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오늘의 젊은 작가 24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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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그렇고 달콤할 것만 같았던 김기창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방콕」을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지만 가라앉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불법체류자신분이었던 베트남출신인 훙(저는 2장까지도 이름을 ‘홍‘으로 인식했는 데 ‘훙‘이더군요.)
이 한국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을 잃게 되자 직장도 한국에서의 소박했던 꿈도 잃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찰까지 들이닥치면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방콕에서 몸을 팔던 와이는 미국인 벤과 동거를 하다 벤의 아이를 갖게 되고 앞서 만났던 남자들이 자신을 떠났기에 벤 역시 임신한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벤의 딸인 섬머는 한국인 정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고 정우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지만 결혼을 하면 위험에 처해진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정우와 계속 동물들을 구해야하는 자신의 신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 벤이 있는 방콕으로 정우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됩니다.
훙이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는 대상이 되었던 아무 것도 몰랐던 정인은 연주회를 얼마 앞둔 어느 날 뜻밖의 일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게 되어 트라우마로 남는 데요.
그리고 성실하게 방콕에서 식당 일을 하던 린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사람이 있는 데 이 사람이 바로 훙이라는......
「방콕」에서는 이렇게 훙, 린, 와이, 벤, 정우, 서머, 정인, 정인과 정우의 엄마이자 이 소설이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제공하게 되는 윤 사장까지 국적도 다양하고 직업이나 가치관, 성격도 다양한 여러 인물들이 「방콕」속에서 얽히는 이야기들을 마치 흡입하듯이 빠르게 읽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4부를 읽고 싶지가 않았는 데 파국이 치닫을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추천의 글을 쓰신 GQ KOREA 피처 에디터이신 김아름님의 ‘이 소설에 망고 디저트 같은 달콤함과 썬 베드 위 안락함 따위는 기대하지 마시라. 삶으로부터 얄팍한 도피처가 되는 일회용 도시. 희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불행의 대피소. 검붉은 액체가 압도적으로 흘러넘치는 하드보일드 바캉스‘라는 글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전작이자 오늘의 작가상 수상영예를 안겨준 「모나코」를 읽지는 않았는 데 이 소설도 이렇게 휘몰아칠 것까봐 읽는 것을 망설일 것 같아요.
김기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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