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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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팽이」이후 6년만에 두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을 출간하신 최진영작가님이 쓰신 「겨울방학」에 실린 10편의 단편들을 소중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돌담)과 (겨울방학)을 읽으면서 저 또한 저에게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시기를 떠올려봤는 데 저는 (0)의 주인공처럼 보여주기 위한 일기는 물론 나만 보기 위한 일기를 쓰지는 않았지만(그래서 늘 선생님께 혼이 났지만) 아파트나 빌라에 살며 집에 컴퓨터가 있어 숙제를 쉽게 해오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같은 반 아이들 앞에서 거짓말한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잘 다니다가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가까운 곳에서 하는 날이면 두려웠어요. 왜냐하면 끝나고 걸어서 각자의 집으로 가는 데 아파트에 살지 않던 저는 늘 조마조마하며 아파트에 가는 척하다가 같은 반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자 곧장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13만원이나 하는 보일러도 연탄도 없어 차가운 물만 나오고 겨울에는 그나마 수도가 얼어 주인집에서 따뜻한 물을 얻어 쓰곤 했던 그 집으로 도망치듯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못가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멱살잡히며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첫 소설집에도 (첫사랑)이라는 단편이 있었던 걸로 기억나는 데 두번째 소설집에도 동명의 제목을 가진 (첫사랑)이라는 단편에서 좋아하기 싫은 데 이렇게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데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는 다며 울상을 짓던 우현의 마음과 그런 우현이 보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린 혜지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가족)또한 가족을 갖지 못한 주은을 멀리서도 사랑하겠다고 어떻든 간에 너와 같이 살고 싶다며 이야기한 수호라는 남자가 아니, 사람자체가 멋지더군요. 소설에서라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그외에 다른 단편 또한 어쩌면 가족보다 훨씬 더 유대감을 가졌던 외할머니가 불현듯이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는 (의자), 만담같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던 (막차), 곧 머지 않아 돌멩이가 우리가 사는 지구로 날아오게 되는 상황(어느 날(feat. 돌멩이))또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방금전에 택시기사님이 제게 마시라고 주신 레쓰비 한 캔을 (오늘의 커피)라 생각하고 마시면서 이 리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정겨운 표지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지만 읽다보니 어느 정도 칠이 벗겨지는 디지인이 맘에 들지는 않았던......
아무튼, 최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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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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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 시리즈의 두번째로 조우리작가님의 「라스트 러브」를 읽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박사랑작가님의 「우주를 담아줘」가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을 덕질하는 팬들이 주인공이었다면 「라스트 러브」는 5년차 걸그룹 ‘제로캐럿‘ 의 멤버인 다인, 준, 루비나, 3년차에 탈퇴한 지유와 재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하여 새로 들어온 마린까지...... 이들의 이야기와 파인캐럿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쓴 팬픽이 교차되는 소설이었습니다.
팬픽을 저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아이돌그룹의 팬이 쓴 걸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단행본에서 만나 본 것은 처음이라 독특하면서 신선했습니다.
꾸준히 데뷔하고 멤버의 탈퇴없이 20년이상 그룹을 유지해오고 있는 ‘신화‘나 ‘god(한 번 해체하기도 했지만 재결합하여 꾸준히 앨범들을 내고 계시죠)‘같은 예외의 그룹도 있지만 대부분의 걸그룹이 보이그룹은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여 바뀌거나 7년이라는 계약이 끝나면 해체하여 각자의 길을 가거나 일부만 재계약을 하면서 그 일부만 그룹으로서 활동하거나 그 것도 아니면 해체발표만 하지 않은 채로 기약없이 세월이 흘러가거나......
어느 쪽이든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서 「우주를 담아줘」에서 언급했지만 특별히 좋아하거나 덕질을 하던 아이돌그룹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잘 감이 오지 않지만 「라스트 러브」를 읽으면서 조금은 알 것같아요.
조우리작가님, 흥미롭고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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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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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리작가님의 「라스트 러브」를 먼저 읽을 것인가 아니면 박사랑작가님의 「우주를 담아줘」를 읽을 것인가 아주 잠시 고민을 했지만 첫 소설집「스크류바」로 앞서 만나 보았던 박사랑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 「우주를 담아줘」를 읽었습니다.
저는 순전히 노래가 괜찮은 아이돌 그룹들의 앨범을 산적이 있습니다. 2009년부터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는 데 그때 당시만 해도 ‘포카(포토카드)‘가 흔하지 않던 시대여서 구매하기가 편했던 것 같은 데 요즘에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필수요건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최근까지도 앨범을 구매하기도 했고 ‘포카‘가 겹치지 않기를 바라며 2~3장정도 중복으로 구매해본 적은 있지만 누구를 덕질하며 좋아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그런지 꾸준하게 이어지지는 않더군요.
이 소설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느덧 다소 안정기에 접어든(?) 디디, 제나, 얭 이 세명의 여성이 최애를 현오빠삼으며 덕질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데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회사일에 치어 힘들때 무언 가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 것이 꼭 나를 위하지는 않더라도 나의 최애가 미소를 짓고 윙크를 하고 카메라 앞에서 손키스를 날리는 아주 작은 몸짓에 잠시나마 행복을 만끽 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고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데, 저도 덕질을 한 번 해볼까? 그 전에 덕통사고를 당해봐야 할텐데......
아무튼 박사랑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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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오늘의 젊은 작가 24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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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그렇고 달콤할 것만 같았던 김기창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방콕」을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지만 가라앉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불법체류자신분이었던 베트남출신인 훙(저는 2장까지도 이름을 ‘홍‘으로 인식했는 데 ‘훙‘이더군요.)
이 한국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을 잃게 되자 직장도 한국에서의 소박했던 꿈도 잃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찰까지 들이닥치면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방콕에서 몸을 팔던 와이는 미국인 벤과 동거를 하다 벤의 아이를 갖게 되고 앞서 만났던 남자들이 자신을 떠났기에 벤 역시 임신한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벤의 딸인 섬머는 한국인 정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고 정우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지만 결혼을 하면 위험에 처해진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정우와 계속 동물들을 구해야하는 자신의 신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 벤이 있는 방콕으로 정우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됩니다.
훙이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는 대상이 되었던 아무 것도 몰랐던 정인은 연주회를 얼마 앞둔 어느 날 뜻밖의 일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게 되어 트라우마로 남는 데요.
그리고 성실하게 방콕에서 식당 일을 하던 린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사람이 있는 데 이 사람이 바로 훙이라는......
「방콕」에서는 이렇게 훙, 린, 와이, 벤, 정우, 서머, 정인, 정인과 정우의 엄마이자 이 소설이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제공하게 되는 윤 사장까지 국적도 다양하고 직업이나 가치관, 성격도 다양한 여러 인물들이 「방콕」속에서 얽히는 이야기들을 마치 흡입하듯이 빠르게 읽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4부를 읽고 싶지가 않았는 데 파국이 치닫을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추천의 글을 쓰신 GQ KOREA 피처 에디터이신 김아름님의 ‘이 소설에 망고 디저트 같은 달콤함과 썬 베드 위 안락함 따위는 기대하지 마시라. 삶으로부터 얄팍한 도피처가 되는 일회용 도시. 희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불행의 대피소. 검붉은 액체가 압도적으로 흘러넘치는 하드보일드 바캉스‘라는 글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전작이자 오늘의 작가상 수상영예를 안겨준 「모나코」를 읽지는 않았는 데 이 소설도 이렇게 휘몰아칠 것까봐 읽는 것을 망설일 것 같아요.
김기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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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끊지 말아줄래?
최정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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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에 최정나작가님의 첫 소설집 「말 좀 끊지 말아줄래?」의 표제작인 (말 좀 끊지 말아줄래?)를 읽었을 때에는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표제작만 읽고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8월에 작은도서관에서 한번 빌려서 읽었는 데도 잘 모르게더군요.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소설인 데 표제작만 읽고는 나머지 단편은 손이 가지 않더군요.
(2016년 7월에 첫 출간된 최은영작가님의 첫 소설집이었던 「쇼코의 미소」를 읽었을 때의 느낌을 이 소설에서도 받게 되었는 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집을 책임편집했던 분이 김내리님이었어요.)
사실 포기할까 생각했었는 데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출간한지 약 반년이 지나서 다시 빌려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빠르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 데
불특정다수가 이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 이를테면 장례식장(말 좀 끊지 말아줄래?), 골프장(잘 지내고 있을 거야), 온천에 있는 목욕탕(사적 하루), 식당(한밤의 손님들), (케이브 인), 작업실이 딸린 가구전시장(해피 해피 나무 작업실), 도로나 여럿이 모여사는 아파트와 콘돔등 여러가지를 파는 편의점이나 약국(메리 크리스마스)등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등단작인 (전에도 봐놓고 그래) 역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하실이 있고 마당이 딸린 저택에서 준비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게 어떤 대화인지는 빠르게 읽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을 수 있을 법한 또는 다른 사람에게 흔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작가의 말에서도 여럿이 지나다니는 골목이나 거리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뒷표지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은밀하고 나른한 대화와 돌연 우리의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기묘한 긴장과 불안의 목소리‘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곱씹어봤던 소설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튼 최정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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