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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샹들리에]이후 8년 만에 출간된 김려령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기술자들]에 실린 단편 7편을 읽었는 데 작가님의 입말 가득한 단편들과 정홍수 문학평론가님의 고급진 해설이 조화로웠고 (기술자들)이 표제작이면서 제일 앞에 실려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기술자들) 뒤에 실린 (상자)에서는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친구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헤어짐을 통보하고 (황금 꽃다발)에서는 자신의 편리에 맞게 추억까지 왜곡하며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욕심많은 큰 아들에 비해 착하다 못해 미련하기까지 한 막내아들이 눈에 밟혀 차마 죽지 못하는(혹여라도 그렇게 되면 그 다음은 불보듯 뻔하기에) 팔순의 어머니가 황금 꽃다발 태몽의 진짜 주인인 막내아들에게 고백하며 (뼛조각)에서는 일상에 큰 지장은 없지만 내내 거슬렸던 돌연변이인 무릎의 뼛조각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2박 3일간 입원하며 아버지의 간병을 받고 제가 읽고나서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와버린 (세입자)에서는 그야말로 콩가루집안의 막장요소가 다 들어가있었는 데 아버지의 폐암 1기 진단과 그것을 빌미로 이사하는 곳마다 찾아와 아버지의 병을 빌미로 보증금이나 피땀흘려 열심히 일해 받은 급여를 가로채는 X같은 엄마, 그리고 하는 일도 없고 철또한 없는 동생까지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여태껏 머물렀던 원룸이나 반지하와 다른 아파트에 정확히는 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여 집을 비워놓은 집주인의 집에 생활하며 살게 되는 세입자가 되었지만 거기까지 찾아온 엄마라는 작자때문에 결국엔 아예 자기 자신까지 포기하는 불행이 펼쳐지는 데 이게 제발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고 (오해의 숲)의 첫 단어인 악연과 폭탄돌리기라는 단어자체로 위태롭고 불안한 과거의 학교 생활과 현재의 사회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직서를 던지고 절망으로 가득찰 미래를 맞이하기 전에 갑자기 나타난 한 줄기의 빛같은 반전이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그 전까지는 힘들기에 표제작이 되거나 첫번째에 실리면 안될 것 같았고 마지막에 실린 (청소)또한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고스란히 대물림받은 절약의 정신을 만 49세에 청산하기 위해 일주일간 대청소를 하는 엄마와 성인이 된지 한참인데도 엄마를 도와주기는 커녕 무신경한 두 자녀가 대비되어 보여져 역시 울화통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표제작이자 첫번째로 실린 (기술자들)에서 반평생 현장에서 ‘흙밥‘을 먹으며 일하다 자신만의 가게를 지인으로부터 넘겨받았으나 지인은 이듬해에 허망하게 죽고 급변한는 정보화 시대에 뒤쳐져 결국엔 가게를 넘기고 집도 진작에 팔아버려 남은 것은 9인승 승합차밖에 없는 최가 휴대폰도 없이 오랜기간 거리에서 생활한 조와 함께 무료 노지 캠핑장이나 허름한 여관방에서 전단지를 붙여가며 생활하다 가끔씩 일거리가 들어와 작업을 하여 입에 풀칠할 정도로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이 단편을 읽은 후에 가끔씩 오셔 얼굴을 익힌 한 손님이 느닷없이 자신이 15년간 해오던 일을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하시고 밖에 나가서 타신 차를 보니 이전에 보던 차와 다른 차였고 그렇기에 이제는 다시 못 오신다는 뜻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신 걸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 일하고 있는 이곳또한 5년이되고 10년이되고 어느덧 15년이 다 되어가며 곧 재계약의 시기가 찾아오기에 만약 재계약이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함과 최악의 경우에는 저또한 (세입자)의 인물과 (청소)의 엄마처럼 될 수 밖에 없는 걸까하는 지나친 비약도 들지만 (기술자들)의 최와 조처럼 거리에서 생활하더라도 조금씩 제게 주어진 삶을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도 되겠지하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김려령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