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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는 집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22
김혜진 지음 / 다른 / 2018년 2월
평점 :
저는 항상 제가 하고픈 말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해서 중얼거리고 더듬거려서 이런 제 자신에게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주 짧은 시간에 다 읽은 김혜진작가님(「딸에 대하여」를 쓰신 김혜진작가님과 동명이인이며 「오늘의 할 일 작업실」을 쓰신 작가님이십니다.)의 「귀를 기울이는 집」에서 정 교수의 글을 받아적으며 말을 제대로 하고 싶었지만 의도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중학생 서담을 보며 마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저와 담이처럼 자기가 하고픈 말을 확실하게 내뱉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편 탐욕적인 김 감독이나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박 기자처럼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이야기하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귀를 기울이는 집」이라는 제목에 맡게 정 교수가 평생동안 살아 온 비밀스러운 집에서 여름을 맞이하여 한동안 모임을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마지막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모임을 열게 되자 박 기자와 김 감독을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손으로 쓰면서 보내고 그 중에서도 제한된 일부만 초청받아 정 교수의 집에 가서 정 교수의 미발표작에 대해 궁금함을 숨기지 않고 심지어 대한 험담을 서슴지않는 이들을 보며 저 또한 마음이 심난해지더군요.
저도 정 교수의 집에 들어가서 그 곳에 있는 방문들을 열고 그 문턱을 넘고 또 열고 또 문턱을 넘으면 저도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그리고 저에게도 어느 순간 무엇이 생기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돈이나 어떤 명예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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