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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평점 :
매월 25일에 출간된 핀시리즈 소설선이 이번부터는 격월에 한권씩으로 변경되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또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31번째로는 정소현작가님의 「가해자들」입니다.
저는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집으로 와서 낮에 잠을 자고 제일 윗층에 살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겪지는 않지만 주말에 쉬게 되면 저로 인해 아랫층에 사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세입자님께 피해를 저도 모르게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데 아직까지는 아랫집이나 주인께 별다른 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산후풍을 앓고 있으며 베란다 창에 신문지를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1111호 여자가 윗집과 아랫집, 옆집의 ASMR같은 소리에도 초인종을 누르고 심지어는 보복소음까지 일삼는 모습이 인상깊음을 넘어 소름끼쳤습니다.
같이 살던 시어머니를 내쫓고 윗집, 아랫집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고 자기자신도 저멀리 내쫓아낸 1111호 여자 때문에 시달릴때로 시달렸던 1112호 여자가 결국에 일을 내고 마는 모습에 이르서는 이러한 소식을 한 두번씩 뉴스나 속보로 접했던 것이 기억나서 무섭기도 하고 1111호 여자에게는 윗집, 아랫집, 옆집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일상을 파괴하는 ‘가해자들‘이겠지만 반대로 윗집, 아랫집, 옆집의 사람들에게 1111호 여자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던 딸, 그리고 악역을 도맡아하기 싫어히던 여자의 남편이 ‘가해자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시원에 살았을 때가 생각이 나는 데 제가 살던 고시원은 고시생이 아닌 아침에 현장에 나가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소음 때문에 다툰적은 없었지만 만약 고시생들만 있었다면 저는 거기서 바로 쫓겨났을 것이라는 예감을 자주 했었습니다.
지금도 삐그덕거리는 침대의 소음이 혹시 아랫집 세입자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도 들기는 합니다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해봅니다.
(131쪽에 ‘사건의 중심에 111호 여자가 있다는 이상한 확신과...‘에서 111호가 아닌 1111호 여자 오타가 맞죠?)
정소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