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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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0세가 얼마남지 않았을 때 읽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역시 30번째로 접어들었는 데 그 주인공은 문지혁작가님의 「초급 한국어」입니다.
문지혁작가님처럼 저 역시 당연하게도 한국어가 모국어입니다만 구개음화나 자음동화같은 것은 중학교 3학년때 빼고는 배우지 않아 가물가물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읽어만 보다가 이 소설이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10월 한 달간 연재를 했다는 것이 생각나서(책 띠지에도 작가님이 직접 낭독한 소설을 들어보라고 QR코드가 있더군요.) 오디오클립으로 들어보며 읽었더니 작가님 목소리도 좋았지만 영어발음도 좋으시고 연기도 훌륭하신대요?
소설에서는 작가님이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오셨다는 이야기가 있고 미국에서 학생들에게 ‘초급 한국어‘를 한 학기 동안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내용이 나오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초등학교 때는 미술, 음악, 체육처럼 기타과목이었던 영어를 좋아했었는 데 중학생이 되어 영어문법이 나오자마자 좌절의 길로 돌아섰던 것이 생각납니다.
책을 통해 눈으로 보고 작가님의 목소리로 들으며 읽으면서 출간된 책의 일부와 연재 당시의 글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았는 데 (아마 10월에 연재 후 약간의 교정과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출간되었겠죠.) 주로 연재시에는 서사창작과에서 문예창작과로 그때 문지혁에게 부끄러움을 주었던 연재시에는 시인이었다가 소설가로 바뀐 선생님. 그 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라면 연재당시 같은 한국인이자 역시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 입장인 연재당시에는 J선생님이었다가 출간되서는 Q선생님으로 이니셜이 바뀐 것이었고 Q선생님의 일화나 결국 재계약을 못한 문지혁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때의 대사가 연재당시와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사실 작가님들이 연재를 할 때 꾸준하게 찾아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온전히 한 권의 책으로 나올때야 읽어보는 데요. 특히 오디오클립으로 듣어보면서 책의 내용이 달라져 있는 부분을 읽으면 놀랍기도 하면서 아, 이 부분은 원래 이런 이야기였구나 이러한 이유(저만의 생각입니다.)로 수정, 삭제되었구나하며 소소한 재미도 있더군요.
그리고 작가님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2012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에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 전세계적인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이 데뷔하기 전에 ‘강남스타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당시에 지금도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라 추억이 새록새록납니다. 그 때는 진짜로 앳되고 파릇파릇 했을 텐데 물론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체력과 외모에서 나이를 먹는 것 같아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이 들면서 슬픕니다.
문득 ‘삼촌가 날 티즈했어‘라고 서툴던 한국어로 이야기하던 사촌 동생과 대놓고 오빠의 글을 베끼면서 명랑하게 ‘오빠는 상 못받았잖아.‘라고 말하던 지혜씨의 근황이 궁금해지네요.
문지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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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 임종 연구소 소설Q
박문영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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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안락사를 넘어 아프지 않고 자신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에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로 소설 Q의 9번째 작품인 박문영작가님의 「주마등 임종 연구소」에서 임종을 자신이 원하고 바랬던 방식으로 맞이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반드시 더이상 치료는 의미없을 정도로 몸이 아픈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나이가 많던 어리던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마등 임종 연구소‘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읽었을 초반에는 저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는 데요.
하지만 모든 지 완벽한 것은 없나봅니다.
그렇게 임종을 시도하다 실패한 배지호씨 같은 케이스가 생겨나자 이상적이고 완벽했던 ‘주마등 임종 연구소‘와 임종 시스템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말 삶을 더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올 행복한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 이렇게 ‘주마등 임종 연구소‘를 찾아와 행복했던 순간에서 미련없이 임종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는 가하면 남편을 사고로 잃고 임종을 선택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았다가 ‘행복한 임종‘을 의심하며 그 순간을 미루는 허이경과 냉소적이며 누구에게도 반말하는 임종 시스템 최연소인 장에스더같은 인물도 있으며 그런 이들을 지켜보는 직원 신분인 정오와 적극적인 천미조, 그리고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명소장까지......
분명 먼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이토록 행복했던 순간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반대로 행복했던 순간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생각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박문영작가님, 짧지만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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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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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맨스티」, 「파랑대문」이렇게 2편 뿐이라 최윤작가님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는 데
저는 아직도 「오릭맨스티」의 마지막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자신들을 뒤덮고 있음에도 결코 멈추지 않았던 이들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 데요.
이번에 (저는 처음 접해본) 소설집을 내셨더군요.
제목이 「동행」이라지요.
표제작 (동행) 부터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 가장 최근에 쓰셨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애도)까지 9편의 단편들을 차례대로 읽어가면서 인생의 파노라마를 한 번에 겪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동행)의 그녀를 아프게 했고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 진짜 마술사가 되어 나타난 J, 친구의 사고를 핑계로 그녀를 감금하였으나 멀쩡히 살아있다는 소식을 어떤 이의 자서전을 통해 그녀에게 알려준 J(옐로), 그리고 그녀의 집을 그녀 모르게 팔아버려 난감하게 하면서도 결국 쓸쓸히 노숙자로 생을 마감한 J(애도).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유독 J라는 이니셜을 가진 인물들이 그녀들의 인생에서 불현듯 나타나 아프게 했고 또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모습들이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뻔할 수도 있겠지만......
각기다른 J들의 모습이 애증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서울 퍼즐 - 잠수교의 포효하는 남자)의 동생처럼 듣도 보지 못한 외계어나 마찬가지인 이국의 언어들을 듣는 형과 같은 느낌을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나 (울음소리)를 읽으면서 느끼기도 했는 데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가 의자에 기이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나 영문도 모르지만 정자에서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그치지 않은 울음소리로 요주의 인물이 되어버린 여자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스토킹하며 그 여자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애절하게 말하는 남자(손수건), 과거에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으나 이제는 평범하게 배달히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년(옐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잘 지내실 것이라고 마다 의심치 않는 P 교수(소유의 문법)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최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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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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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25일에 출간된 핀시리즈 소설선이 이번부터는 격월에 한권씩으로 변경되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또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31번째로는 정소현작가님의 「가해자들」입니다.
저는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집으로 와서 낮에 잠을 자고 제일 윗층에 살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겪지는 않지만 주말에 쉬게 되면 저로 인해 아랫층에 사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세입자님께 피해를 저도 모르게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데 아직까지는 아랫집이나 주인께 별다른 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산후풍을 앓고 있으며 베란다 창에 신문지를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1111호 여자가 윗집과 아랫집, 옆집의 ASMR같은 소리에도 초인종을 누르고 심지어는 보복소음까지 일삼는 모습이 인상깊음을 넘어 소름끼쳤습니다.
같이 살던 시어머니를 내쫓고 윗집, 아랫집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고 자기자신도 저멀리 내쫓아낸 1111호 여자 때문에 시달릴때로 시달렸던 1112호 여자가 결국에 일을 내고 마는 모습에 이르서는 이러한 소식을 한 두번씩 뉴스나 속보로 접했던 것이 기억나서 무섭기도 하고 1111호 여자에게는 윗집, 아랫집, 옆집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일상을 파괴하는 ‘가해자들‘이겠지만 반대로 윗집, 아랫집, 옆집의 사람들에게 1111호 여자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던 딸, 그리고 악역을 도맡아하기 싫어히던 여자의 남편이 ‘가해자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시원에 살았을 때가 생각이 나는 데 제가 살던 고시원은 고시생이 아닌 아침에 현장에 나가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소음 때문에 다툰적은 없었지만 만약 고시생들만 있었다면 저는 거기서 바로 쫓겨났을 것이라는 예감을 자주 했었습니다.
지금도 삐그덕거리는 침대의 소음이 혹시 아랫집 세입자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도 들기는 합니다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해봅니다.
(131쪽에 ‘사건의 중심에 111호 여자가 있다는 이상한 확신과...‘에서 111호가 아닌 1111호 여자 오타가 맞죠?)
정소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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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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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벌써 30번째로 최제훈작가님의 「단지 살인마」를 정소현작가님의 「가해자들」을 읽기 전에 읽었습니다.
앞서 「단지 살인마」는 2013년에 발표된 동명의 단편에서 조금씩 살을 덧붙여 경장편으로 새롭게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관성이 없던 살인사건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진 채 발견되는 피해자들의 시신을 보며 ‘단지‘ 살인마로 이름이 붙여져 공포를 자아내고 있는 데 여기에 주식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던 ‘안락의자 탐정‘ 장영민이 연쇄살인이 십계명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깊이 빠져들게 되어 과거에 자신을 암울하게 했던 동창인 택시기사 양승범을 십계명 여섯번째의 규율에 맞춰 살해, 여섯개의 손가락을 자르며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으나 그 것을 지켜본 사람에게 협박을 당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거나 많이 읽어보지는 않아서 추리하거나 예상하는 것에 있어서 젬병이지만 이 짧다면 짧은 소설을 읽으며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 들어보기만 했던 이른바 소위 ‘방탈출‘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과 판권지를 넘기며 과연 「단지 살인마」의 실체는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마주치면 쥐도새도 모르게 십계명의 규율로 인해 죽게 되지 않을까, 제가 그동안 어겼던 십계명의 규율이 무엇인지 되새겨봅니다.
최제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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