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토템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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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한번째 책이자 은모든작가님의 정규 1집(은모든작가님이 칭하신)이신 [꿈과 토템]을 읽었습니다.
타이틀 단편일 (토템, 토템)의 빨간 펜, (꿈은, 미니멀리즘)속 옥상에서 햇볕을 쬐며 화분 안에 자라고 있을 허브, 모처럼 설날이기에 아무데도 가지 않고 영화를 보며 성지가 가져온 각종 전들과 손수 빚은 만두(모닝 루틴), 이번에는 영화감독이 되는 먼훗날의 성지 가족 정확히는 바로 옆집인 501호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물에게 홀린듯이 몰려가는 배가 무지막지하게 고팠을 좀비들(501호의 좀비), 동생인 초등학생 진이의 생일을 맞아 온가족이 산림욕장에 있는 해먹에 앉아 SNS에 올리기 위해 찍을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하나의 점이었을 진이의 어릴적 사진이 담긴 폴더와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플레이리스트(탄생), 오해로 인해 멀어지고 거리감이 느껴지다가도 우연한 계기로 인해 관계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며 이들의 마음 속에서 상영되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으로 듣는 노래들(친구가 되어 드립니다)과 ‘시간을 거슬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라는 문구 아래로 커다란 괘종시계를 등지고 앉아 있는 배우의 모습이 반가웠던 영화의 팸플릿(물론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영화이겠지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접점이 없던 이들을 연결시켜준 보이스피싱의 전화(공범의 반대말)까지 [꿈과 토템]속 등장하는 행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이나 의미로 가득한 물품과 인연들이 저에게 있을 것이고 그 것들을 줄여가며 삶을 조금 더 윤택하고 안락하게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정리하더라도 조금은 속도를 늦추며 그렇다고 너무 오래걸리지는 않게 당분간 이대로의 삶을 근심걱정없이 멍때리며 살고 싶고 그럴 예정입니다.
은모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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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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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이후 8년 만에 출간된 김려령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기술자들]에 실린 단편 7편을 읽었는 데 작가님의 입말 가득한 단편들과 정홍수 문학평론가님의 고급진 해설이 조화로웠고 (기술자들)이 표제작이면서 제일 앞에 실려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기술자들) 뒤에 실린 (상자)에서는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친구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헤어짐을 통보하고 (황금 꽃다발)에서는 자신의 편리에 맞게 추억까지 왜곡하며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욕심많은 큰 아들에 비해 착하다 못해 미련하기까지 한 막내아들이 눈에 밟혀 차마 죽지 못하는(혹여라도 그렇게 되면 그 다음은 불보듯 뻔하기에) 팔순의 어머니가 황금 꽃다발 태몽의 진짜 주인인 막내아들에게 고백하며 (뼛조각)에서는 일상에 큰 지장은 없지만 내내 거슬렸던 돌연변이인 무릎의 뼛조각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2박 3일간 입원하며 아버지의 간병을 받고 제가 읽고나서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와버린 (세입자)에서는 그야말로 콩가루집안의 막장요소가 다 들어가있었는 데 아버지의 폐암 1기 진단과 그것을 빌미로 이사하는 곳마다 찾아와 아버지의 병을 빌미로 보증금이나 피땀흘려 열심히 일해 받은 급여를 가로채는 X같은 엄마, 그리고 하는 일도 없고 철또한 없는 동생까지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여태껏 머물렀던 원룸이나 반지하와 다른 아파트에 정확히는 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여 집을 비워놓은 집주인의 집에 생활하며 살게 되는 세입자가 되었지만 거기까지 찾아온 엄마라는 작자때문에 결국엔 아예 자기 자신까지 포기하는 불행이 펼쳐지는 데 이게 제발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고 (오해의 숲)의 첫 단어인 악연과 폭탄돌리기라는 단어자체로 위태롭고 불안한 과거의 학교 생활과 현재의 사회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직서를 던지고 절망으로 가득찰 미래를 맞이하기 전에 갑자기 나타난 한 줄기의 빛같은 반전이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그 전까지는 힘들기에 표제작이 되거나 첫번째에 실리면 안될 것 같았고 마지막에 실린 (청소)또한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고스란히 대물림받은 절약의 정신을 만 49세에 청산하기 위해 일주일간 대청소를 하는 엄마와 성인이 된지 한참인데도 엄마를 도와주기는 커녕 무신경한 두 자녀가 대비되어 보여져 역시 울화통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표제작이자 첫번째로 실린 (기술자들)에서 반평생 현장에서 ‘흙밥‘을 먹으며 일하다 자신만의 가게를 지인으로부터 넘겨받았으나 지인은 이듬해에 허망하게 죽고 급변한는 정보화 시대에 뒤쳐져 결국엔 가게를 넘기고 집도 진작에 팔아버려 남은 것은 9인승 승합차밖에 없는 최가 휴대폰도 없이 오랜기간 거리에서 생활한 조와 함께 무료 노지 캠핑장이나 허름한 여관방에서 전단지를 붙여가며 생활하다 가끔씩 일거리가 들어와 작업을 하여 입에 풀칠할 정도로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이 단편을 읽은 후에 가끔씩 오셔 얼굴을 익힌 한 손님이 느닷없이 자신이 15년간 해오던 일을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하시고 밖에 나가서 타신 차를 보니 이전에 보던 차와 다른 차였고 그렇기에 이제는 다시 못 오신다는 뜻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신 걸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 일하고 있는 이곳또한 5년이되고 10년이되고 어느덧 15년이 다 되어가며 곧 재계약의 시기가 찾아오기에 만약 재계약이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함과 최악의 경우에는 저또한 (세입자)의 인물과 (청소)의 엄마처럼 될 수 밖에 없는 걸까하는 지나친 비약도 들지만 (기술자들)의 최와 조처럼 거리에서 생활하더라도 조금씩 제게 주어진 삶을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도 되겠지하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김려령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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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우묵한 정원
배수아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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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작가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소설가이고 때로는 외국에 사는 작가의 글들을 번역한다는 것이지만, 제가 그 번역물을 읽어보지 않았을 뿐더러, 그 작품들의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예전(2011년 이후)에 출간된 두 편의 장편소설은 읽어보기는 했지만 따로 그 느낌을 남기지 않았고 그래서 시간이 너무 지나가버린 지금은 그 소설의 제목이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없으니 읽어본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한 여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소설집을 짧게나마 읽어보고 글을 쓰기는 했지만 그것또한 기억에서 너무 오래된 일이므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제가 썼다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흐릿한 이미지를 지닌 제목이 영어로는 Whisper Sunken Garden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속삭임 우묵한 정원]인 책(초판 한정으로 같이 딸려온 작가의 말을 작가님이 친필로 쓰신 편지 인쇄본입니다.)을 집어들었는 데 엄마가 물려받아 운영하며 식모까지 있던 하숙집에서 살았고 어떠한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였고 하숙집에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던 와중에도 학교에서 퇴임한 음악교사는 남아있었으며 음악교사로부터 아파트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 공간은 점차 좁아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집(어딘가에 남아있는 집이 아니라 표상으로서의 집일수도)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듣고 하숙집을 떠나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학교의 기숙사에서 숙식하다 현재는 은퇴하여 인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경찰관 부부의 집에서 방세도 내지 않고 생활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코스튬 상점에서 일하다 어느 학교의 미술교사로 일을 하게 되며 우체부의 편지를 받고 경찰관 부부가 인도에서 만났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고 이름또한 가명인 것이 분명한 악숨이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받으며 이따금씩 15분정도 되는 독립영화에 대사없는 배역이나 주인공의 대역으로 출연하는 어떤 여인의 이야기들이 흐름에 따라가면서도 분절되며 흐릿해지는 기억처럼 느닷없이 내리치는 번개처럼 제 머리와 눈 속에 휘몰아치니 제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맞을까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생겨나 읽어가는 것이 멈춰야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식모가 불렀던 밀이라고도 음악교사가 불렀던 목주라고도 불렸던 MJ와 이니셜이 같았던 여인(옆 방에서 수시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자신말고 이 집에 있는 정체모를 존재로 경찰에 신고하여 수첩에 필기를 하는 젊은 경찰과 인도에 여행한 적이 있는 늙은 경찰이 찾아와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실은 이 모든 존재가 자신의 내면에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자신 자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배수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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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입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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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20도로 설정해놓으며 시원한 곳에서 김인숙작가님의 미스터리 * 호러 단편선 [물속의 입]을 읽기 시작했는 데 미스터리 * 호러적인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답게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며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음에도 제 얼굴과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는 데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첫번째 단편인 (자작나무 숲)에서 버리는 것 없이 모으기만 하는 호더인 할머니로 인해 쓰레기로 가득한 집에서 할머니와 살게 되는 할머니의 유일한 혈육인 손녀와 6년 전 [단 하루의 영원한 밤]에서도 실린 영천의 고모부에게 물려받은 집에 이사를 도맡던 집의 열쇠를 하나씩 모으며 세력을 넓혀가는 근육질 몸매의 호더인 (빈집)의 남편, 미발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물속의 입), (호텔 캘리포니아), (콘시어지), (탐정 안찬기), (여기, 무슨 일이 있나요), (돌의 심리학), (유카), (섬)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피해자인 어린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지 못한 부모, 그리고 소녀를 따라간 남자를 보았으나 결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목격자들과 그 사건을 조사하는 전직 경찰이자 탐정인 안찬기 그리고 영천의 캘리포니아에서 머물게 된 진주와 조태익, 거기서 온갖 잡일을 하던 서민봉과 회사에게 고소장을 받게 되는 (소송)의 동생과 형이 입밖에 쉽게 꺼내지 못하는 과오와 그해 여름에 발생한 수해로 인해 동생을 잃어버린 (그해 여름의 수기)의 수기와 함께 파란대문 집에서 지내게 된 명기 주변의 도사린 무수한 죽음들을 목격한 제 귓가에 속삭이던 ‘열지 마!‘와 그렇게 속삭임에 불구하고 끝내 무언가 열어버린 저에게 들려온 ‘열지 말랬잖아‘같은 한탄어린 목소리에 이어 깊은 물속에 속수무책으로 빠져 아래로 점점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 [물속의 입]이 사라져가는 기억에도 당분간 제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김인숙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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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2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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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하승민작가님의 [멜라닌]에 이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52번째 작품이기도 한 김멜라작가님의 [환희의 책]을 읽어보았는 데 소설을 읽으면서 단순하게 ‘두발이엄지‘ 한 쌍의 사랑 이야기를 두발이엄지 커플인 호랑과 버들의 집에서 거미줄을 치며 관찰한 것을 시나리오방식으로 써내려가는 집유령거미와 튀어오르며 그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과 그들의 생활등을 기록하며 튀어오르는 티끌트윙클,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빨간집모기인 모필자가 증언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이길래 천재지변이 눈 앞에 닥쳐와서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한 데 그 사랑을 꿋꿋하게 지켜내려고 하는 걸까, 더 나아가 우리 인간과 온전히 소통할 수 없는 반려동식물을 포함한 야생동식물들과 곤충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짝을 지어 번식하며 사랑을 하고 소통을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하게 우리 인간들도 지구라는 곳에서 펼쳐지는 자연을 바탕으로 생활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데 동식물과 곤충들도 저 마다의 감정을 지니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우리가 그들과 확연히 다르고 그들의 감정이나 그들의 행위와 기척, 그리고 그들이 내뿜는 체취와 소리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무엇보다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현실이나 고민같은 문제에만 생각하다보니 그들의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못한 것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설을 쓰신 도롱이신 전승민평론가님처럼 품격있게 글을 쓰려고 했지만 역시 문학평론가는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한번 더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김멜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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