명을 쥔다돈이 화학물질에게 권리를 빌려주었기 때문이다이 '권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잊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다눈 감고 있는 자연은 언제고 뜰 준비를 하고 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에 인간은 어떤 비명을 지르게 될까모르는 걱정에엊그제 읽은 시를 되새긴다. ‘어떤 경우에는내가 이 세상 앞에서/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무력해지는 식탁 앞에서 의문 없이 무엇을 먹고살충제를 뿌리며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굴뚝의 매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다논에서 비료를 뿌리는 것을 일로 여겨온 나의 고향그렇게 강요된 생활에 입이 다물어진다감지되지 않는 불안을 더듬거리며 어떤 위협이 있는지 모르는 식탁 앞으로 간다알아서 더 맛있는 저녁이다. '어떤 경우에도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라는 구절을 다시 읽는다.

 

 

 

*,**본문 중.

***563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독성학자 재클린 베렛이 말했듯이 "규제 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 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다."


제목과 본문_이문재, 「어떤 경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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