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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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작가님의 새로운 장편소설 「상아의 문으로」를 다소 짧은 분량인데도 다 읽는 데 비교적 오래 걸렸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일하다가 밤이 되면 수면. 잠을 이루게 되며 가끔씩은 꿈을 꾸고는 하지요. 저는 그 반대로 밤부터 아침까지 일하고 오후에 되어서야 수면을 하고 밤에 일을 하기 위해 잠에서 깨어나려고 알람을 맞추고는 합니다. 저 역시 매일 꿈을 꾸지는 않지만 가끔 가다 꿈을 꾸고는 하는 데요.
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꿈은 이미 지나왔던 세계에서 때로는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세상 속에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데 이 것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할 때도 있고 깨어나서야 꿈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있더군요.
「상아의 문으로」에서의 고등학교 체육 교사이기도 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여‘라는 인물도 소설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길을 걷다가 스쳐지나가 볼 수 있는 인물인 데 눈으로 보고 그 것을 우리의 뇌가 인지/인식하고 때로는 만지면서 느끼거나 향, 맛을 맛보면서 느끼기도 하는 모든 것이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내딛고 있는 세상이 꿈 속이라면 혼돈과 혼란 속에서 부정하고 부인하며 끝내는 체념하고 수용할 수도 있겠죠.
짧지만 강렬하게 제 눈과 머리 속과 마음 속을 헤집어놓아 다 읽을 때에는 정신이 몽롱하고 눈이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랄까, 얕은 잠을 잘때도 있지만
오늘 만큼은 깊은 수면에 빠지면서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병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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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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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으로 청년들의 삶과 현실을 조망했던 송지현작가님이 두번째 소설집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을 출간하셔서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
표제작이자 첫번째로 실린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에 설탕을 굴리지 않고 머스터드와 케첩으로 뿌려진 핫도그를 저도 한번 먹어봤으면 싶었고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에서 엄마가 운영하시던 ‘자앙군 호으프 소오주‘에 가서 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마셔보고 싶어요.
그리고 99만 9천원을 주기로 해놓고 술에 취해 헛소리만 늘어놓는 삼촌에게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62쪽)‘라고 소리치던 동생을 보고 웃음이 나더군요.
(오늘의 가족)에서는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데 치르면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하자 곡소리가 작다고 더 크게 하라고 외치던 외할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돋는 것을 보며 저도 생기를 느꼈고 (진강이의 엑센트)의 범상치않았던 이름을 지닌 진강씨가 아버지에게 소개시키려고 더 정확히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어떤 여인을 보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엑센트를 끌고 서울에서 사백킬로넘는 곳까지 휴게소를 들렸다가 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삼십 분 속성 플라멩코)처럼 네 시간이 걸리는 플라멩코 공연을 단 30분만에 볼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음에도 걱정같은 것을 해보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한 인물처럼 사는 것이 제 장래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미래)의 앞으로도 과거로 남을 것인 사진이 과거이면서 동시에 미래가 되며 어떤 순간에는 현재라는 사실이 저또한 실감나지 않고 (나이트클럽 연대기)의 인물들에 비해 나이트클럽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인생이 이렇게도 지나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고 (명절 전야)의 누구보다도 미래를 살아갈테지만 미래를 모르고 사는 사람과 그래서 미래를 산다고 말하며 명절 냄새가 나는 동생을 동생이 없는 제가 너무 보고 싶었고 마지막에 실린 (쓰지 않을 이야기)의 글을 쓰며 가족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작가처럼 저는 누군가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글을 쓰면서도 못 죽일 것 같지만 그래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송지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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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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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배혜경수필가님의 첫 책인 「앵두를 찾아라」가 출간되었고 2년마다 배혜경작가님의 책을 어느정도 시간 차가 있었지만 접하였는 데 스마트에세이 & 포토포에지인「화영시경」이 재작년 11월 20일에 출간되었으니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에 혹시 책을 내시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바로 얼마전에 2017년 「고마워 영화」이후 두번째 영화에세이인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가 출간이 되어서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일찍이 주문을 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중학생때부터 영화를 보고는 싶었지만 극장에서 볼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극장에 비치되어 있는 영화전단지를 2012년까지 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동네에 있는 비디오대여점에 가서 1500원주고 1박 2일동안 빌려다보거나 공공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DVD를 디지털자료실에서 보고는 했거든요.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다지 주머니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아르바이트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에 시간을 내어 돈이 생기는 즉시 영화관에서 관람하고는 했답니다. 주로 롯데시네마에서 보게 되었는 데 대부분 상업영화들이어서 독립예술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이후에 지금은 없어진 국도예술관이나 아트씨어터 씨엔씨에 한 번씩 가게 되었을 때였고 그렇게 제 집처럼 드나들지는 않았는 데 폐관이 될 줄 알았다면 자주 가서 보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수필가님과 제가 살고 있는 부산에는 영화의전당과 또 최근에는 모퉁이극장이라는 곳이 새로 생겨 상영시간표를 챙겨보지만 직접 가보지는 않았어요.
특히 2012년부터는 우연히 핫트랙스에서 DVD에 꽂혀서 조금씩 야금야금 한국영화DVD를 사모으곤 했었는 데 아르바이트로 받은 월급의 대부분을 DVD 사는 데에 쓰고 모은 DVD들을 보물단지처럼 쌓아놓다가 급전이 필요하면 알라딘중고서점에 팔았다가 새로 DVD를 사모으고 2017년에는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고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그 중에는 이상일감독님의「분노」도 있었네요.)가 DVD로 나오면 국내,해외영화 가리지 않고 사모으게 되었는 데 버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이 많다보니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였죠.
결국에는 다 처분하고 지금도 여전히 알라딘에서 예약판매 중인 DVD를 검색을 하기는 하지만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고마워 영화」 때도 느낀 것이지만 저도 나름대로 영화를 많이 봤다고 자부해왔는 데 여기에 등장하는 영화목록들을 보며 독립영화나 상업영화를 떠나 저는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싶더군요.
그래도 「고마워 영화」를 접하였기 때문인지 영화에 담긴 메시지나 영화 속의 등장하는 인물, 시대적인 배경들을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았는 데도 머릿 속에 펼쳐졌고 수필가님이 지나온 삶의 내력들이 영화와 함께버무려져 있어 사진만 보고 직접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수필가님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던 제게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어요. 다음에 혹여나 이 책에 소개되었던 영화들을 보게 된다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어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인생또한 한 편의 영화이고 그 영화 속에 주인공은 저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 갔다가 「고마워 영화」와 「화영시경」이 비치되어 있어 한 장 찍어놓은 것을 남기며 이 글을 마칠려고 하는 데 「고마워 영화」가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품절이더군요.
그런데 품절되었다고 중고 책가격이 정가의 두 배에 심지어는 9만원 가까이나 해서 자본주의라지만 혹여나 구매하고 싶어도 너무 무시무시해서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배혜경수필가님, 매번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매번 제자리인 제 글솜씨가 야속하게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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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 시대의 아리아
신종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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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 책은 「고스트 프리퀀시」로 만나봤던 신종원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전자 시대의 아리아」입니다.
사실 「고스트 프리퀀시」를 읽었을 때도 범상치 않아서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읽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 데 인쇄된 글자 하나하나를 읽다가 보니 힘들기는 했었고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고 읽고 난 후에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작은도서관에 등록된 청구기호 일반 813.7 신75ㅈ, 등록번호 MD12564인 전자 시대의 아리아 : 신종원 소설집을 대출하여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제가 찾고 싶은 책이 비치되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면 답답하고 불편한 것은 당연할 겁니다. 어디에 있는 지를 모르니 찾을 수도 없어서 빌려가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밴시의 푸가)를 읽으면서 했었고 (전자 시대의 아리아)속의 흘러나오는 음성신호들에 저도 모르게 병사들처럼 넋이 나갈 것 같았어요.
(멜로디 웹 텍스처)의 거미줄에 저는 꼼짝없이 걸려들 것이 분명하고 반복되는 ‘삐그덕, 찰칵.‘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전자 시대의 아리아)에 일본어로 지시할 때 한때는 일본어를 배웠으나 이제는 읽기조차 힘들어져버린 것에 많이 아쉬웠고 또한 (옵티컬 볼레로)에 나오는 독일어대화를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었으며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존재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저는 너무 두려워서 만지지도 못할 것 같아요. (저주받은 가보를 위한 송가집)에 전시되어 있는 엘가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올린을 직접 본다면 볼품없는 외관이지만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밀 사보 노트)를 통해 잘 몰랐던 지금은 별이 되신 故 황현산 선생님에 대해 조금이나 알 수 있어서 픽션이 가미되었지만 의미있었으며 (보이스 디펜스)의 악마 바알즈붑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저 또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고 제가 사는 부산의 다대포가 나오는 (작은 코다)를 읽고 힘들겠지만 「다대포 후리소리」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잠시나마 들게 하던 신종원작가님의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대출에만 그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의미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신종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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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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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두번째로는 무려 작년에 등단(생각해보면 앞서 읽었던 「브로콜리 펀치」의 이유리작가님도, 「고스트 프리퀀시」의 신종원작가님도 다 작년에 등단하시고 올해 책을 내셨죠. 신종원작가님은 심지어 두 권이나 내셨고요.)하신 서장원작가님의 첫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엄연히 말하자면 2019년 문학3에서 발표하신 (주례)라는 짧은 단편이 있지만 아무튼 불과 작년에 (해가 지기 전에)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고 이 두 작품을 포함한 9편의 단편들이 불과 1년여만에 발표되어 벌써 단행본으로 출간된다는 것이 저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바로 앞에 읽었던 「아직 살아 있습니다」의 나푸름작가님은 2014년, 조만간 읽을 예정인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차현지작가님은 무려 2011년에 등단하시고 올해 첫 책을 내시는 데 말이죠.)
이 소설집에는 작가가 된 친구에게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당신이 모르는 이야기)하거나 알츠하이머로 요양원에 계신 친구의 엄마를 보러 가거나(이 인용 게임), 차별이 없을 것같은 선진국인 프랑스에 갈 준비를 하고(프랑스 영화처럼) 떠돌이 개를 키우려는 아들에게 손찌검하며 성적이 떨어지면 개를 버리겠다는 무정한 아버지와 (해변의 밤)하며 은사님에게 주례를 요청한 제자(주례),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며 해변에 있는 펜션에 여행 온 부부(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함께 키우던 개를 아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전애인에게 맡기려는 남자와 그렇게 개를 맡게 된 여자(망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아들을 보러 운전하는 부모(해가 지기 전에), 한때는 왕가위의 영화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좋아하지 않고 이혼을 결심한 친구와 그를 보살피는 친구(해피 투게더)가 등장하는 데 유별날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이야기들이라 읽으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고 오해로 인해 인간관계가 걷잡을 수도 없이 나빠질 수가 있다는 것과 오해를 풀어내려면 많은 인과관계가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서장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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