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친절
이나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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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때 제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지만 제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그게 선을 넘고 무례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곰곰히 생각해보며 알게되었는 데 마침 이나리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모두의 친절」을 읽으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어쩌면 생각으로만 그쳐야 했던 말들을 고민했던 (비타민)의 그녀처럼, 호치키스를 스테이플러로 폴리드가 아니라 폴라로이드로 정정하고픈 마음을 애써 삼켰던 (타조 아니면 낙타)의 그녀처럼 저 역시도 그랬어야 했나 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혹시나 제 이야기를 듣던 대상이 저를 나직하게 어울리지 않을 단어를 쓰며 굉장히 뿌듯한 표정을 짓던 (바퀴벌레)의 학장처럼 보여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더군요.
저 역시 작가님처럼 사람들 각각은 언어도, 문화도, 법률도 모두 다른 독립되어 있어 사람들이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작가의 말, 224~225쪽)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 이해를 하고 저 또한 그 대상들에게 이해를 받고 싶었지만 개인이 살아가던 방식이나 생각이 다 다르기에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멈칫거리게 되고 흔들리며 나중에는 받아들이려고 하는(저 자신에게 이해시킬) ‘저‘만 남는 것 같아요.
사실 「모두의 친절」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을 이나리작가님이 어떤 생각이나 의도로 쓰셨는 지에 대해서 당연하지만 완전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저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또한 제가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한다지만 그게 실은 그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비는 없고, 비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바싹 말라 있을 것(애완식물, 175쪽)이고 놓쳐서 잘못된 길을 가도 유턴 지점만 찾으면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아버지와 그를 향해 미소 짓는 딸(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처럼 저도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나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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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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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少年易老」이후로 2년 만에 만나는 편혜영작가님의 열 한번째 책이자 여섯번째 소설집인 「어쩌면 스무 번」을 읽었습니다.
다섯번째 소설집이었던 「소년이로 少年易老」의 제목을 ‘우리들의 실패‘로 하고 싶으셨다고 작가의 말을 쓰셨는 데 이번 소설집에서 낙차와 ‘실패‘를 기억하고 싶다고 적으셨더군요.
표제작인 (어쩌면 스무 번)부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는 데 ˝사람은 자기 집에서 그렇게 죽기도 해요.(30쪽)˝ 말이 너무 무섭더군요. 결국에는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방범업체에 계약해버리는 부부. 실린 나머지 단편들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무심코 맞다가 차갑다는 감각이 느껴지고 이내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주었습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호텔 창문)의 형 대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내내 심어주는 형의 부모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지나간 시절의 일부분일지라도 한 사람에게는 지옥같은 기억으로 남았을 (홀리데이, 홈), 그다지 큰 접점은 없지만서도 서로를 친구라 여겼다고 생각했지만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 친구의 집에서 머무는 남자의 이야기 (리코더), 양양에 있다는 남편을 모른 척했던 아내가 남편의 목소리를 시시각각으로 듣려온다고 여겨지는 (플리즈 콜 미), 무심코 노출되었던 인적사항으로 인해 졸지에 아이를 낳고 버린 비정한 엄마가 되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후견),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으나 결국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모자의 이야기 (좋은 날이 되었네), 미래를 위해 보험에 들었건만 참담한 현실에 결국 미래를 깨어버린 (미래의 끝)까지......
이 소설집의 실린 8편의 단편들 모두 자연스럽게 ‘실패‘가 떠오르고 읽는 저 역시 이들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제 마음을 감싸고 있어서 빨리 모든 것이 흘러가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혜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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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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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인 「환한 숨」이 출간되어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데 2014년에 발표하신 자전소설 (문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실린 (환한 나무 꼭대기)부터 죽은 친구의 집을 친구의 아들이 연락 올 때까지 돌보고 있고 (흩어지는 구름)에서는 오랫동안 만남을 유지해오던 사람과 끝을 맺었고, (하나의 숨)에서는 현장실습을 하던 하나가 크게 다쳐 의식불명의 상태로 얼마 뒤면 계약이 끝나는 기간제담임인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전무하며, (경계선 사이로)의 그녀들 또한 각각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파종하는 밤)의 수은중독으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던 어린 노동자들, (눈 속의 사람)의 죽을 위기를 여러번 겪으며 살아남게 되어버린 최길남님, (높고 느린 용서)에서 가족들과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홀로 증발을 선택한 교수, (숨결보다 뜨거운)에서 상상의 아들을 키우던 구립도서관 사서, 마지막에서 실린 (문래)에서 시간이 흐르고 발전되어 가면서 사라져갔던 ‘문래‘의 풍경들을 실린 순서대로 차분하게 읽으면서 나에게도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증발‘ 되어버린 풍경들과 잊혀져가는 사람들, 서서히 ‘증발‘되고 있는 제 인생을 영사기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환한 숨」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데 9편의 단편에서 내뿜고 있는 숨들은 탁하였지만 그 숨들이 모여서 정화되어 환한 - 숨으로 되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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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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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의 2번째로는 은모든작가님의 「오프닝 건너뛰기」입니다.
표제작인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이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저또한 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쾌적한 한 잔)의 은우처럼 ‘연애‘에 큰 관심도 없지만 ‘연애‘의 경험조차 없었으며 (오프닝 건너뛰기)에서의 수미, 경호 부부같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저는 제 주변에서 볼 수는 있었는 데 물론 소설 속과는 다르게 두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합물인 아이들도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 단편을 통해 더 확실하게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앙코르)는 요즘 같은 분위기를 떠나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일까하는 기대감과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기분도 들어서 굳이 캄보디아가 아니더라도 수원 화성이든 제가 사는 부산 근처에 있는 울산이나 창원 우포늪같은 곳에 홀로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여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려 벌써 그 생각을 미루고 싶어집니다.
은모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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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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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작가님의 첫번째 소설집인 「다른 세계에서도」가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조금 의외라 생각이 들었는 데 (컨프론테이션)을 자음과모음 계간지에서 발표를 했더군요.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
같이 실린 단편에 비해 비교적 짧은 이야기이지만 연명치료중단이나 동거인등 시사하는 바가 커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다른 세계에서도)
이 단편은 앞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먼저 접하였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생각되어지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읽으면서 조마조마했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당신‘에게 혹여나 해를 입히지 않을까하는 조마조마함.
(라이파이)
저는 조한흠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라이파이‘가 실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는 데 실재하는 캐릭터라니 그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자유로워진다면 몽골 초원에 가보고 싶군요.
(부태복)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부태복‘이 군인출신의 북에서 귀순하여 남에서도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던 사람의 이름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는 데 읽어보니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되기 전에 글을 쓰셨고 발표하셨던 것이 놀라웠습니다.
(컨프론테이션)
저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명작가의 그림작품이나 법에 대해 무지하여 미술과 법을 소재로 잘 버무려진 이 단편을 읽으며 마지막에 실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처럼 모호해집니다.
(눈빛이 없어)
이 단편은 앞서 출간된 「보라색 사과의 마음」에 실려서 접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읽어보지는 않았는 데 같은 ‘우울‘에도 여러가지의 우울이 있다는 것을 작가님이 덧붙여서 쓰신 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너를 따라가면)
마지막에 언급되는 구체적인 날짜가 아니었다면 마지막까지 이 단편을 단순하게만 여겨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站)
작가님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교정시설에서 발작을 일으켜 죽음을 맞이한 죄수가 실은 아동을 강간했던 파렴치한 인물이었다는 과거와 교정시설의 수감자 관리 미흡으로 인한 수감자의 죽음을 두고 서로 대립되는 입장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렇게 8편의 단편을 실려진 순서대로 읽고 리뷰를 쓰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다 소설의 배경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현석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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