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보니 강희진작가님의 작품들은 섬뜩하고 의뭉스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으로 접한 「포피」부터 2016년 말에 출간된 「올빼미 무덤」까지 사회고발 프로그램에서 접하던 소재들을 소설로 옮겨 놓으셨더군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읽은 신작 장편소설 「카니발」또한 ‘이주여성‘과 ‘대마‘ 그리고 외설틱과 동어반복틱이 결합된 ‘투렛증후군‘이라는 소재로 또 하나의 섬뜩한 이야기였습니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이국에서의 결혼 생활이 처참히 무너지고 틱을 가지고 있는 맏딸인 예슬이와 공부는 잘하지만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변에서 수근대고 남편과 시어머니 또한 삼촌의 아이라고 의심하는 맏딸에 비해 혼혈의 느낌도 없는 막내딸 예진이를 두며 꾸역 꾸역 지옥같은 한국의 농촌에서 살아가던 필리핀 여성 ‘조세피나‘가 사라져버리면서 그녀로 인해 시작된 야콘농사가 연이어 망치게 되고 맏딸인 예슬이에게도 정신적인 충격을 주면서 맛만 들였던 대마를 본격적으로 피우게 되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해치게 되는 충격적인 내용을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를 사라지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분명한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 것자체는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복수에 성공하기를 바랬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실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데 저는 그저 이 책을 읽은 것 말고는 다른 어떠한 행동을 한 것이 없는 데 환각에 빠져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 한 동안은 계속 머리 속에 남아있을 것 같아요.
강희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뉴스를 검색해보니 베트남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잡혀 북송위기에 처해진 탈북민 11명의 기사가 나오는 데 바로 엊그제 읽은 2019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인 진유라작가님의 「무해의 방」이 생각이 났습니다.
가족을 포함하여 자신을 아는 사람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홀로 살아 남기 위해 반드시 국경을 건너야했고 남한으로 와서 힘겹게 살아내던 모래의 엄마인 무해가 ‘초로기치매‘ 진단을 받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고 먹먹했습니다.
무해의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난 후부터 또렷했던 기억이 흐릿해져가고 마침내 매일 같이 가던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리자 딸인 모래와 고모인 영주를 포함해 무해 자신도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을 탈출하고 자신이 낳았던 페이의 곁을 두고 살기 위해 이 악물고 도망쳐 남한에서 악착같이 지금까지 살아왔는 데 이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읽는 제가 답답하고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졌습니다.
28쪽에 ‘병은 이렇게 인간이 반박할 수 없게끔 인간의 육체를 빌려 증명하듯이 나타났다.‘라는 문구가 가슴 깊이 다가오면서......
진유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 28일에 작은도서관에 빌린 3권의 책.
2019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작과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을 아직까지도 읽어 보지 않았는 데 그중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인 진유라작가님의 「무해의 방」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 말에 읽었던 「올빼미 무덤」의 강희진작가님이 여름에 신작 「카니발」로 돌아오셔서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선택했고 얼마 전에 신간을 내신 현길언작가님의 새 소설집 「언어 왜곡설」도 선택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수린작가님의 짧은 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라는 제목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아무 일도 없는 밤)에서 아직 가족들은 도착하지 않았는 데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노인의 곁을 지키면서 ‘오늘 밤은 죽지 말아요.‘ ,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라며 말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모르지만 곧 죽음이 머지않은 노인에게 꺼내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끝나서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가족들이 노인에게로 와서 말을 건내줘야 할텐데...... 하며 제가 조마조마했던 것 같아요.
총 13편의 짧은 소설에서 끝이 보이고 이제 끝을 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오랫동안 만나왔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를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키스할까?)의 그와 그녀와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캠퍼스커플은 상준과 효진, (어떤 끝)의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끝을 예감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여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곁에 있던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볼 수 없게 되면 (그 새벽의 온기)의 연인과 헤어진 그녀나 (여행의 시작)의 부인을 잃은 남편처럼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허전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그 새벽의 온기)의 그녀 곁에는 따뜻한 혀, 축축한 코, 부드러운 털을 지니고 있는 늙은 개가 (여행의 시작)의 남편에게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딸이 있기에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백수린작가님의 작품에서는 프랑스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다른 작가님에 비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평론가님처럼 굳이 작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작품만 봐도 백수린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가 있을 겁니다.
백수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메리고 주식회사 - 2019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영 지음 / 광화문글방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회부터 수림문학상 수상작을 매년 이 시기에 만나보고 있는 데 벌써 7회더군요.
이번에 수상하신 최영작가님의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표지를 보고 약간 공상과학 소설이 아닐까 생각은 했던 것이 37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각 장이 있어서 혹시 너무 읽기 힘들 까봐 걱정이 들었는 데 웬걸 생각보다 잘 읽혀나가서 놀라웠고 긴 고시생활을 접고 ‘로메리고 손해사정 주식회사‘에 대리로 입사하게 된 이정우라는 인물 또한 놀라웠어요.
입사하자마자 대리로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자전거가 금지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꽈당하고 넘어져버린 황도광이 공원의 과실로 인해 넘어진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황도광이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를 조사하는 일인 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보험금이 언제 나오냐며 재촉하는 황도광을 대하느라 말그대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한편 3년이나 정우를 만난 여자친구 희주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유리창이 깨져 한 남자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는 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국정원직원이었고 사실 그 광경을 정우가 먼저 목격해버려서 황도광의 사건 또한 그 것과 연관이 있는 지를 깊게 조사하게 되는 이야기인 데 특별히 원소 기호하고는 그다지 관련은 없지만 제일 처음에 인용이 된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복잡성 이론을 소설에서 보여주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꽤나 흥미로워서 사실 조금 아껴두려고 했는 데 저도 모르게 손이 가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까하고 상상도 해보고......
그리고 정우의 고향이 안개 많기로 유명한 ‘무진‘이어서 저는 김승옥작가님의 「무진 기행」보다 먼저 공지영작가님의 「도가니」가 생각이 났었는 데 「도가니」를 책으로도 보고 영화로도 봤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공지영작가님 또한 「무진 기행」에서 무진시를 가져왔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60쪽에서 ˝아니오. 전임 경리과장은 잠복해버렸고, 막내 직원만 남은 거에요.˝라는 대사에서 ‘잠복‘이 아니라 ‘잠적‘ 이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108쪽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 데 이때는 ˝들키니까 전임 경리과정은 잠적해 버렸고, 막내만 남은 거죠.˝라는 대사가 있네요.
아무튼 굉장히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최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