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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차남들의 세계사」이후 오랜만에 만나보는 이기호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을 읽고 나서 들은 생각은
정말이지 너무 아쉬웠는 데 520여쪽의 긴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읽어버렸고 흥미진진하려고 하니 벌써 마지막 장을 넘겨버렸기에 아쉬웠습니다.
이야기는 고양이 학대범이 또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며 죽이려고 할 때 맹렬하게 짖어대며 학대범을 쫓아내고 목이 졸린 채 공중에 매달린 고양이를 지탱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지자 유명세를 타게 되고 그 강아지를 만나기 위해 앙시앙 하우스라고 하는 곳에서 찾아오게 되면서 시작되는 데 사실 이 강아지는 타이어공장에서 퇴직하고 피자집을 운영한 이성현 씨가 어떤 계기도 없이(당시엔 그의 아들 이시습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겠지) 데려온 비숑 프리제 종인 강아지이고 이름을 이시봉으로 지을 정도로 자신의 막내아들로 여겼는 데 무단횡단을 하다가 트럭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외할머니 간병으로 집을 떠나고 동생인 이시현은 고3이며 시현의 오빠이자 장남인 이시습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술만 퍼마시며 삶을 허비하고 있는 상황에 시습의 곁에 남아있는 유일한 존재인 강아지인데 갑자기 앙시앙 하우스의 대표 정채민이라는 인간이 이 강아지가 옛날 스페인의 왕족들이 국보처럼 애지중지 여겨왔던 후에스카르라고 처음 들어보지만 아무튼 그런 고귀한 혈통이라고 하며 결국엔 자신들에게 이시봉을 넘기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한편 스페인 왕국에서 국보처럼 여기던 비숑 프리제인 후에스카르 혈통의 유서깊은 역사또한 흥미진진하게 회고록의 방식으로 이어지며 정말이지 많은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담겨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어나갔기에 차마 이 소설 속에 담기지 못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우후죽순 위치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분양하는 펫숍들이 있어 정채민대표가 ‘얘견 사업이라...... 정말 개 같은 생각이지(386쪽).‘ 라고 조소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고 매일 같이 물품을 납품하러 오시는 기사님이 혼자 사는 저에게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는 것을 권유하시기도 하지만 제가 사는 원룸에선 당연히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반대하고 그 것을 떠나 키우게 되더라도 제가 먼저 곁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에 엄두가 안나는 데 아프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고 간식과 사료, 배변봉투나 패드를 구매하며 옷을 입혀 산책시키고 심지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게 되면 장례식도 치루는 반려동물을 사랑으로 보살피시는 모습들이 그저 멋있다라고 밖에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초판 한정 양장본을 구매하면 아이돌 앨범처럼 포토카드를 3종 중 한 장 랜덤으로 같이 주는 데 작가님이 키우시는 이시봉일 것이 분명한 귀여운 모습이 담겨있고 그 밑에 시습과 편의점에서 친구인 아르바이트하는 수아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 파니를 고양이별로 떠나보낸 정용이 쓴 문구도 같이 있는 포토카드였는 데 분명 작가님의 필체는 아닌 것이 확실하여(이시봉의 발바닥 도장과 함께 인쇄 서명되어 있습니다.) 과연 누구의 글씨체인지 궁금(제가 책을 두 권 구매하여 수아와 정용의 문구가 있는 포토카드를 받았고 리뷰에 보이는 시습의 문구도 보니 세 사람 다 글씨가 예뻤는 데 왠지 다 한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합니다.
이기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