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한가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보니, 뉴욕 타임즈 12 31일 흥미로운 기사가 보인다. 제목은 “The doctor is out; you may be in luck”이니, 번역하면, “의사가 병원에 없다니, 운 좋은 줄 알라.” 정도일 듯하다. 심장병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심장병 전문의사가 없어서 운이 좋았다니, 무슨 말 인가?  당연히 해당 전문의가 있어야 운이 좋은 것이 아닌가? 달콤한 커피 라떼가 갑자기 목에 걸려 기침이 나올 상황이다.

 

 기사는 미국의사 내과 협회지(JAMA Internal Medicine December 22, 2014)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매년 봄 가을에 미국심장학회가 일주일간 열리는 데, 이기간 동안에는 내노라는 심장 전문의들은 자기 병원을 떠나서 학회에 참석하게 된다. 미국 심장학회라고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참여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심장 학회라고 해야 할 듯하다.

당연히 이 기간 동안에는 각 병원에는 심장 전문의가 없는 상황이 발생 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기간 동안에 급격한 심장 병의 악화로 인하여 입원한 환자는 어떻게 되었는가를 조사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심장병 전문의의 응급 치료를 받기 어려웠던 기간에 입원한,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오히려 생존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심장병 전문의가 없으니, 전문적인 처치가 요하는 응급 수술이나, 혈관 확장술 같은 응급 처치를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 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이 생존율이 오히려 높았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입원 후 30 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생존율은 각각 심부전(17.5% vs 24.8%) 심정지  ( 59.1% vs 69.4%)에서는 큰 차이로 심장병 학회 기간에 입원한 ( 심장 전문의가 없는 기간) 환자의 생존율이 좋았고, 급성 심근 경색 (39.2% vs 38.5%)은 생존율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심장병 전문의가 없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오히려 생존율이 높았다니, 그렇다면 심장병 전문의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말인가? 2002년부터 2011년간 10년간의 무려 5만여명의 의무기록을 세심하게 조사하고, 통계적인 유의성을 얻은 결과라 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지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밖에.. 전문 의사의 존재가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되었다는 결과이니.. 당연히 전문의사가 있는 기간에 입원한 환자가 더 생존율이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기사는 결과적으로 전문 심장의사가 시행한 각종 수술과 관상동맥 확장술 등의 전문적인 치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독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하고 있다. 논문의 저자인 Dr. Anupman B. Jena (Harvard Medical School)는 결국 전문적인 치료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 하고 있다. (“And we should not assume that in those cases more is better, and that the benefit of a procedure outweighs the harms. That may not be the case.”)

 

 

 

이런 이야기를 친구인 안과의사에게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럼 환자는 어쩌라고?”

환자나 의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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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있는 기사 같아서 저도 가서 읽고 왔네요. health care policy가 전공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조사를 해볼 생각을 했는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니까 전 오히려 그런게 더 신기해요.
댓글중에 의료 행위를 service와 care로 구분해서 보자는 것도 있네요.
의사의 결정은 이제 더이상 흑과 백처럼 명료하기를 기대하기 보다 불확실성 속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럴땐 차라니 less is more라는 댓글은 기억해두고 싶어요.
덕분에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Ralph 2015-01-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윤리의식이나 이타심으로 무장하고.. 오로지 환자의건강만을 자나께나 생각하는 사람들이아니라... 단지 자기 자신의 이득과 흥미를 쫓아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라는 것이죠. 이 평범한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자주 잊어버리죠. 의사들이 파업하면, 예외없이 그 기간동안 사망율이 감소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