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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ㅣ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소설 Q 시리즈의 22번째로는 손보미작가님의 「세이프 시티」인데 읽기 시작하자 마자「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의 ‘얘견 사업‘, 「꽤 낙천적인 아이」의 ‘키타‘에 이어 14쪽에 있는 ‘북금곰‘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야기는 ‘기억교정술‘을 실행시킬 연구 대상을 찾고 있던 유능한 생명과학자이자 기슬개발자인 임윤성에게 ‘새벽 산책‘을 자주 나가던 경찰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휴직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무덥던 그 여름 밤에도 ‘세이프 시티 앱‘ 속 붉은 엑스자 표시가 되어 있는 구도심의 불타오른 건물이 있는 구역을 지나다가 소란이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 소란을 막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한 그녀에게 위해를 가한 범죄자가 검거되자 범죄의 기억을 강제로 삭제시키는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와 병원에서 치료 받고 퇴원한 그녀를 만나 자신의 계획대로 해줄 것을 부탁(강요이기 도 한)을 하고 그녀는 반대하는 입장인 데 사실 3부까지 읽었을 때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그녀를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남편처럼 아무런 의견이나 생각(정확히는 그저 이러한 기억이 빨리 잊혀지길, 빨리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는 것이겠지만)이 없었으나 4부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슬그머니 제 마음 속에서도 의구심이 싹틔우고 있었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게 교도소에 수감하여 형을 집행하는 대신 교정시설로 들어가 기억교정술을 강제로 받게 하여 범죄를 저질렀던 기억과 범죄충동을 잃으키던 순간들 같은 것을 사라지게 하여 범죄의 재발을 막고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더 나아가 마음놓고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인 데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에 기억을 잃게 되어 재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피해자는 고통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데 기억교정술로 범죄자의 죄책감같은 것또한 사라지고 형벌또한 받지 않아 죄의 대가가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4부를 읽고 들었던 생각은 고통속에서 절망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피해자가 아닌 왜 굳이 범죄자였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강제로 하지 않더라도 사소하든 강렬하든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기에 자발적으로 기억교정술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임윤성을 포함한 임윤성이 몸담고 있는 회사나 임윤성의 아내인 최진유나 그리고 ‘세이프 시티‘를 꿈꾸는 시장등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고 손보미작가님에게 임윤성이나 곰 같이 푸근하고 우직한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물었던 것처럼 작가님이 원하신(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으면 해당 페이지와 해당 구절을 머릿속에 담으려고만 했는 데 많은 분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이거나 필사를 하고 심지어 책에 밑줄을 긋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겸연쩍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기억은 변한다고, (......) 기억이 흐르는 방식이야말로 한 인간이 존재히는 특정한 방식(193쪽)‘이라는 것은 꼭 기억해두고 싶어서 여기에 남겨두며 두서없이 부족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손보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