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시선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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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저쪽」이후 3년만에 내신 신작이자 「정결한 집」 이후 5년만에 나온 「새의 시선」으로 돌아오신 정찬작가님!
「새의 시선」의 표지를 봤을 때 새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깊더군요.
물론 삶 속에 ‘죽음‘이라는 것이 항상 제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만서도「새의 시선」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모두 ‘죽음‘이라는 아지랑이가 소설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어요.
「브로크백 마운틴」의 에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히스 레저‘(양의 냄새), 1986년 4월 28일 서울대학생 김세진, 이재호 두 학생이 전방 입소 반대 시위 도중 분신을 하였고 그들의 주변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를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던 박민우가 용산시위현장에 정보원으로 사진을 찍었으며 그 이후 용산참사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투신을 하고(새의 시선) 그림을 그리던 형조가 의문투성이의 그 시절을 겪고 나자 미친듯이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다 결국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사라지는 것들)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나 운전을 하던 기훈이는 다치기만 하였으나 옆에 앉았던 현수는 죽게 되고 그 것으로 인해 기훈과 기훈의 아버지인 하영우를 증오하기도 했지만 하영우와 함께 티베트고원으로 떠나며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가하면(카일라스를 찾아서) 첫번째로 읽은 (양의 냄새)처럼 극중 배역에 몹시 심취한 나머지 연극이 끊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K에게 빠져버린 극작가가 등장하는 (플라톤의 동굴)도 인상적이었지만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 세월호참사를 다룬 (새들의 길)과 (등불)이었습니다.
물론 (사라지는 것들 - 죽은 형조의 딸이 세월호를 탔다는 내용이 나오기는 합니다.)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세월호 참사소식이 나오지만 (새들의 길)과 (등불)은 각각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인 아들을 둔 어머니(새들의 길)와 젖먹이 아이를 엎고 세월호를 탄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를 기억하는 회물트럭 기사의 이야기인 데 4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이 단편들에서도 오빠가 갑자기 사라져버려 죽었는 지 살았는 지 알길이 없어 오빠치수에 맞는 운동화를 아들에게 준 어머니(새들의 길), 또 딸을 화재로 잃고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딸의 곁으로 가 홀로 남은 화물트럭 기사(등불)처럼 고개만 살짝 돌려도 죽음이 바로 주변에 있음을 몸소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등불)을 읽던 도중,
˝딸의 죽음 이후 회사 다니는 일이 많이 힘들었다. 일하는 목적이 사라졌다. 그러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동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위로의 말을 듣는 것도 괴로웠다. 위로가 전혀 되지 않는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들이 낯설었다. 어떤 이들은 빨리 잊으라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딸의 죽음 이후 시간 감각이 허물어진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견딘 것은 아내 때문이었다. 일상이 철저하게 무너진 아내에게 자신마저 무너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등불,157쪽)라는 부분을 읽으며 잠시 그처럼 시간 감각이 허물어진 것 같았습니다.
4년이나 지나버린 시점에서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정찬작가님처럼 저도 얼마만큼 견뎠는 지 또 얼마만큼 견디고 있는 지 앞으로 또 얼마만큼이나 견뎌야 하는 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견뎌야하겠지요.
정찬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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