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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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지는 기분입니다.
언젠가는 나도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지 않을 까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물론 그 전에 예기치못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다 읽은 천희란작가님의 「영의 기원」의 8편 단편들 속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죽음‘들을 눈으로 하나 하나 접하면서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심지어 단편 속 인물들처럼 고통받지 않게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충동도 들었습니다.
등단작이며 제일 앞에 실린 (창백한 무영의 정원)을 6월 초에 먼저 읽어보았는 데 아직까지도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건사고소식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특정 동반자살을 다루고 있는 이 단편에서 하나씩 스스로 ‘죽음‘에 성공하는 모습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언자들), (경멸)등은 솔직히 잘 읽혀지진 않았지만 역시 ‘죽음‘이 곳곳에 있었고 작년에 읽었던 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를 다시 읽어보니 머리 속에서 사라졌던 느낌과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신앙의 계보), (화성, 스위치, 삭제된 장면들), 표제작 (영의 기원) 또한 ‘죽음‘을 다루고 있어서 읽는 내내 어떠한 기척들을 내 몸 곳곳에 느껴졌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의 형인처럼 저에게 모욕감을 주는 타인들을 증오하고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과 그러면 안된다는 이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을 가끔씩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영의 기원」을 읽으면서 분명히 우울하지만 어디에서나 맞이할 수 있는 ‘죽음‘ 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천희란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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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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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작가님의 다섯번째 소설집「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 이어서 읽은 현대문학 PIN 시리즈 2번째 박형서작가님의 「당신의 노후」를 읽게 되었는 데 뭐랄까, 병맛같다기보다는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이기호작가님과 박형서작가님이 동갑이시네요. 몰랐어요.)
나이는 당연히 먹어가는 것인 데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고 삶이 팍팍하여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은 물론 아예 결혼조차 포기해버린 젊은이들......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인구도 늘어나고 그런 노인들을 부양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고 삶의 질과 의료기기들이 새롭게 진화하면서 80세, 100세인생을 넘어 이제는 150년을 산다는 거북의 수명을 넘어보지 않을 까하던 찰나에 이런 노인들을 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하여 처리해버리고 100% 연금수령을 못하게 하여 재정적 적자를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나이만 늘어나는 노인들을 처리하는 일을 하던 장길도가 사랑하는 아내 수련씨가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느 노인들처럼 수련씨또한 100% 지급대상이 되어 처리될 위기에 처하자 그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와 과거 장길도가 몸담았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100% 연금수령하는 노인들을 사고나 자살로 위장하여 처리하는 일화들이 겹쳐지는 데 멀지 않는 미래에 이러한 일들이 현실이 된다면 매우 서글퍼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소설 말미에 나오는 40대 연금이사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그 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야 할텐데...... 그러고보니 지금 살고 있는 원룸 앞으로 나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온 120여만원의 독촉장이 왔던데...... 2010년부터 납부가 되지 않았다고 하니 전화를 해보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납부를 한 후에 해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 때문만은 아닙니다.)
박형서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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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6-14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주에 읽을 계획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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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먼저 읽어서 처음에는 그냥 넘겨버리려 했으나 ‘한정희‘라는 인물이 인상깊어서 이미 읽었지만 또 읽었음. 그런데 두 번이나 읽었음에도 선인장은 잘 연상되지 않던데 정확히는 이기호작가님의 다섯번째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힌 교회 오빠 강민호」에 실린 단편들을 읽어도 선인장이 연상되지 않던 데 두 권(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정희와 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다 왜 선인장의 이미지를 사용했을 까 살짝 의구심이 들지만 계속 읽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2. 역시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자선작으로 실린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을 앞부분을 읽다가 ‘어, 이 단편 어디서 읽어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는 데 알고 보니 수상작 (한정희와 나)와 자선대표작으로 실려 있었던 것이었음. 그런데 권순찬씨는 700만원을 결국 못 받아간 것(물론 권순찬씨가 거절을 했으므로) 같은 데 그럼 그 700만원의 행방은 어디로 갔을 까? 만약 내가 권순찬씨라면 그처럼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 까?

3. 용산참사현장에 직접 가지 못한 나정만씨가 등장하는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을 읽으며 앞서 읽었던 정찬작가님의 소설집 「새의 시선」이 떠올랐는 데 그 것은 단순히 「새의 시선」을 먼저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구매하면 마일리지 1000점으로 같이 받을 수 있는 ‘문제의 오이비누‘가 조금 뜬금 없었는 데 바로 이 단편에서 나온 것이란 걸 읽으면서 알았음.

4.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 실린 단편들 중 가장 분량이 길어서 뭐랄까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바로 뒤에도 나오겠지만 김숙희가 14년 9개월만에 남편을 죽였다고 자수를 해버리는 바람에 같이 동거한 박창수의 김숙희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과연 혐오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졌음.

5.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바로 뒤에 실린 (오래전 김숙희는)을 읽으며 남편 김준수를 두고 정재민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던 김숙희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정재민이 김숙희가 자수를 하며 뜻밖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형사들과 같이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이 인상깊었으며 조사받으면서 둘이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조금 상상해봤음.

6. 표제작이기도 한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라는 단편의 제목을 보자 부산에 살고 있는 나는 지금은 부산에 있지 않는 ‘그 분‘이 제일 먼저 연상이 되었으며 트위터에 이 제목을 검색하자마자 나오는 것이 ‘그 분‘의 트위터계정이던데...... 아무튼 히잡을 쓰며 학교로 출근한 윤희의 모습이 상상이 되고 과연 윤희와 강민호 오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 지도 궁금해졌음.

7.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올 시기에 모닝을 타고 학교로 출근하던 작가님이 대리운전기사 김영성(물론 가명이겠지요.)씨를 차로 치었으며 다소 이런 일에 전문적인 김영성씨에게 교수라는 사실을 속이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8. 마지막으로 (최미진은 어디로)에서 작가님의 책이자 정확히는 내가 읽어보지 않은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원래제목이 「수배의 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그것도 작가님의 친필서명본인「차남들의 세계사」를 다른 책들과 구매시 무료로 주고 같은 병맛소설인 박형서작가님의 책(아마도 역시 읽지 않은「끄라비」였을 것 같음.)에는 아무런 옵션을 걸지 않는 최미진의 전남자친구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하필이면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가 출간될 시점에 공교롭게도 박형서작가님의 신작 소설 「당신의 노후」도 출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으며 또 공교롭게도 두 권 같이 구매를 했다는 사실도 생각이 나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올해 동인문학상 최종후보에 올라가지 않을 까하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음.
이기호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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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개
박솔뫼 지음 / 스위밍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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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이후 황예인님(정지돈작가님의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의 리뷰를 쓸 때 물어봤었는 데 역시 제가 익숙히 들었던 그 분이 맞았네요.)이 2018년 봄에 새로 책을 내셨는 데 그 책의 제목은 「사랑하는 개」이며 박솔뫼작가님이 「겨울의 - 눈↑빛↑♬」이후 내신 소설집이더군요.
표제작이기도 한 (사랑하는 개)에서도 등장하는(?) ‘금‘정연님의 해설처럼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소설을 읽어보니 정말이지 노디(표지에 있던 늠름하게 생긴 개맞죠?)같은 개를 키워보고 싶지만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해서 개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개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기는 하지만 인간보다 빨리 시간이 흐르니까...... 아무튼 입 밖에 내뱉은 말에는 뭔가 힘이 있긴 있다는 것(사랑하는 개)에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가습기에서 나온 세 마리의 닭을 보며 정확히는 자신들이 먹었었던 가게이름이 천국인지 극락인지 아무튼 그런 이름이 들어갔었던 것 같은 고기집을 찾는 도형과 나(고기 먹으러 가는 길)를 보면서 허기가 졌고 1월 1일부터 동면을 시작하는 허은과 허은이 데리고 온 고양이 차미(여름의 끝으로)를 보며 동시에 나도 겨울잠같은 것을 푹자보며 나에게 ‘만들어질 기억‘을 노트에다 적어보고 싶고 또 고양이도 키워보고 싶기는 하지만 차미처럼 내게 욕을 하지 않을 까 물론 내게 욕한다 할지라도 내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서도. 마지막으로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재밌을 것 같은 영화를 아르바이트 끝나고 아침에 영화를 보았다가 또 1~2년전에는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라면 무조건 극장에서 무리하게 보려고 했는 데 분명히 처음 보았고 영화시작전에 틀어준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봤을 뿐인 데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얼마 전에 본 것같은 기분이 들었고 테니스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최근 좋은 활약을 해주시는 우리나라 선수를 보며 테니스 선수들의 멋있음(차가운 여름의 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만나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나게 해주는 산책같은 소설‘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박솔뫼작가님처럼 앞으로 내가 할 것들과 하지 않고 하지 못할 것들이 저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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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
안형준 지음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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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출신인 안형준작가님이 쓰신 「딥뉴스」를 읽어 보았는 데 역시 실제로 있었던 MBC 사건을 토대로 쓰였고 기자출신이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생동감이 넘치면서 술술 그 자리에서 읽었나갔습니다.
작년 초에 개봉했던 「7년 - 그들이 없는 언론」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딥뉴스」를 읽으면서도 진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기 위해 목숨걸고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자들과 그 것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자체를 없애거나 심지어 취재했던 기자들과 PD들을 해고시키기까지하는...... 이런 것이 방송, 신문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버젓이 또는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모습이 분노를 떠나서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읽고 있었던 시기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딥뉴스」의 조경혜 또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더군요.
누구처럼 더 나아가 차기 대통령까지 노리고 있는 그녀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충격적인 비밀이 있는 데 그 것을 밝혀내기 위해 「딥뉴스」기자들이 피렌체, 캘리포니아, 호스트바나 백화점 명품관까지 잠입취재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물론 정확한 사실확인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화하여 대중들의 높은 조회수만 노리는 기레기같은 기자들도 있지만 정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면서 오늘도 열심히 취재하는 열정적인 기자들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형준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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