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김소윤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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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출간되었지만 그냥 지나쳤었는 데 은행나무에서 출간될 예정인 「정난주 마리아 - 잊혀진 꽃들」로 6회 제주 4.3평화문학상을 김소윤작가님이 수상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뒤늦게 찾아보니 지난 2월에 소설집「밤의 나라」를 내셨고 또 알고보니 자음과모음에서 하던 ‘나는 작가다‘에서 「코카브 - 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로 당선(원래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지금 죽으러 갑니다」의 정해연작가님도 「더블」이라는 작품으로 당선되었지만 주최출판사의 사정으로 무산되었고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만 들었어요.)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저는 「코카브 - 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를 읽었던 것이 분명 기억납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읽어보았습니다.
앞서 읽은 김우남작가님의 「뻐꾸기 날리다」처럼 「밤의 나라」에 실린 단편들 대부분이 취약계층의 여성들이 등장하였는 데 자유로운 남한을 꿈꾸며 탈북한 여성들이 남한에서도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채로 살아가거나(밤의 나라), (붉은 목도리)
소리가 들리지 않아 결국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여 자신의 아이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고 떠나는 여성(듣지 못한 말),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조류독감으로 인해 모조리 살처분당하자 분노하며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며 노동력을 착취시키던 곳을 떠나는 은정(그해, 봄)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지만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코피노‘의 삶을 버리고 한국인이 되고자 ‘조이‘라는 이름에서 ‘조희‘로 바꾸면서까지 했으며 한국남자와 결혼했으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필리핀 아내의 고향으로 떠나는 최운정의 이야기 (괜찮습니다, 나는)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갑작스럽게 잃고 일에 매진하던 최운정이 회사로 부터 일주일 휴가를 받고 아내의 고향 필리핀으로 가 마사지일을 하던 장모 에리카와 조이의 동생 호세를 만나 한국에서 자신외에 사랑받지 못하고 차가운 시선만을 받아야 했던 조이가 부모로부터 사랑받으며 살아왔지만 국적이 서로 다른 부모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야만 했던 것을 알게되며 아내를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게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끝내 사고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난 기다렸어, 만약 사고만 없었다면, 그 아이는 반드시 돌아왔을 거야.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최운정에게 말하던 조이의 엄마 에리카같은 사람이 제게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화려한 장례)역시 갑자기 증발된 것처럼 사라져버린 누나 은영이를 증오하던 현수가 마지막에 은영의 흔적들을 모두 불태워버리며 그야말로 ‘화려한 장례‘를 치루는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은영이 사라지자 시간이 멈춰져버린 부모님도.
하반기에 나올 예정인 「정난주 마리아 - 잊혀진 꽃들」이 기대가 됩니다.
김소윤작가님, 제 마음에 파문을 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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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날리다
김우남 지음 / 문예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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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우남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뻐꾸기 날리다」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눈여겨보고 있었다가 뒤늦게 제가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표제작이자 부풀려서 거짓말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뻐꾸기 날리다)를 포함하여 총 7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해설에서도 나오지만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결혼한 3,40대 여성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첫번째로 실린 (빨래하는 여자)는 살림하나 똑부러지던 아내가 아이를 가졌으나 냉장고 수리하러 온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하여 결국 아이는 유산되고 더렵혀진다는 강박으로 매일 시도때도 없이 빨래를 하게 되고 남편 그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려고 하는 데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입춘)에서는 배다른 형제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상의도 없이 유골함을 들고 사라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표제작 (뻐꾸기 날리다)의 이승연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학력을 교묘하고 치밀하게 속였고 그 것이 들통났지만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자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소설이지만서도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설집의 중심적인 인물이자 단편제목이기도 한 (아줌마)는 아이를 잠시 ‘시청아줌마‘ 에게 맡기는 여자가 점점더 자신의 가족 깊숙하게 들어오는 ‘시청아줌마‘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던 차에 친척 결혼식이 있어 급하게 ‘시청아줌마‘를 부르게 되고 차가 막혀 늦게 오는 바람에 ‘시청아줌마‘의 남편이 위독한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서 겉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서도 죄책감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인데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 일상속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다.
2015년 직지소설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은 제가 작년에 CGV에서 「직지코드」를 봐서 그런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절을 머나먼 타국의 땅 도서관 지하에 있는 것도 모자라 그 것을 보기 위해 온갖 서류를 작성하고 허가를 받아만 겨우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김우남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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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선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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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저쪽」이후 3년만에 내신 신작이자 「정결한 집」 이후 5년만에 나온 「새의 시선」으로 돌아오신 정찬작가님!
「새의 시선」의 표지를 봤을 때 새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깊더군요.
물론 삶 속에 ‘죽음‘이라는 것이 항상 제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만서도「새의 시선」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모두 ‘죽음‘이라는 아지랑이가 소설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어요.
「브로크백 마운틴」의 에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히스 레저‘(양의 냄새), 1986년 4월 28일 서울대학생 김세진, 이재호 두 학생이 전방 입소 반대 시위 도중 분신을 하였고 그들의 주변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를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던 박민우가 용산시위현장에 정보원으로 사진을 찍었으며 그 이후 용산참사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투신을 하고(새의 시선) 그림을 그리던 형조가 의문투성이의 그 시절을 겪고 나자 미친듯이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다 결국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사라지는 것들)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나 운전을 하던 기훈이는 다치기만 하였으나 옆에 앉았던 현수는 죽게 되고 그 것으로 인해 기훈과 기훈의 아버지인 하영우를 증오하기도 했지만 하영우와 함께 티베트고원으로 떠나며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가하면(카일라스를 찾아서) 첫번째로 읽은 (양의 냄새)처럼 극중 배역에 몹시 심취한 나머지 연극이 끊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K에게 빠져버린 극작가가 등장하는 (플라톤의 동굴)도 인상적이었지만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 세월호참사를 다룬 (새들의 길)과 (등불)이었습니다.
물론 (사라지는 것들 - 죽은 형조의 딸이 세월호를 탔다는 내용이 나오기는 합니다.)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세월호 참사소식이 나오지만 (새들의 길)과 (등불)은 각각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인 아들을 둔 어머니(새들의 길)와 젖먹이 아이를 엎고 세월호를 탄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를 기억하는 회물트럭 기사의 이야기인 데 4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이 단편들에서도 오빠가 갑자기 사라져버려 죽었는 지 살았는 지 알길이 없어 오빠치수에 맞는 운동화를 아들에게 준 어머니(새들의 길), 또 딸을 화재로 잃고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딸의 곁으로 가 홀로 남은 화물트럭 기사(등불)처럼 고개만 살짝 돌려도 죽음이 바로 주변에 있음을 몸소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등불)을 읽던 도중,
˝딸의 죽음 이후 회사 다니는 일이 많이 힘들었다. 일하는 목적이 사라졌다. 그러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동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위로의 말을 듣는 것도 괴로웠다. 위로가 전혀 되지 않는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들이 낯설었다. 어떤 이들은 빨리 잊으라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딸의 죽음 이후 시간 감각이 허물어진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견딘 것은 아내 때문이었다. 일상이 철저하게 무너진 아내에게 자신마저 무너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등불,157쪽)라는 부분을 읽으며 잠시 그처럼 시간 감각이 허물어진 것 같았습니다.
4년이나 지나버린 시점에서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정찬작가님처럼 저도 얼마만큼 견뎠는 지 또 얼마만큼 견디고 있는 지 앞으로 또 얼마만큼이나 견뎌야 하는 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견뎌야하겠지요.
정찬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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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결심 - 2018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은모든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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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홍준성작가님의 「열등의 계보」부터 2016년 하유지작가님의 「집 떠나 집」, 작년에는 은행나무 X로 박유경작가님의 「여흥상사」를 출간되자 바로 읽었는 데 이번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이하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이 은모든작가님의「애주가의 결심」이더군요.
제가 한 때는 애주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마셔서 그런지 술의 깊은 맛이나 술과 어울리는 안주, 술집의 분위기 같은 것을 전혀 모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술을 입에 대본적이 열 손가락 안에 들기 때문에 술을 음미하고 술을 사랑하는 주희와 배짱, 역시 술을 좋아하지만 의도적으로 술을 끊고 있는 우경의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내용이 그런 게 아니라 애주가가 아닌 저로서는 솔직히 잘 와닿지가 않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 같아요.
아마도 술을 파는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음미하게 된 후에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더 깊게 술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은모든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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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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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김금희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임현작가님이 (고두)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셨는 데 올해는 작년에 2번째 소설집「아내들의 학교」를 출간하셨던 박민정작가님이 (세실, 주희)로 대상을 수상하셨더군요.
(세실, 주희)를 읽으면서 최근 SNS등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 유투버의 충격적인 고백이 연상되었고 어쨌든 원인은 그렇다치더라도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에 버젓이 유포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임성순작가님은 조금 의아하기는 했습니다.
이 것도 편견이지만서도 장편소설만 발표하시던 임성순작가님이 단편을 쓰셨고 그 단편이 젊은작가상에 선정되었다는 것에 놀라웠기도 했지만서도 매우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역시 작가님의 전작들처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임현작가님의 (그들의 이해관계)와 정영수작가님의 (더 인간적인 말)은 작가님들의 첫 소설집을 읽어서 그런지 작가님들만의 고유한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박상영작가님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가장 길어서 아직 첫 책이 없는 작가들 중 먼저 읽었는 데 가장 길었음에도 빠르게 읽었다는 신형철평론가님처럼 금방 읽혀졌습니다.
특히 ‘왕샤‘라는 인물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김세희작가님의 (가만한 나날)을 읽으며 마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며 저 역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는 프로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최정나작가님의 (한밤의 손님들)은 솔직히 읽었을 때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었는 데 뭔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아마도 당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 번에는 비교적 늦게 읽었는 데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박상영, 김세희, 최정나작가님의 첫 책이 나오기를 기다려집니다.
물론 박민정, 임성순, 임현, 정영수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다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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