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속삭임 우묵한 정원
배수아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평점 :
저는 이 작가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소설가이고 때로는 외국에 사는 작가의 글들을 번역한다는 것이지만, 제가 그 번역물을 읽어보지 않았을 뿐더러, 그 작품들의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예전(2011년 이후)에 출간된 두 편의 장편소설은 읽어보기는 했지만 따로 그 느낌을 남기지 않았고 그래서 시간이 너무 지나가버린 지금은 그 소설의 제목이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없으니 읽어본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한 여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소설집을 짧게나마 읽어보고 글을 쓰기는 했지만 그것또한 기억에서 너무 오래된 일이므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제가 썼다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흐릿한 이미지를 지닌 제목이 영어로는 Whisper Sunken Garden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속삭임 우묵한 정원]인 책(초판 한정으로 같이 딸려온 작가의 말을 작가님이 친필로 쓰신 편지 인쇄본입니다.)을 집어들었는 데 엄마가 물려받아 운영하며 식모까지 있던 하숙집에서 살았고 어떠한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였고 하숙집에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던 와중에도 학교에서 퇴임한 음악교사는 남아있었으며 음악교사로부터 아파트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 공간은 점차 좁아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집(어딘가에 남아있는 집이 아니라 표상으로서의 집일수도)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듣고 하숙집을 떠나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학교의 기숙사에서 숙식하다 현재는 은퇴하여 인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경찰관 부부의 집에서 방세도 내지 않고 생활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코스튬 상점에서 일하다 어느 학교의 미술교사로 일을 하게 되며 우체부의 편지를 받고 경찰관 부부가 인도에서 만났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고 이름또한 가명인 것이 분명한 악숨이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받으며 이따금씩 15분정도 되는 독립영화에 대사없는 배역이나 주인공의 대역으로 출연하는 어떤 여인의 이야기들이 흐름에 따라가면서도 분절되며 흐릿해지는 기억처럼 느닷없이 내리치는 번개처럼 제 머리와 눈 속에 휘몰아치니 제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맞을까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생겨나 읽어가는 것이 멈춰야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식모가 불렀던 밀이라고도 음악교사가 불렀던 목주라고도 불렸던 MJ와 이니셜이 같았던 여인(옆 방에서 수시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자신말고 이 집에 있는 정체모를 존재로 경찰에 신고하여 수첩에 필기를 하는 젊은 경찰과 인도에 여행한 적이 있는 늙은 경찰이 찾아와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실은 이 모든 존재가 자신의 내면에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자신 자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배수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