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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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도 읽어봤습니다.
등단작으로만으로도 40만건이나 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신 장류진작가님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처음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부터 뭐랄까, 반드시 이작가님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는 아니,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받은 만큼만 정확하게 돌려주는 나쁘게 말하면 계산적이지만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처럼 저 역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사장님의 눈 밖에 나서 마땅히 받아야 할 월급을 회사의 포인트로 받게 되는 불가피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그 포인트로 새제품을 직원할인가로 구매하여 저렴하게 다른 불특정인물들에게 팔아서 충당하며 적응하는 모습을 그린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너무 흥미롭게 읽었고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에서 이제 외국의 지명을 표준어에 맞게 편집한 창비출판사에 약간은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지유에게 거절당한 지훈의 분노가 저에게까지 영향이 끼쳐서 좀 당황했어요. (다소 낮음)에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에 맞게 살아가던 가난한 예술가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선택이 마음이 아팠고 (도움의 손길)에서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의 행동들에 치가 떨리고 무서웠어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과 마지막에 시력을 잃어가는 전직 사진작가였던 핀란드노인이 설마 돌아가셨으면 어떡하지라며 제가 조마조마했던 (템페레 공항)을 읽으면서는 저의 스펙을 물론이고 제가 이력서를 몇번 쓰고 와 면접을 몇번 보았는 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남들보다는 훨씬 낮은 스펙을 가지고 있고 훨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적게 썼을 겁니다. 물론 면접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앞서 테마소설집으로 만나봤던 (새벽의 방문자들)에서 마지막으로 또 다시 이사를 가면서 불쑥 새벽에 방문했던 인물들의 모습을 찍어 인화하여 붙힌 사진을 두고 가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물론 오피스텔 주인이 붙여놓은 사진들을 다 때어놓을 것이고 그 다음에 새로 이사 올 사람은 그 것을 보지 못하겠지만.
장류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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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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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19번째 임현작가님의 「당신과 다른 나」를 읽어보았습니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3,5장에는 남편이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기억을 잃어가고 있으며 키우지도 않았던 개의 배변봉투와 산책용 목줄을 계속 찾고 있어 미쳐버릴 지경인 아내의 시점에서 2,4,6장에서는 아내 미양의 이야기를 조금씩 소설을 쓰는 데 가미하는 소설가 남편의 시점에서 소설이 맞물리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일까 또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라라는 뒷표지 문구가 인상깊었습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로 맞물리는 마지막부분을 읽으면서 짧지만 강하게 인상을 남긴 소설이 아니었나 싶었고 장편으로 더 이어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핀시리즈 표지의 송지혜작가님의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임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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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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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이장욱작가님이 4년만에 신작 소설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내셨더군요. 그래서 읽어봤습니다.
(행자가 사라졌다!)의 ‘행자‘가 할머니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애완 뱀의 이름이라는 것이 놀랍더군요.
표제작인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읽으면서 저 또한 ‘에이프릴 마치‘인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복화술사).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하며 여러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등장한 단편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속에 등장하는 대학 내 주점 속의 거지꼴 노인이 실은 ‘스크루지영감‘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천성 연습)의 아버지가 제 아버지라면 못견뎌서 결국 연을 끊을 것 같아요.
(최저임금의 결정)에 나오는 편의점은 아니지만 같은 동종업계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는 만약 갑자기 새벽에 저의 관자놀이에 글록 26을 겨눈다면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양구에는 돼지코)속에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스텔라를 타는 구남과 여)의 욕을 내뱉으며 잠꼬대를 하는 구남씨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는 여자를 생각하며 저 역시도 너무 코를 골고 몸을 뒤척인다며 지적하던 아버지를 떠오르며 제가 코골고 몸을 뒤척이면서 자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마지막 단편인 (눈먼 윌리 멕텔)처럼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벌레들로 이루어진 ‘벌레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너무 무서워서 차마 해변에 산책하고 야구연습장에 갈 생각은 커녕 만져볼 생각조차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이장욱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왠지 SNS나 블로그활동을 꾸준히 하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데 (크리스마스 캐럴)과 (양구에는 돼지코)를 제외한 단편에서 SNS나 블로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아래로 남녀가 문틈을 바라보거 있는 겉표지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줄기들 사이로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의 소설집 제목이 숨겨있는 듯한 속표지도 인상깊었습니다.
이장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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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김미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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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연대기」의 한유주작가님처럼 약 8년만에 세번째 소설집인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로 돌아오신 김미월작가님의 신작을 읽어 보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2월 29일), (오늘의 운세), (질문들), (선생님, 저에요), (도망가지 않아요), (연말 특집), (만 보 걷기) 이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단편 제목들이 정감있고 무언가 희망적일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는 데 내일 새벽에 지구가 멸망할 예정(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알람에 일어났지만 몸을 꼼짝할 수 없어서 알람은 물론 소변도 누운 채로 보게 되고(오늘의 운세), 선생님에게 했던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고(선생님, 저에요) 역시 술에 취해 잠들버린 선배를 두고 나와버려 캠퍼스에 동영상이 퍼진 것을 방관한 셈(연말 특집)이며 따로 살다시피하는 아버지를 친구와 찾아가거나(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다니고 있던 직장이 사라지게 되고(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결혼을 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가 졸지에 바로 이혼할 위기에 처해있는(도망가지 않아요)등 결코 희망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희망적이지 않고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들이 놓여져 있는 것이 비단 소설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슬픕니다.
저 역시도 학교를 다닐 때부터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면접을 보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고민하지만 제가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로 횡설수설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이 제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쳐지고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선 너무 지루하겠지요.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불운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원제목이 (어느날 문득)에서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로 바뀐 것이 너무 좋네요.
표지또한 사랑스러운데 깨알같이「바깥은 여름」, 「내게 무해한 사람」, 「작은마음동호회」, 「아내들의 학교」, 「오직 한 사람의 차지」라고 쓰여진 책들도 인상적이네요.
아무튼 김미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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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 한유주 소설집
한유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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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이후로 약 8년만에 첫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이후로 약 5년만에 네번째 소설집이자 다섯번째 책인 「연대기」를 한유주작가님이 내셨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 빠른 속도로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 실린 (그해 여름 우리는)을 읽으며 저 또한 2000년대에 이미 10대였고 원더키디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2달 후면 2020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았습니다. 2011년에 부과되었던 건강보험료를 2019년이 된 지금까지도 내지 않고 얼마인지도 정확히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과 (식물의 이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박형서작가님의 「당신의 노후」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번에는 꼭 공단에 전화해서 얼마인지 물어보고 납부해야겠습니다.)
특히 (식물의 이름)에서처럼 석달 간 깨끗하고 아늑한 집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에게 가끔씩 물을 주면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왼쪽의 오른쪽, 오른쪽의 왼쪽)을 읽으면서는 프랑스어를 아주 짧게나마 배웠었다는 사실을, (은밀히 다가서다, 몰래 추적하다)를 읽으면서 3개이상의 선으로 이루어진 도형들을, (한탄)을 읽으면서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짧지만 강한 (낯선 장소에 세 사람이)에서 이름이 없었다가 마지막에 ‘캄파넬라‘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인물에 대해서 , (처음부터 다시 짖어야 한다)의 통사를 잃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시추종의 개를 키우다 잃은 시람의 마음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소설에서 속독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생각을 했었지만 한때는 제 소유였지만 지금은 모두의 것이 된 작은도서관의 대출기한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유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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