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심
고은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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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요? 독버섯을 삼킨 기분입니다.
정말 겉보기에는 화려해서 맛도 좋을 것 같고 영양도 가득할 것 같은 버섯을 따서 먹었는 데 독이 제 몸으로 가득차버리는.
오늘 읽은 고은채작가님의 첫 책이자 첫 장편소설인 「연심」도 그렇습니다.
표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매우 애틋하며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 데 작가님이 18살때부터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여 21살 생일을 앞두고 책이 나왔으니 독버섯으로 따지만 그 만큼 독이 농축되어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서 진득한 독(!)이 아주 깊숙하게 있을 줄이야.
운명처럼 만난 재우에게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은휘가 뭐하나 빠질 것이 없던 박동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재우와 결혼을 약속하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바로 여기까지는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라도 생각했었는 데 은휘가 집을 나가고 나서 아버지가 허망하게 돌아가시고 망나니 오빠는 재산을 다 팔아치우고 일본으로 도망가버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국사람인 윌리엄 밑에서 일을 하던 재우가 총독부에게 잡혀가 목숨만 유지한 채로 돌아 오면서부터 불행의 싹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해서 우여곡절끝에 일자리를 구한 호텔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박동빈을 만나 결코 원치 않는 박동빈과의 ‘데-토‘(데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은휘, 아픈 재우의 약값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루주를 바르고 향수를 뿌리며 박동빈을 만나 박동빈에게 죽임을 당하는 재우가 연심이라고 부르던 은휘의 모습을 눈으로 머리 속에 담으며 계속 읽어야할까 많이 망설였는 데 너무 독으로 가득찬 이야기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다 읽기는 했지만서도 개운하지 않고 씁쓸해지는 「연심」의 표지는 매우 인상깊었기는 했었는 데 표지의 이미지를 그대로 책 안에도 옮겨져 있는 데 성의없이 그냥 이미지를 늘여놓은 것 같았고 책 뒷날개의 오타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제 머리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연심이었던 은휘와 재우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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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영희 지음 / 스윙밴드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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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다 어른」을 읽어보지는 않아서 이 번에 3년만에 두번째 에세이를 내신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국제부로 옮겨서 일을 하고 있을 기자이기도 한 이영희작가님의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읽어보았음.
문화부에서 오랜 기간동안 기자로 활동하셔서 그런지 책이나 영화 그리고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들이 곳곳에 언급되고는 하는 데 그래도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음.
주로 국내소설을 많이 읽었던 내게 자기계발서나 인문교양의 성격을 지닌 책을 잘 접해보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그런 책들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그 책을 통해서 유익한 정보들을 얻거나 그 것을 활용하기 위해 외워두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 사실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움울한 나의 현실 속에서 벗어나 소설 속으로 도피하여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음.
영화들도 많이 언급되던데「지랄발광 17세」(알라딘에서는 ‘디 엣지 오브 세븐틴‘으로 검색됨.)와 아직 DVD소식이 없는 「토니 에드만」은 저도 극장에서 봤는 데 「토니 에드만」에서 딸이 부른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왔음.
작가님은 168이 넘은 장신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데 저는 그 반대로 168도 안되는 단신의 삶을 살아가는 남성이라서 조금은 위축들기도 했지만 저의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이기에 더이상 주눅들지는 않으려고 계속 다짐만 하고 있음.
저도 고등학교 때 처음 일본어를 배웠는 데 성인이 되고 시간이 흐르니 다 까먹어버렸고 또 뭐든지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고 나름대로 계획도 세워보지만 시간적보다는 대부분 경제적인 요인으로 실천하지 않아서 너무 안타깝기도 함.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지금은 국제부에서 기자생활을 하실 텐데(아마도 일본?) 멋지게 오늘 하루도 살아가실 이영희작가님이 부러웠음.(부러우면 지는 거다고 하지만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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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킷 캣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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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다케요시 유스케작가의「펫숍 보이즈」처럼 사랑스러운 동물이 등장하는 데 이번에는 고양이를 2박 3일간 빌려주는 가게에서 각각의 사연으로 고양이를 빌려와 2박 3일간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시게마쓰 기요시작가의 연작소설 「블랭킷 캣」을 읽어보았음.
1월 첫날에 국어교사이시기도 한 김호준작가님의 「디그요정」을 읽고 리뷰를 남겼는 데 운좋게 당첨이 되어 양철북출판사에서 카르페디엠시리즈 전권을 받게 되었는 데 그 시리즈에 시게마쓰 기요시작가의 「안녕 기요시코」, 「나이프」, 「휘파람 반장」이 있었는 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음.
오랫동안 일하던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직원이 이전에도 함께 했던 이제는 블랭킷 캣의 자리에서 물러난 나이든 고양이와 함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행을 하고 아이가 없어서 외로운 부부가 아내처럼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고양이를 빌려와 2박 3일간 동거동락하며 또 나처럼 프리터(앞서 나온 「펫숍 보이즈」에서도 나오지만서도 일정한 직장을 가지지 않고 아르바이트나 단기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자가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여 애완동물 금지인 원룸에서 키우기 위해 고양이를 빌려오고 또 요양원에서 생활하실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위해 애지중지 키웠던 고양이의 대역을 찾기 위해 고양이를 빌리는 등 다양한 사연으로 고양이를 빌리려는 사람들과 무뚝뚝하며 자기의 사연을 드러내지 않는 고양이 렌탈(?) 업체의 점장이 인상깊었음.
무엇보다 책의 표지가 사랑스러웠고 앞서 아르테에서 출간된 나쓰카와 소스케작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흥미롭게 읽었으므로 이 소설 또한 흥미롭고 따뜻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기에 선택을 하였음. 결과적으로는 아주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함.
「블랭킷 캣」이 무엇 뜻일까 했는 데 ‘담요를 덮은 고양이‘ 로 태어날 때부터 덮은 담요를 쓰고 먹이도 아무 거나 주면 안 되며 지정된 먹이로만 주어야 하는 데 고양이를 빌리면서 그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주면 알아서 주인을 잘 따른다는 대목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거친 고양이들의 대해 생각해봤음. (소설에서도 나이가 많고 여러 사람들을 경험해 본 블랭킷 캣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을 빌려 온 사람에게서 벗어나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에피소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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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는 집 오늘의 청소년 문학 22
김혜진 지음 / 다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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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제가 하고픈 말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해서 중얼거리고 더듬거려서 이런 제 자신에게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주 짧은 시간에 다 읽은 김혜진작가님(「딸에 대하여」를 쓰신 김혜진작가님과 동명이인이며 「오늘의 할 일 작업실」을 쓰신 작가님이십니다.)의 「귀를 기울이는 집」에서 정 교수의 글을 받아적으며 말을 제대로 하고 싶었지만 의도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중학생 서담을 보며 마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저와 담이처럼 자기가 하고픈 말을 확실하게 내뱉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편 탐욕적인 김 감독이나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박 기자처럼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이야기하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귀를 기울이는 집」이라는 제목에 맡게 정 교수가 평생동안 살아 온 비밀스러운 집에서 여름을 맞이하여 한동안 모임을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마지막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모임을 열게 되자 박 기자와 김 감독을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손으로 쓰면서 보내고 그 중에서도 제한된 일부만 초청받아 정 교수의 집에 가서 정 교수의 미발표작에 대해 궁금함을 숨기지 않고 심지어 대한 험담을 서슴지않는 이들을 보며 저 또한 마음이 심난해지더군요.
저도 정 교수의 집에 들어가서 그 곳에 있는 방문들을 열고 그 문턱을 넘고 또 열고 또 문턱을 넘으면 저도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그리고 저에게도 어느 순간 무엇이 생기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돈이나 어떤 명예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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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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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간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2번째 장편소설 「아르카디아」가 출간되었고 알라딘에서 문자가 와서 구매하고 읽어봄.
공동체생활을 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아르카디아‘에서 태어난 꼬마 비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작년에 봤던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우리를 침범하게 하는 것들」이 떠올랐음.
요즘에 외국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었지만 영화에서나 접하던 비속어나 마약, 섹스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등장해서 조금은 놀라기도 했는 데 정서적인 것이라고 느껴짐.
어머니 해나와 아버지 에이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테어난 비트가 유토피아같았던 아르카디아가 무너져내리자 먼 곳으로 이사를 가고 그 곳에서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비트가 자라 성인이 되어 대학교수가 되고 헤어졌던 헬레를 만나 사랑하고 딸 그레테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산책하러 나갔다가 헬레가 돌아오지 않았으며 아버지 에이브는 스스로 삶을 결정해버리고 어머니인 해나는 루게릭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려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어가며 이 소설이 처음 쓰여진 2012년 당시에 2018년 올해 엄청난 전염병이 돌아 수 많은 전 세계 사람들이 죽게 되는 재난을 그리셨는 데 솔직히 이것이 소설이지만서도 섬뜩한 기분이 들었음.
아무튼 앞서 나온「운명과 분노」를 읽어보면 이 작가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않을 까하는 확신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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